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현장 중대사고 ‘기업 책임’만이 능사일까

2025-09-05     최나리 기자

[SRT(에스알 타임스) 최나리 기자] “안타까운 사고에 깊은 애도와 책임을 통감한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연거푸 이어지는 공사현장 중대재해로 건설기업 총수들이 잇달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과문 발표만이 아닌 책임자 일괄 사퇴 등을 통한 대표 교체, 조직 개편, 제도 개선 등 그야말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취하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며, 반복적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현장에 엄정한 조치를 주문했다.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모든 방안’이라는 초강력 대처적인 표현도 언급됐다.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에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지난달 27일 건설의날 기념식에서 “건설산업의 신뢰회복과 재도약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중대재해를 근절해야 한다”며 ‘200만 건설인’ 명의로 건설현장 안전혁신 의지를 담은 결의문을 통해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또한 “안전에 관한 법령과 기준을 준수하고 정부의 안전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며 “건설현장에서 안전을 최고 가치로 삼아 항상 실천에 옮기고 안전문화 확산에 앞장서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건설사들의 안전·보건 관리 행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해마다 시기별로 온열질환, 미끄러짐, 추락사고 등 갖은 사고들에 대비태세를 이어간다. 올 상반기에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주요 건설사 대표들이 추락방지 릴레이 현장점검도 펼쳤다.  

그럼에도 발생하는 게 사고다. 2년이든 8년이든 무사고를 이어왔다고 해도 한순간 한 생명의 부득이한 사고로 건설사의 이미지도 바로 추락하는 게 현실이다. 산업계 전반도 이러한 현실을 간과하고 있지 않다.

물론, 일부 건설사들은 안전수칙 기본지침을 지키지 않고 하청사 갑질에 외국인 근로자 인권 유린 등 불법적인 행태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관리 사각지대도 '비일비재'다. 이런 구멍들이 오늘 날의 업계 안전 생태계를 흐리는 원인으로 싹텄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조금씩 커져가는 구멍을 단단히 메울 수 있는 방법이 비단 건설사의 힘으로만 가능할까 싶다. 일각에서는 기업 책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국회입법조사처 발표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3년째 건설경영업자의 안전의식이 한층 높아지며 긍정적인 면을 보였음에도 산업재해 사망자는 줄지 않고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관련법의 구조적인 문제와 현실적인 실효성 제고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중처법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사망 또는 중대사고가 발생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형사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최소 1년 이상 징역형과 벌금형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제정 당시 강력한 처벌법으로 대두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해당 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자 수는 오히려 늘었다. 사망자가 해마다 2,000명 안팎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5인 미만 사업장이 적용 대상에서 빠지면서 개선 효과도 없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산재예방TF와 고용노동부(고용부)는 국내 2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안전관리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작년 한 해에만 600여명이 노동자 분들이 출근해서 퇴근하지 못했다”며 “세계 최고의 산재 왕국이라는 오명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 K-컬쳐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질책할 때는 지났다. 주요 원인을 바로 잡아야한다. 일부 기업의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고 관련법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개선해야 옳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안전 최우선’에 다시금 사활을 걸어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급급해 보여주기식, 여론몰이식의 행동이 아닌, 당정과 민간기업이 진정성 있게 손을 맞잡아 제대로 된 안전한 근로현장이 창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 

ⓒ최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