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싸니까요!" 이마트가 둔 초저가 초강수 '5K 프라이스' 둘러보니
이마트 자체브랜드 최신판 '5K 프라이스' 막 집어도 5천원 미만…생활밀착형 소용량·단량 초저가에 특화
론칭후 약 3주간 '980원'짜리 두부·콩나물 판매 '불티'…이마트, "앞으로도 지속 가격혁신과 상품개발에 매진할 것"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일단 싸니까요, 싸니까. 싸니까."
5K 프라이스 생필품을 집어든 한 50대 주부에게 왜 이 상품을 선택했냐고 기자가 질문하자 그는 힘주어 이같이 말했다.
이마트가 전품목 상품 5,000원 이하인 초저가 자체브랜드(PL) '5K PRICE(프라이스)'를 내놓았다. 지난 8월 14일 론칭한 지 약 20일간 판매추이를 보면 초기 호응이 좋다.
5K 프라이스는 880원~4,980원대 가격으로 구성됐으며 장보기 필수 상품을 1~2인 가구 맞춤의 소용량·소단량으로 특화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마트·슈퍼) 합병 후 동시 판매되는 최초 PL이다. 지난 4일 기자는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이마트 용산점을 오후 5시께 방문해 5K 프라이스 상품 구성을 둘러보고 매대를 오가는 소비자 반응을 살펴봤다.
이마트 용산점을 들어서는 길. 카트를 끌고 오고가는 가족들이 객이 "저기로 가, 고래잇, 저거를 사야해"라며 곳곳에 붙어있는 고래잇 페스타 현수막을 가리키며 지나갔다.
이마트는 최근 고래잇 페스타 등 대규모의 할인행사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매달마다 개최되고 있다.
이에 더해 초저가 강수를 또 한번 뒀다. 바로 5K 프라이스로다.
5K 프라이스 상품은 하나의 존에 총 집결해 놓은 것이 아니라 마트 곳곳 다양한 카테고리 매대마다 초저가 기운을 뿜으며 다른 브랜드와 함께 속속 놓여있다.
기자 눈에는 '요즘 금값'이라 불리는 김이 눈에 들어왔다. 5K 프라이스 히말라야 핑크소금김(12봉, 3,980원)이 보였다. 바로 옆 유명 브랜드 김은 12봉 묶음이 약 7,000~8,000원대인데, 이와 비교하면 히말라야 핑크소금김은 절반 가격이다.
대개 5K 프라이스 상품은 동종의 익히 잘 알려지고 유명한 브랜드 제품보다 약 절반치로 저렴했다.
이마트가 약 3주간 체크한 소비자 초기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했다. 특히 "일단 싸니까 집어든다"는 소비자 반응은 가격 민감도가 커진 시장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초저가'라는 점만으로도 5K 프라이스가 굉장한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을 기자는 체감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5K 프라이스를 출시한 지난 8월 14일부터 지난 9월 3일까지 이마트와 에브리데이 매출액 기준 1위에 오른 상품은 ‘5K 프라이스 스페인 냉동 대패 돈목심 (500g, 4,980원)’이었다.
보통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냉동 육류보다 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100g당 가격도 최저가 수준인 996원으로 낮춰 21일간 무려 9만6,000팩이 판매됐다.
매출 수량 기준으로는 ‘5K PRICE 맛있는 두부(400g)’와 ‘5K PRICE 맛있는 콩나물(400g, 980원)’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간 두부는 17만4,000개, 콩나물은 14만3,000여개가 판매됐다. 두부와 콩나물 모두 유사한 품질의 브랜드 상품 보다 최대 50% 저렴한 980원이라는 가격에 매장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것으로 이마트 측은 분석했다.
5K 프라이스는 이마트(대형마트)와 에브리데이(슈퍼) 합병 이후 동시 판매되는 첫 PL이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이마트는 지난해 에브리데이와 합병해 통합매입 체계를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PL 기획 단계에서부터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 이 같은 역량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지속가능할 수 있는 초저가' 5K 프라이스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매출에서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예컨대 깐메추리알은 원래 이마트와 에브리데이에서 매출의 큰 편차 없이 꾸준히 판매되는 상품군인 가운데 가격을 15%가량 낮춰 ‘5K PRICE 깐메추리알 (500g, 4980원)’을 출시하자 해당 분류의 매출이 13% 가량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깐메추리알을 구매하지 않았던 고객들도 5K 프라이스 덕분에 새롭게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고 이마트 측은 분석했다.
흔히 유통제조업체가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게 되면 동종인 기존 상품 매출이 감소하는 카니발리제이션 현상이 발생하고는 하는데, 이와는 무색하게 이번 5K 프라이스 깐메추리알은 이마트와 에브리데이의 기존 관련군 매출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매출 시너지 뿐 아니라 5K 프라이스의 존재를 통해 "이마트는 '할인점'이다" "이마트는 '초저가다'"라는 소비자 인식을 각인시키는 데 주효하고 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피코크, T스탠다드 등 다양한 자체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5K프라이스는 이 시대에 맞는 이마트 PL 전략의 최신 진화판으로, ‘노브랜드’가 중저가 가성비, ‘피코크’가 프리미엄 HMR(가정간편식), ‘T-스탠다드’가 대용량인 것과 비교해 ‘5K 프라이스’는 초저가 생활 밀착형으로 포지셔닝됐다.
다만 아직 5K 프라이스라는 PL의 인지도가 낮은 만큼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익숙한 기존 브랜드 제품을 묶음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50대 주부는 5K 프라이스를 둘러보다가 바로 옆 브랜드 제품을 결국 집어들며 "저거(5K 프라이스)와 비교했을 때는 비싸지만 (손에든) 이게 국산이고 1+2이니까 이 가격대면 꽤나 합리적이라 구매"라고 평했다.
이렇듯 품질에 대해서는 국내산이냐, 중국산 등 외국산이냐에 따라 품질차가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소비자 인식이 있다. 실상 과거 여느 기업에서 운영된 자체브랜드는 '싼게비지떡'이라고, 품질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걸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트에 따르면 5K 프라이스 상품의 약 25%는 글로벌 제조사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개발된 상품으로, 글로벌 소싱 시너지를 발휘해 가격대를 낮춰도 품질면에서는 제고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예컨대 ‘5K PRICE 스페인 NFC 오렌지주스 100%(3,980원)’는 오렌지 과육이 담긴 냉장 착즙주스로 세계적인 오렌지 산지인 스페인에서 매달 컨테이너 단위로 들여온다. ‘5K PRICE 천연펄프 3겹 화장지 30m 12롤(4,480원)’과 ‘5K PRICE 휴대용 면도기 3중날 10입(2,980원)’은 글로벌 유통 업체의 OEM 제조로 유명한 헝안그룹과 시루이 회사를 새롭게 발굴해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였다.
아울러 5K PRICE 올리브오일 (250ml, 4,980원)의 경우 유럽 현지에서 이마트가 직수입한 상품이다. 그럼에도 출시 3주 만에 2만7,000병이 팔리며 바이어가 긴급히 추가 물량을 확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예상 보다 빠른 판매 진도율에 바이어는 당초 내년 2월 입고 예정이었던 2차 물량 선적일정을 한달 가량 앞당겼다. 수입산이라도 품목에 따라 5K 프라이스의 초저가 경쟁력이 다른 양상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많은 고객들이 5,000원 미만이라는 명확한 가격과 이마트의 상품 개발 노하우를 믿고 ‘5K PRICE’을 구매해주고 계신다. 고객의 장바구니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가격 혁신’을 이어갈 상품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