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블록체인컴퍼니, 스테이블코인·웹3로 실적 개선 속도 낸다
상반기 순이익 4억7천만원…매출도 소폭 증가
T월렛·클립 등 웹3지갑 인수로 사용자 기반 확대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안랩 자회사 안랩블록체인컴퍼니(ABC)이 올해 상반기 순손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개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ABC는 웹3·블록체인 지갑 사업 확대와 스테이블코인 사업 전개로 성장세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BC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4억7,12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손실 21억6,386만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억 397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1억950만원) 대비 소폭 늘었다.
지난 2022년 4월 설립된 ABC는 웹3 세상에서 기업들이 블록체인 지갑을 도입할 수 있게 인프라를 개발하고 지원하며, 가상자산 보관을 지원하는 서비스형 지갑(WaaS)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웹3는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플랫폼과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포함한 탈중앙화 차세대 인터넷 기술을 통칭한다.
WaaS는 지갑 생성, 키 관리, 보안, 멀티체인 연동 기능을 응용프로그램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형태로 지원하는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다. 이를 활용하면 기업은 자체 지갑 백엔드를 구축하지 않고도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에 손쉽게 지갑 기능을 연동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지갑 백엔드는 단순히 지갑 앱(프론트엔드 화면)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지갑의 핵심 기능을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는 서버·시스템 인프라를 의미한다.
장기적으로 ABC는 수수료 문제로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불가능했던 초소액 결제인 ‘마이크로 페이먼트’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주영 안랩블록체인컴퍼니 총괄리더는 “WaaS 서비스 관련 궁극적 목표는 로봇이나 어떤 물리적 기기에 탑재가 돼서 마이크로 페이먼트 쪽에도 쓰일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BC는 WaaS를 포함한 블록체인 지갑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2023년 자체 개발한 ‘ABC월렛’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SK텔레콤의 웹3 지갑 ‘T월렛’과 대체 불가능 토큰(NFT) 거래소 ‘탑포트’를 인수했고, 현재 SK텔레콤의 탑포트를 ABC에 맞게 재구성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웹3 사업을 매각하면서 ABC 지분 19.5%를 확보했고, 올해 10억원을 추가 출자해 지분을 30%로 늘리며 ABC 2대 주주가 됐다. 이는 자체 블록체인 사업은 접었지만, ABC를 통해 명맥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출자로 풀이된다.
ABC는 2024년 4월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엑스로부터 개인 지갑 ‘클립’과 개발자 지갑 ‘카스’를 10억원에 확보했다. 이를 통해 국내 주요 전자지갑을 잇달아 흡수하며 사용자 기반을 확대했다. 더불어 ABC는 클립 인수 시 일부 전문 인력까지 영입해 인재 경쟁력도 확보했다.
◆스테이블코인 사업 진출…원화 결제 검증 완료
ABC는 스테이블코인 사업도 본격 진출에 나섰다.
스테이블코인은 원화와 달러, 유로화 등 법정화폐와 1대1로 가치가 연동된 가상자산을 가리킨다. 지난달 17일 미국 하원이 ‘스테이블 코인 국가 혁신 지침 법(지니어스 법)을 가결 처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날 서명함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미 연방 제도권에 편입됐다. 지니어스 법은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위한 법안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인정함과 동시에 금융 안정성 강화를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이 미국에서 정식 발효됨에 따라 원화 스테이블코인 국내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은행권이 스테이블 코인 발행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ABC는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지난달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 오픈에셋과 손잡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술 검증을 마쳤다. ABC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자산 보관을 맡고, 오픈에셋은 은행 연계와 결제 처리를 담당하는 구조로 통합 결제 경험을 제공했다. ABC는 직접 발행 대신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는 전자지급결제대행 업체(PG) 등 기업에 블록체인 지갑 플랫폼을 공급하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ABC는 또 자사의 ‘시큐어MPC’ 기술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보관과 결제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큐어 MPC 기술은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 거래의 여러 참여자가 각자 투입하는 정보를 비밀로 하면서 특정 결과를 안전하게 도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다수의 기업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 중이며, 특히 PG사들은 기술 부족으로 외부 파트너를 찾고 있어 ABC에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다.
ABC는 이미 T월렛, 클립 등 대기업 지갑을 인수하며 국내 최대 사용자 기반을 확보했고, SK텔레콤이라는 2대 주주를 두고 있어 협력에도 유리하다. ABC는 이를 바탕으로 수요처를 다변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