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국정자원 화재…정부 업무시스템 647개 마비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서 배터리 화재…위기경보 ‘심각’ 격상
[SRT(에스알 타임스) 김남규 기자] 정부 주요 행정시스템 647개가 대규모로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27일 “26일 오후 8시 15분쯤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한 개에서 불이 났다”며 “현재 항온항습기 복구를 진행 중이며, 이후 서버 재가동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대전 본원 전산실의 UPS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돼 약 10시간 만인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진화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을 멈췄다. 세금 납부, 민원 서류 제출 등은 정상화 이후로 기한이 연장됐다.
정부는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황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체국 금융·우편 등 파급효과가 큰 서비스부터 신속히 복구하겠다”며 “불편을 겪는 국민들은 대체 사이트나 오프라인 창구를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불이 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12년 공급한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로, 사용한 지 12년이 넘은 노후 제품이었다. 업계에서는 노후화된 배터리의 전기화학적 불안정성뿐 아니라, 작업 과정에서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케이블을 분리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전국 관공서 무인민원발급기와 온라인 행정서비스 다수가 중단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 재난문자를 발송해 국민들에게 장애 상황을 안내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장애를 조속히 복구하고, 국민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