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친환경차 150만대 돌파…EV 시험대는 이제부터
세제 혜택 축소·충전망 부족...EV 수요 둔화 요인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차 누적 판매 150만 대를 돌파했다. 2011년 첫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 이후 14년 만에 이룬 성과로,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전기차까지 전동화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며 시장 입지를 넓혀왔다.
그러나 본격적인 '전기차 체질 전환'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배터리전기차(BEV) 수요 둔화와 미국 내 정책 변화, 충전 인프라 격차, 가격 경쟁력 확보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미국 시장 친환경차(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차) 판매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전체 판매의 20%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 기준 21% 안팎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투싼·싼타페 하이브리드와 아이오닉 5가 판매 성장을 견인했고, 니로·코나 EV 등 보급형 전동화 모델도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하며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췄다.
이 같은 판매 흐름은 정책 변수와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현대차의 체질적 강점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리선치센터 연구원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는 스텔란티스, 포드, Mazda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업체에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반면 관세가 장기화될수록 현대차의 마진 방어력과 하이브리드(HEV)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재 속에서도 불안 요인은 적지 않다.
미국 전기차 시장 전체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세제 혜택 축소와 충전 인프라 격차 등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현대차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2023년 7.6%에서 2024년 8%대까지 점유율이 오르며 성장했지만, 2025년 들어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오는 9월 말 이후 연방 세액공제가 단계적으로 종료되면 수요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보도를 통해 "연방 지원이 사라질 경우 미국 내 EV 신규 등록이 최대 27% 급감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전하며, 자동차 업체들이 인센티브 강화와 가격 인하 등 대응책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충전 인프라 부족 역시 현대차가 넘어야 할 벽으로 꼽힌다. 미국 내 공공 급속 충전망은 여전히 지역별 편차가 크고, 농촌·교외 지역에서는 이용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 확대 및 충전 편의성 제고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은 전기차 등록은 크게 늘었지만 공공 충전소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고, UCLA·USC 연구에서도 저소득·다세대 주거지역은 충전소 접근성이 고소득 지역에 비해 최대 73% 낮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에 현대차는 NACS 어댑터 제공을 통해 테슬라 슈퍼차저망 접근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BMW·GM 등과 공동으로 설립한 IONNA 초고속 충전 합작사를 통해 자체 충전망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현대차는 생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 건설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 5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 공장은 연간 최대 5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며, 북미산 요건 충족과 물류비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리스크 대응 카드로 꼽힌다.
현대차는 내년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7’ 출시를 비롯해 제네시스 브랜드 전동화 모델을 순차적으로 투입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