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자사주 소각 박차… SKT, 2조5천억 소각
정부,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 발의…이통3사, 주주가치 제고 속도
자사주, SKT 2.5조원·KT 8천억원·LG유플러스 1천억원 소각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여당이 지난달 기업의 자사주(자기주식) 의무 소각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이에 앞다퉈 자사주 소각에 나서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창사 첫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고 KT는 2009년부터 누적 소각 규모가 약 8,000억원, SK텔레콤(이하 SKT)은 2006년부터 2조5,000억원에 가까운 자사주를 소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T의 자사주 누적 소각 규모는 2조5,000억원으로 이통3사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T 대비 약 3배에 달하며, LG유플러스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꾸준한 자사주 소각 행보로 인해 SKT는 이통3사 가운데 의결권이 없는 자기주식 수가 가장 적다. SKT의 자기주식 수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180만7,778주인 반면 KT의 자기주식 수는 994만5,243주, LG유플러스의 자기주식 수는 678만3,009주로 집계 됐다.
자사주는 기업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직접 매입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다. 자사주 특징은 의결권과 배당금이 없고, 재무제표상 자산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기업이 자사주 소각을 하는 주요 목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 ▲주가 부양 ▲적대적 인수 방지 ▲재무지표 개선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소속 김남근 의원은 지난달 7일 자사주를 취득한 지 1년 이내에 반드시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김현정 의원은 같은 달 16일 자사주 취득일로부터 3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 여당에서는 제도 도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자사주 소각 결정이 항상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례에선 소각 이후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그럼에도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것은 회사가 그만큼 재무적으로 여유가 있고, 이익잉여금을 줄이는 데 부담이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SKT의 이익잉여금은 약 23조543억원, LG유플러스의 이익잉여금은 5조4,661억원, KT의 이익잉여금은 14조7,399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통3사 모두 2023년 말 대비 이익잉여금이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는 지난 5일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이는 LG유플러스가 2021년 창사 최초 자사주 취득 물량에 대한 회사의 첫 자사주 소각이다. 구체적으로 이 회사는 자기주식 678만3,006주를 액면가인 주당 5,000원에 소각했으며 이는 전체 발행주식 수 대비 1.55% 규모다.
여기에 LG유플러스는 4년 만에 800억원 가량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한다고 지난달 21일 공시했다. 추가 매입되는 자사주는 지난달 18일(전일 종가) 기준 1만4,990원으로 산정 시 533만6,891주이며, 소각 전 전체 발행주식 수 대비 1.22% 규모다. 추가 매입은 이달 4일부터 1년 이내에 분할로 실시된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중장기 재무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주주 환원 방안을 담은 ‘밸류업 계획(플랜)’을 공시한 바 있다. 이에 기반해 LG유플러스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밸류업 플랜에 포함한 약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검토와 탄력적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다.
KT 역시 올해부터 2028년까지 4년간 총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내용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지난해 11월 공시했다. 앞서 KT는 지난 2009년 4월 5,000억원 규모의 창사 첫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단행한 데 이어 2023년 8월 1,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325만1,048주를 소각했다. 이는 소각 전 발행주식총수 대비 1.25% 규모다. 지난해에도 2,059억원 규모(발행주식총수 대비 2.26%) 자사주 583만9,075주를 소각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실었다. 현재까지 KT의 누적 자사주 소각 규모는 8,059억원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향후 4년간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에 나서게 된다.
다만, 4년간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려는 KT의 계획은 올해 초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됐지만 외국인 지분 한도(49%) 규제로 당장 소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KT가 매입한 주식을 소각할 경우 외국인 지분 한도 49%를 넘어서게 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조는 외국인이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의 지분을 49% 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 한도 규제로 인해 올해 자사주 소각 시점은 불투명해졌다.
KT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이행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다”며 “외국인 지분한도 소진 상황 등을 고려해 향후 소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통3사 중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큰 곳은 SKT다. 이 회사는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자사주 매입 소각을 해 왔으며, 누적 자사주 소각 규모는 약 2조5,000억원에 이른다.
SKT 또한 지난해 10월 KT와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자본 효율성 개선과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인공지능(AI) 비전 등을 포함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SKT는 2026년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2026년까지 연결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주주환원, 2030년 총 매출 30조 원 달성 및 AI 매출 비중 35% 달성 등을 핵심 목표로 밝혔다.
앞서 SKT는 2023년 7월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으며, 2024년 2월 자사주 약 404만주 소각을 단행했다. SKT는 지난 2021년 5월 4일 약 1조9,660억원 규모의 약 869만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하고 같은 달 6일 소각했다. SKT가 소각한 자사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10.8%로 당시 국내 4대 그룹 자사주 소각 사례 중 발행주식 대비 물량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SKT는 2009년 925억원(44만8,000주), 2006년 2,087억원(108만3,000주)의 자사 주식을 소각해, 창사 이래 현재까지 소각한 주식은 총 1,426만주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