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IT 기업, 왜 인도 시장에 주목하나

2025-10-28     윤서연 기자
▲스리시티 공장 조감도. ⓒLG전자

AI 투자·경제성장·중산층 확대…‘신흥 시장’ 기회 모색 중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국내 주요 전자·IT 기업들이 잇따라 인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고금리와 수요 둔화로 선진국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인도가 인공지능(AI)과 제조업을 축으로 한 고성장 기조를 이어가며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인도 시장을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삼고 각자 현지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인도는 올해 AI 산업에만 2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2013년부터 2024년까지 11년간 누적 투자액(123억 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같은 기간 한국의 AI 투자액(13억 달러), 중국(92억 달러)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5년간 12억5,000만 달러를 투입해 AI 데이터·인프라·인재 육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또한 눈에 띈다.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6.6%로, 중국(4.8%)이나 미국(2%)을 크게 앞선다. 모디 정부의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필두로 제조업 기반 강화와 소득 수준 향상이 빠르게 진행되며 중산층이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가전 등 IT 제품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별로 LG전자는 최근 인도 법인을 현지 증권시장에 상장하며 ‘메이크 포 인디아(Make for India)’,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메이크 인디아 글로벌(Make India Global)’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진정한 현지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LG전자는 노이다·푸네 공장에 이어 6억 달러를 투자해 스리시티 지역에 3공장을 증설 중이다.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으로, 에어컨 초도 생산 후 2029년까지 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생활가전 생산라인을 순차 가동할 계획이다. 현지 생산 비중을 대폭 확대함과 동시에 약 2,000개의 직·간접 고용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현지 특화 제품 출시에도 주력하고 있다. 일례로, 모기퇴치 기능을 갖춘 에어컨, 사리(인도 전통의상) 섬유를 보호하는 AI 모터 세탁기, 수질·수압에 맞춘 정수기 등이 있다. 인도 소비자의 화려한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과 가격대별 세분화 전략으로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모습이다. LG전자 인도법인(LGEIL)은 올 상반기 매출 2조2,82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인도 구르가온에서 열린 삼성전자 서남아 테크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스마트싱스의 연결 경험에 대한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도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과 9월 각각 ‘2025 서남아 테크 세미나’와 ‘AI 홈 체험 행사’를 열고 비스포크 AI 가전과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반의 전력 절감 기능 등을 선보였다. 전력요금이 급등한 인도에서 AI 절전 모드와 에너지 관리 기능이 큰 호응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인도 법인(SIEL)의 지난해 매출은 9조5,7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아울러 자회사들도 인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전장 자회사 하만(Harman)은 인도 푸네 지역 자동차 부품 공장을 600억 원을 들여 증설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타타모터스, 마루티 스즈키 등 인도 주요 완성차 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증설 후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약 50% 확대될 전망이다.

네이버 역시 인도를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별도의 인도 법인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지난 5월 인도와 스페인 등 미개척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했다. 해당 부문을 중심으로 AI·헬스케어 기반 기술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지난 8월에는 테크비즈니스 부문이 주도해 제이앤피메디와 디지털 헬스케어 업무협약(MOU)을 체결, AI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임상시험 역량을 강화하며 글로벌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네이버는 스타트업 투자 조직 D2SF를 통해 2017년부터 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지속해왔다. 올해 기준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18%가 헬스케어 관련 기업으로, 향후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인도 현지 진출에 나설 가능성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은 높은 성장률에 더해 AI 투자가 집중되는 만큼, AI·헬스케어·스마트가전 등에서 국내 기업들이 선점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인도는 가장 잠재력 있는 시장 중 하나로,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도 AI 산업은 현재 약 80억 달러 규모에서 2027년까지 22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의료 진단, 농업, 신용평가, 교육,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구글·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도 각각 150억 달러, 83억 달러,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