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 시대, 대형사만 웃는다?...실적은 '체급'이 결정

2025-10-29     전지선 기자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섰다. (사진=pixabay)

증시 열렸지만 업계 온도차 분명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섰다고 증권업계가 모두 같은 속도로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본 여력과 사업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차이, 그리고 PF 자산 조정 과정에서의 제약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상승장의 신호가 시장에 돌아왔음에도, 이를 실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체력과 속도는 회사마다 크게 다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확산되고, 거래대금이 코로나19 유동성 장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회복하면서 증시에는 오랜만에 낙관적인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증권업계의 실적도 본격적으로 개선 국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정작 이를 같은 속도로 체감하지 못하는 곳들이 있다. 바로 자기자본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들이다.

지수 상승과 거래대금 회복이 전반적인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는 브로커리지 수익 기반의 한계와 PF 익스포저 부담, 그리고 자본 완충력 격차 탓에 뚜렷한 회복 흐름을 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지금의 시장 회복 국면에서 비교적 복합적인 수익원이 동시에 살아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거래대금 회복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늘어난 것은 물론,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비용을 낮추고,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고객 자산(AUM)을 확대하는 등 여러 사업부문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가 자리 잡혀 있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규모가 큰 만큼 시장 변동이 갖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지가 넓고, 이를 바탕으로 위험자산과 저위험자산의 리밸런싱 역시 비교적 유연하게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KB증권의 순자본비율(NCR)은 지난해 6월 말 1,667%에서 올해 6월에는 1,808% 수준으로 높아졌는데, 이는 자본 완충력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자기자본 1조~2조원대 중소형 증권사들은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 

비엔케이투자증권의 순자본비율이 올해 상반기 기준 600% 초반대에 머무르고 있고,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 483% 수준에서 9월 519%까지 회복하긴 했으나 올해 6월 다시금 481.7%로 하락해 일정 폭의 변동성이 존재한다.

유진투자증권·신영증권·교보증권 역시 700% 전후의 순자본비율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여유 수준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레버리지비율을 보더라도 중소형 증권사들의 운신 폭에는 한계가 드러난다.

IBK투자증권의 레버리지비율은 지난해 6월 837%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올해 3월 875%까지 치솟았고, 6월에는 813% 수준으로 내려온 상태로, PF 자산 조정 과정에서 자본 부담이 그대로 반영되는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교보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역시 대체로 700~800% 구간에서 등락하고 있고, 신영증권은 600%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이는 보수적 운용기조의 결과일 뿐 사업 확대 여력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즉 위험자산을 한 번에 털어내는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는 손실 인식이 곧바로 NCR 저하와 레버리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제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다.

이 차이는 PF 익스포저 조정 과정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대형 증권사들은 시장 경색기가 찾아왔을 때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손실 인식과 구조조정을 비교적 빠르게 단행했다. 손실 반영이 단기 실적에 부담을 주더라도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 회복기에는 얼마나 빠르게 위험을 정리하고, 다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대형사들은 PI, IB, WM 등 여러 축이 있어서 회복의 동력이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PF도 위험 단위별로 속도를 나눠 접근할 수 있어 결국 체력이 전략의 선택지를 결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손실을 한꺼번에 인식할 경우 순자본비율 하락으로 직결되는 구조적 제약이 있어, 손익 인식을 시차를 두고 나눠 반영하거나 회수 전략을 길게 가져가는 방식이 불가피했다. 결과적으로 위험자산을 정리하는 속도 자체에 체력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 온도가 올라가도 체감은 회사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며 "체급이 있는 대형사들은 자기자본투자(PI)나 투자성 IB 딜을 다시 키우고, PF 쪽에서도 선별적으로 신규 사업을 집행하면서 수익 창출을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중소형사는 자본 여력과 위험관리 지표를 먼저 고려해야 하니 회복기에 오히려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대금이 늘면 개인 참여가 살아나면서 리테일 기반이 큰 하우스들이 수혜를 보게 되는데, 중소형사는 이 부분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오른다"며 "상상인증권이 리테일을 줄이고 기업·법인영업 중심으로 방향을 튼 것도 결국 이런 시장 구조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