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인재 수혈·인력 재편…삼성·LG의 균형 찾기
미래 산업 대비 ‘AI 인재 선점’…TV 시장 둔화 속 희망퇴직 병행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삼성과 LG가 대규모 신규 채용을 통해 청년 인재 확보에 속도를 낸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성장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젊은 피’를 적극 수혈하는 동시에, 수익성이 낮아진 TV·가전 부문에서는 희망퇴직과 조직 재편을 통해 인력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두 그룹 모두 신규 채용과 인력 조정이라는 상반된 카드를 꺼내며 성장 동력 확보와 기존 사업 안정화를 위한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반도체와 AI, 바이오 등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간 1만2,000명 규모로 향후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19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하반기 공채도 같은 기조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공채제도를 도입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왔으며, 이번에도 채용연계형 인턴제와 기술인재 채용을 병행해 ‘산업 생태계 인력 풀’ 확보를 꾀하고 있다.
LG그룹도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는 향후 3년간 신입 7,000명을 포함해 1만 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구광모 LG 회장이 취임 후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ABC(AI·Bio·Clean Tech)’ 전략에 맞춰 전장, 배터리, 클린테크 분야에서 채용이 집중된다. 이에 따라 계열사별로 배터리·전장, 냉난방공조 등 B2B 사업과 R&D 분야에서 우수 인재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AI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생태계도 확장 중이다. 청년층 대상 AI 교육 프로그램 ‘LG 에이머스’는 누적 참가자 1만7,000명을 넘겼고, 청소년 체험형 AI 교육기관 ‘LG디스커버리랩’은 연간 3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무상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LG AI대학원 등도 운영하며 미래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양사가 AI 부문 등 차세대 성장 동력에 인재 투입을 집중하고 있지만 같은 시기 가전 부문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병행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소비 둔화와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겹친 데 따른 TV 시장 수익성 악화가 신호탄이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지난달 미디어엔터테인먼트(MS) 사업본부 소속 50세 이상 직원과 수 년간 성과가 낮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들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 최대 3년치 연봉과 자녀 학자금 등이 지급된다. 당시 회사 측은 해당 조치가 다른 본부로도 확대될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지만 최근 생활가전(HS), 전장(VS), 에코솔루션(ES) 등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최근 IFA 2025에서 “우수 인재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인력 구조 선순환이 필요하다”며 “훌륭한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위해서는 (희망퇴직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최근 삼성전자는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에 경영·개발 프로세스 전반을 점검하는 경영진단을 진행하고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제안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TV 칩 개발 엔지니어 일부를 타 부서로 전환 배치하는 등 인력구조 전환에 나섰다.
양사의 지속가능경영(ESG)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LG전자의 50세 이상 임직원 수는 지난해 기준 1만1,993명으로, 2022년 대비(9,694명) 23.7%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50세 이상 임직원 수를 따로 명시하진 않았으나, 40세 이상 임직원 수 8만5,081명으로 2022년(7만5,516명) 대비 12.7% 증가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 회사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희망퇴직 대상자 가운데서는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인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권고성 대화’나 ‘성과 압박’ 주장에 대해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는 직원은 그대로 근무를 이어가며, 일부 직원들은 제2의 커리어 준비나 임금피크제 대신 희망퇴직을 선택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희망퇴직은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닌 성장성이 낮아진 사업과 미래 투자 분야의 온도 차를 반영한 조치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실제 청년 인재 채용 확대와 불황 사업부 인력 조정이 동시에 이뤄지는 흐름은 산업 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반도체는 AI 산업 성장에 힘입어 시장 규모가 폭증하고 있는 반면, 글로벌 TV 시장은 연간 2억 대 수준에서 정체를 이어가고 있고 중국이 주도하는 중저가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가전 업황 전망도 밝지 않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업종별 전문가 122명을 상대로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조사한 결과, 반도체는 업황 개선 전망이 우세했던 반면, 가전과 기계 업종은 업황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미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 속 삼성과 LG 모두 인력 전략을 새롭게 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은 양사 모두 지속적으로 진행해 온 일”이라며 “희망퇴직은 강제성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퇴직을 원하는 직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성격이고, 그 빈자리는 AI·R&D 등 신성장 분야 인재로 채우며 인력 효율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