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현號 현대해상’ 출범 반년…실적 반등 ‘가시밭길’ 장기화?
상반기 순이익 45.9% 감소…5대 손보사 가운데 ‘최저’
신계약 CSM 배수 17.4배…경쟁사보다 높아 ‘고무적’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현대해상의 이석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적 악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실 강화’와 ‘체질 개선’에 주력하며 장기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실적 반등을 이루기는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해상의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2% 상승한 2,18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주요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5,002억원)와 DB손해보험(4,214억원)의 예상 순이익보다 낮은 수치다. 비상장사인 메리츠화재와 KB손해보험의 전망치는 미정이다.
지난 상반기 실적을 보면 실적 반등이 절실한 이석현 대표의 어깨는 더 무거워 보인다. 이 대표는 조용일·이성재 전 공동대표의 바통을 넘겨 받아 올해 3월부터 현대해상을 이끌고 있다. 공동대표에서 단독대표로 체제를 변환하며 체질개선을 천명했지만, 지난 반년의 실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고 있다.
현대해상은 올해 상반기 4,5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5.9%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1회성 이익(손실부담계약 관련 비용 환입) 2,744억원을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9.3% 줄어든 수준이다.
올 상반기 순이익이 감소 배경은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손익이 줄어든 것이 주효했다. 장기보험 손익은 2,9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3% 줄었다. 자동차보험 손익은 같은 기간 79.9% 감소한 166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해상 측은 연속된 보험료 인하와 물가 상승, 보상원가 상승 등이 영향을 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일반보험 손익은 735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20.5% 감소했다. 금호타이어와 흥덕 IT 밸리 사고 등 고액사고가 발생한 것이 주효했다.
과거 2위 자리를 고수하던 자산 총계 순위도 한 계단 내려 앉았다. 지난 2015년 현대해상의 자산총계는 5대 손해보험사 중 삼성화재에 이어 2위 기록했었다. 3~5위는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순이었다.
반면 올 상반기 말 기준 현대해상은 DB손해보험에 자산총계 2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화재가 1위를 차지했고, 메리츠화재 4위, KB손해보험 5위 순이었다.
같은 기간 5대 손보사의 순이익 순위에서도 현대해상은 상위권을 사수하는데 실패했다. 2015년 말 현대해상의 순이익은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에 이어 3위였지만, 올 상반기 말에는 두 단계 하락해 5위를 기록했다.
다만, 현대해상 측은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실적 반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상반기 순이익은 감소했지만, 보험계약마진(CSM) 지표에서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해상의 2분기 말 기준 CSM 잔액은 9조3,764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3.7% 증가했다. 또 신계약 CSM배수는 삼성화재(13.8배), DB손해보험(16.2배), 메리츠화재(12.3배)를 모두 웃돌았다.
CSM은 새 회계기준(IFRS17) 아래에서 단기 실적에 비해 시장의 주목도는 낮지만 주주가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현대해상의 신계약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1.6% 줄었지만, 신계약 CSM은 오히려 18.7% 늘었다. 고(高)CSM 상품 비중 확대, 계약 유지율 제고, 비용 효율화 등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손해보험사 중 최저 수준이던 신계약 CSM 배수를 개선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고, 이 같은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받은 신계약 비중은 회사 전체로 보면 작은 수준”이라며 “체질 개선을 하고는 있으나 신계약 CSM이 실적으로 온전히 반영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