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로봇청소기 신제품 맞대결…국내 IoT 인증 성과 엇갈려

2025-09-10     윤서연 기자
▲(위)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스팀’, (아래)LG전자 ‘LG 로보킹 AI 올인원’. ⓒ각 사

삼성, 국내 인증 성과 앞서…LG 자체 시험 체계 ‘내재화’

정부, 소비자에 인증 여부 확인 당부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세계 3대 가전 전시회인 IFA 2025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신형 로봇청소기를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양사의 제품은 국내 IoT 보안 인증 성과에서는 차이가 드러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로봇청소기와 냉장고 등에서 정부 공인 최고 등급 보안 인증을 확보한 반면, LG전자는 자체 보안 역량을 내세우고 있으나 아직 정부 인증 제품은 없는 상태다. 정부가 최근 로봇청소기 보안 취약성과 관련해 소비자들에게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등 소비자 주의를 공식 당부하면서 향후 양사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IoT 인증을 받은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 제품은 총 4종이다. ⓒ정보보호산업진흥포털

◆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스탠다드’ 인증 확보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하는 정보통신망연결기기 보안인증(IoT)에서 최고 등급인 ‘스탠다드’를 획득했다. KISA의 IoT 보안 인증은 로봇청소기, 홈캠, 스마트가전 등 생활 속 IoT 기기가 개인정보 해킹이나 외부 위협에 안전하게 보호되는지를 평가하는 제도다. 현재 국내 로봇청소기 가운데 스탠다드 인증을 받은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인증을 받은 비스포크 AI 스팀은 IFA 2025 전시 현장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보유한 IoT 보안 인증 로봇청소기는 지난해 말 출시된 로봇청소기 등 총 4개로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기기 간 보안 상태를 상호 점검하는 ‘녹스 매트릭스(Trust Chain)’와 민감 정보를 별도 하드웨어 칩에 저장하는 ‘녹스 볼트(Knox Vault)’ 기술을 적용해 보안 수준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출시된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키친핏 맥스’ 냉장고 역시 최고 등급을 확보하며, 보안 기술력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가에서 진행하는 IoT 보안 인증 절차는 글로벌 인증보다 까다로운 부분이 많지만 국내 기업으로서 국내 인증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매년 발표되는 신제품에 맞춰 인증을 취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냉장고와 로봇청소기 중심으로 인증을 확보하고 있고 추후 다른 가전 영역까지 확대할 계획은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 LG전자, 자체 역량 내세우며 추격전

LG전자도 IFA 2025에서 신형 로봇청소기를 공개했다. 싱크대 하부 등 협소한 공간에 설치 가능한 ‘히든 스테이션’ 모델과, 프리스탠딩형 ‘오브제 스테이션’을 선보이며 디자인 차별화를 꾀했다.

다만 정부 주관 보안 인증에서는 아직 성과가 없다. 대신 LG전자는 지난해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IoT 분야 사이버보안 시험 수행 자격을 확보해 자체적으로 시험 체계를 내재화했다. 이를 통해 인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LG 쉴드’라는 자체 보안 솔루션을 기반으로 안전한 데이터 저장과 전송, 사용자 인증, 소프트웨어 무결성 검증, 업데이트 보안, 암호 알고리즘 적용, 보안 이벤트 탐지 등 다양한 기술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 개인정보와 제품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보호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에 적용된 보안 강화 조치나 인증 여부는 연내 출시 시점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라며 “지난해 취득한 사이버보안 시험 수행 자격을 기반으로 발급되는 시험 성적서는 공인 시험 기관의 성적서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필요한 제품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IFA 2025 전시장 모습. ⓒLG전자

◆ 글로벌 경쟁력 필요성 대두…독일·싱가포르와도 상호 인정

업계는 글로벌 시장 전략 차원에서 국제 인증을 우선하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 TÜV Nord나 TUV라인란드 등 국제 표준 인증을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소비자 신뢰 확보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인증은 민간 기관이나 글로벌 인증보다 요구 수준이 높다”며 “기업들은 자체 시험을 병행하면서도 글로벌 고객 대응을 위해 해외 인증 결과서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KISA가 추진하는 상호인정약정(MRA)도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보안이 우수한 디지털제품의 해외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주요국과의 IoT 보안인증 MRA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싱가포르와의 협약을 통해 국내에서 인증을 받은 제품이 싱가포르에서도 별도 절차 없이 효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연방정보기술보안청(BSI)의 정보기술 보안 라벨(IT Security Label)과도 상호인정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인증이 곧바로 독일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게 되면서 글로벌 수출 경쟁력 강화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홈 기기가 생활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은 만큼, 보안은 단순 기능을 넘어 브랜드 신뢰도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역시 최근 로봇청소기의 보안 문제를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과기정통부와 KISA는 로봇청소기가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실내 정보를 수집하는 만큼, 해킹이나 외부 공격에 노출될 경우 심각한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소비자들에게는 제품 구매 시 IoT 보안 인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지난 2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로봇청소기 보안 점검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바일 앱 보안과 정책 관리 부문에서 ‘우수’, 기기 보안 영역에서는 ‘양호’를 받으며 평가 대상 제품들 중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반면 중국 업체 4개 제품은 전반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으며 사생활 침해 부문에 대해 즉시 조치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