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열흘짜리 위원장, 취임하면 뭐 하나”…이억원 “적절하지 않다”

2025-09-02     유안나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여야 ‘금융위 해체설’ 공방
테슬라·스트래티지·엔비디아 투자 지적에 “美 시장 경험 위해”
겹치기 근무 억대 보수 수령 지적에는 “통상적 수준 보수 수령”
“6·27 대책 차질 없이 추진…MBK·홈플러스 사태 신속 검토”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가 2일 진행 중인 가운데, 여야는 금융위 해체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을 이어졌다. 해체가 임박한 금융위원장 취임 청문회가 무의미하다는 야당의 지적에, 이 후보자는 금융위 해체는 정해진 게 없어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맞섰다.

야당 정무위 간사인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이번 청문회는 금융위원회가 존치한다는 전제하에 진행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며 “(9월 25일까지) 10여일만 근무할 위원장 같으면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국민의 조롱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언론에 나온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이 확정안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여당 간사인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전날 당정 간담회에서 금융당국 개편안을 논의한 것은 맞지만, 국정기획위 안을 토대로 논의했을 뿐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간담회는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해체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은 전날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 대통령실과 금융당국 개편안을 담은 경제부처 조직 개편안을 논의한 것이 알려지면서 핵심 쟁점으로 불거졌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관련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할 방침이다. 이날 청문회는 야당의 반발로 오전 한 때 정회됐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위가 맡은 국내 금융정책은 기재부로 이관하고,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을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을 검토해왔다.

여야 간 논쟁이 격해진 가운데, 이날 이억원 후보자는 ‘금융위 해체설’에 대해 “(찬반 등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금융위를 지키려는 소신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는 “만약 내용이 공개되고 제게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생기면 필요할 때 필요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국내 주식보다 미국 주식 보유 비중이 더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직 생활 동안에는 주식을 잘 못했다”며 “시장 경험 차원에서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테슬라와 스트래티지, 엔비디아 등 미국 우량 주식에 집중 투자했더라”며 “국장이 아닌 미장에 집중 투자하는데 누가 코스피에 투자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이 정부에서 금융위원장 수장 후보자로서 보기 안 좋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투자 심리는 어떤 것인지 보기 위해서였다”며 “총 7,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고 이 중 1,100만원을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 나머지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형태로 국장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차관 퇴직 후 다수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며 억대 보수를 받았다는 ‘겹치기 근무’ 지적에는 “사외이사 세 개를 동시에 한 것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과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기재부 차관 퇴임 이후 여러 회사의 사외이사로 근무하면서 6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이 후보자는 “통상적인 수준의 보수를 수령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2022년 5월 퇴직 이후 그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과학기술대 석좌교수,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이브로드캐스팅 사외이사·감사위원, LF 사외이사, CJ대한통운 사외이사, 한국금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 등으로 재직했다.

이 후보자는 “사외이사도 공직자 취업심사를 받아 수행했다”며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고 경험 필요하다고 생각해 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수도 회사 수준에 따라 받는다”면서 “월 500만원 정도로 다른 사외이사 동일하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도 밝혔다. 최근 금융당국은 MBK파트너스를 추가 현장 조사한 데 이어 제재 절차에도 착수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후보자는 MBK파트너스 처리 방향을 묻는 말에 “검찰 수사 부분 이외에도 금감원에서 조사할 것은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중대한 위법 행위 발견 시 상응 조치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최근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악화되고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통상정책 변화 등 대내외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서민과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고 밝핬다.

이 후보자는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제 전반의 혁신과 이를 선도하고 뒷받침할 금융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생산적 영역’으로의 자금 공급 확대 ▲공정하고 활력 있는 자본시장 ▲취약계층의 과도한 채무 부담 완화 및 금융 접근성 확대 ▲금융소비자 보호체계 강화 ▲확고한 금융시장 안정 등 5가지 방향에 중점을 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