[기자수첩]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이혼소송에 쏠린 눈

2025-10-30     방석현 기자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조강지처 불하당(糟糠之妻 不下堂)’이라는 옛말이 있다. 술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함께 고생하던 아내를 버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후한의 왕 광무제의 신하인 송홍이 했던 말로 유명하다.

광무제에게는 호양이라는 과부 누나가 있었다. 후에 호양은 어사대부 송홍을 흠모하게 되는데 그는 유부남이었다. 호양은 동생인 광무제에게 송홍과 인연을 맺게 해달라고 졸랐다. 

광무제는 송홍을 불러 “흔히들 고귀해지면 친구를 바꾸고, 부유해지면 아내를 버리고 새로 얻는 것이 세상사는 이치라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시오?”라고 물었다.

이에 송홍은 “폐하, 신은 가난하고, 미천할 때의 친구는 잊지 말아야 하며 술지게미와 겨로 끼니를 연명할 만큼 가난했을 때 같이 고생한 아내는 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하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너무도 이치에 맞는 답변에 광무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당연한 이치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어겨 여론의 뭇매를 맞은 유명인사가 많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베이조스가 지난 2019년 이혼하면서 조강지처를 버렸다. 제프베이조스는 전 아내인 매켄지 스콧과 25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했는데 아마존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기까지 스콧의 공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프베이조스는 이혼 당시 12년 이상 결혼 생활을 지속했을 경우 배우자에게 재산을 절반 나눠줘야 한다는 워싱턴주 법에 따라 스콧에게 350억달러(약 47조7,000억원)를 위자료로 줬다. 

다만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책임자(CVO)와 그의 아내인 이모씨의 이혼소송은 반대의 경우다.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최근 잡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정동혁 부장판사)는 권 CVO와 이 씨의 이혼 사건 첫 변론기일을 11월12일 오후 5시로 최근 확정했다. 지난해 3월 조정 절차 이후 약 1년7개월만의 재개이자, 이 씨가 소송을 제기한 지 3년만이다.

소송의 쟁점은 이씨가 권 CVO의 8조원대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를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느냐다. 법원이 평가한 권 CVO의 자산은 약 8조160억원으로, 재산이 절반으로 분할될 경우 국내 이혼 소송 사상 최대 규모 판결이 될 전망이다.

이씨는 2023년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권 CVO를 상대로 재산 절반의 분할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20년간의 결혼생활과 자녀 양육을 통해 재산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 CVO는 2002년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하고 온라인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를 중국 시장에서 흥행시키며 회사를 조 단위 매출 기업으로 키웠는데 이씨는 2002년 7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스마일게이트 대표이사로 등기됐고, 2005년 3월부터 12월까지는 이사직을 맡았다. 이씨측은 당시 실제로 대표 직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가 국내 톱티어 게임사 CVO의 이혼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다만 권CVO가 이혼하며 조강지처를 버렸다고 비판받은 제프베이조스 같이 여론의 뭇매를 맞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사람 사이의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재벌 이혼은 조강지처 버리기’라는 프레임으로 볼 소송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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