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소비자·약자 눈높이 정책 재설계” 지시…전문팀 꾸리는 금융권
‘소비자 중심 금융’ 확산…금융소비자 정책평가위원회 신설 추진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공급자 중심의 금융정책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금융약자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소비자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가 정책을 평가·참여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 정책평가위원회’를 신설할 방침이다. 이러한 소비자 중심 금융 기조에 발맞춰 주요 금융지주사들도 관련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15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금융소비자·서민 간담회’를 열고 “소비자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소비자가 직접 정책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소비자의 의견이 제도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이 위원장이 밝힌 ‘3대 금융 대전환’ 가운데 ‘소비자 중심 금융’을 구체화하는 자리였다. 앞서 이 위원장은 취임 직후 생산적 금융, 소비자 금융, 신뢰 금융 등 3대 금융 대전환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 정책평가위원회 신설 ▲금융회사 거버넌스 개선 ▲서민·취약계층 금융 지원 강화 ▲금융범죄 척결 등 4가지 정책을 축으로 소비자 금융으로의 전환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금융위는 내년부터 금융소비자 정책·평가위원회와 민간 평가 소위원회를 구성·운영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정책 전 과정에 금융소비자가 참여하도록 ‘금융소비자 정책평가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소비자, 민간전문가가 함께 금융정책의 설계·집행·평가를 점검하며, 민간위원 중심의 평가소위원회가 매년 정책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 금융위는 연내 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초부터 본격 운영한다.
이 위원장은 “소비자 피해 사전 예방, 사후 구제를 제도적으로 강화하고 금융 약자의 금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겠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투자의 관점에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비자 피해 예방과 취약계층 지원도 강화한다. 이 위원장은 “금융회사가 소비자 보호를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도록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피해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 편면적 구속력과 ‘페어펀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페어펀드는 불공정 거래나 불완전 판매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국가가 주도해 보상하는 일종의 기금을 말한다. 편면적 구속력 제도는 소액 금융분쟁에 한해 금융소비자가 동의할 경우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결과를 무조건 따르도록 하는 제도다.
또한 디지털 격차 완화를 위해 은행 점포 폐쇄 절차를 손질하고, 디지털 라운지·이동점포 등 지역 맞춤형 오프라인 서비스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서민·금융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빠른 시일 내 재정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 통신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체계와 서민특화 신용평가모델(CSS)을 고도화해 민간 서민대출 확대와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개인 연체채권 종합 개선방안도 마련한다.
금융위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 대응 강화 방안도 제시했다. 올해 안에 수사당국·지자체와 협력해 불법추심, 불법사금융 종합 근절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보이스피싱 피해 관련 금융회사 ‘무과실 책임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금융소비자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금융교육 강화도 약속했다.
금융당국의 소비자 중심 금융정책 기조에 발맞춰 금융권도 내부 제도와 조직을 정비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KB금융그룹은 9월 ‘소비자의 권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금융’이라는 원칙을 담은 ‘소비자보호 가치체계’를 수립한 데 이어 지난 1일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을 위해 ‘그룹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종합 대책 회의’를 실시했다. 회의에는 그룹 전 계열사의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가 참여했다.
앞서 우리금융그룹도 지난달 지주 및 자회사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 12명이 참석하는 정례 회의 ‘그룹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를 열고,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강화,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 신설 등 대응 역량 강화 의지를 공고히 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서민금융 지원은 정부만의 노력이 아니라 금융회사, 전문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야 할 과제”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