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 사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집단분쟁조정 개시…민사소송 가능성 '주목'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SK텔레콤(SKT) 해킹 사태와 관련 과징금 1,348억원 부과로 제재 처분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SKT와 서비스 이용자 간 집단 분쟁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SKT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집단 분쟁 조정안을 수락하면 시간 소요가 최소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면 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분쟁 참여자들이 SKT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분쟁 참여자가 이동통신사로부터 입은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민사 소송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1일 SKT의 유심 해킹 사고에 관한 집단 분쟁 조정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지난 4월 18일 SKT는 이동통신 가입자의 유심 정보 유효성을 확인하는 장비인 ‘홈 가입자 서버(HSS)’가 해킹 공격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5월 9일에는 소비자 58명이 이번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집단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여러 기관이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추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절차 개시를 잠정 보류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민관합동조사단이 유심 정보 25종 유출과 SKT의 계정 관리 부실 등을 확인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다시 개시 여부 심의에 착수했다.
심의 결과 피해 소비자가 50명 이상이고 사건의 핵심 쟁점이 사실과 법률 양 측면에서 공통적이라고 판단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집단 분쟁 조정 절차를 시작하기로 이달 1일 결정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오는 26일까지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 및 일간 신문을 통해 절차 개시를 공고하고,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공고가 종료된 날로부터 최대 90일 이내에 조정 결정을 내리게 된다. 즉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분쟁 조정 결과는 올해 12월 25일 전에 나온다.
SKT 관계자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집단 분쟁 조정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분쟁 조정 대비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집단 분쟁 조정안이 나와봐야 의사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통신사 분쟁 조정안 불응…장기 법정 다툼 불가피할수도
과거 사례를 보면 이동통신사들은 분쟁 조정안을 받아들이기 보다 불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집단 분쟁 조정 결정은 재판상 화해 효력이 있긴 하지만 당사자(기업)가 수락해야만 효력이 발생하는 등 강제 이행이 불가능하다. 제도상으로도 불응을 별도로 기록·공시할 의무가 없으니 기업은 조정에 응하지 않고 민사에서 다투는 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집단 분쟁 참여자들이 참고할 사례로는 KT의 2014년 해킹 사태가 있다.
KT는 지난 2014년 3월 이전 7개월간 고객 981만여명의 개인정보 1,170만여건이 유출한 바 있다. 당시 해커는 KT 가입자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은행계좌, 카드 결제번호 등의 개인 정보를 탈취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400여명이 KT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을 비롯해 지난해 2018년 10월 항소심에서 KT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앞서 KT는 2012년 가입자 870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해킹 사건에서도 자사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법원은 피해자 1인당 10만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항소심은 “KT가 기술적·관리적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KT의 책임을 부정했다. 이후 2018년 대법원 역시 KT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SKT가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집단 분쟁 조정안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조정 권고 불응 후 분쟁 참여자들이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민사 소송에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