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 지배구조] 엘리엇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하라" 속셈은?

2018-04-24     신숙희 기자

[SR(에스알)타임스 신숙희 기자] 미국계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기존에 현대차가 내놓은 재배구조 개편안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셈이다. 

지난 23일 엘리엇은 별도개설 홈페이지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현대 가속화 제안'(Accelerate Hyundai Proposals)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4일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발표는 지난 4일의 후속조치인 셈이다. 

우선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간의 합병을 제안하는 이유로 "지주사를 경쟁력 있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로 재탄생시킴으로써 현재의 복잡한 지분구조를 효율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양사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은 총 4단계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합병회사 구축 ▲ 합병회사를 상장지주회사(현대차 홀드코)와 별도의 상장사업회사(현대차 옵코)로 분할 ▲현대차 홀드코가 현대차 옵코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 진행 ▲기아차가 소유한 현대차 홀드코 및 현대차 옵코 지분에 대한 전략적 검토(순환출자 해소 및 기아차 자본 확충) 순이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은 소액주주에 돌아갈 이익이 분명하지 않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것만으로 기업경영구조가 개선됐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의 이번 행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없는 엘리엇이 현대차가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큰 이익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주식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제안서를 짠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4일 엘리엇은 "엘리엇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3사 보통주 미화 10억달러(약 1조)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에서는 엘리엇이 보유지분 부족으로 이번 요구를 관철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주주 환원 정책 강화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측과 함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동시에 내놓고 있다. 

24일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금융계열사 분리 이슈, 대규모 인수·합병(M&A) 필요성 등으로 지주사 체제를 채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위주로 그룹주가 전반적으로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며 "배당성향 개선으로 현대차 주가 강세가 두드러지고, 현대차 우선주 역시 같은 맥락에서 모멘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앞서 발표한 출자구조 재편의 취지와 당위성을 계속 설명하고 소통해 나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편안 제시 등의 영향으로 현대차(1.88%), 현대차우(4.73%), 현대모비스(0.62%), 기아차(0.16%)는 동반 상승 마감했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전 거래일보다 0.8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