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진의 리뷰]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시각적 쾌감의 연타

2025-08-13     심우진 기자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고토게 코요하루 원작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혈귀의 본거지 무한성에 떨어진 귀살대와 최정예 혈귀인 상현들과의 최종 결전을 다룬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앞서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인 2020년 5억달러를 벌어들여 당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국내에서는 22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후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연이은 흥행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되었던 일본 극장가를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 일본 자국 영화 흥행 수입은 글로벌 OTT 공세 속에서도 2024년 기준 1,558억엔을 기록하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421억엔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강력한 IP를 바탕으로 일본 영화 산업을 견인, 현재 흥행 수익 200억엔을 돌파하며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TV 애니메이션 4기 '귀멸의 칼날: 합동 강화 훈련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 상현 혈귀 도우마, 카이가쿠, 아카자와의 혈투

십이귀월의 수장으로 지독한 악행을 거듭해온 메인 빌런 무잔은 귀살대 당주 카가야의 공격으로 큰 타격을 입고, 혈귀 나키메가 만든 무한성 안에 몸을 숨긴다.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와 귀살대 대원들은 끝없이 확장하고 변형하는 무한성의 미로 속 어딘가에 숨어있는 불구대천의 원수 무잔을 찾아내기 위해 전심전력으로 혈귀들과 맞서 싸운다.

영화는 도우마, 카이가쿠, 아카자 세 상현 혈귀와의 싸움을 중심으로 155분의 러닝타임을 밀도감 있게 채운다. 무잔을 섬기는 만세극락교 교주인 도우마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는 시노부의 전투 파트는 원작 이상으로 확장된 연출로 캐릭터 감정선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번개의 호흡 1형 외의 모든 기술을 습득한 카이가쿠와 오직 번개의 호흡 1형만 사용할 수 있는 젠이츠의 대결도 압권이다. 같은 스승 아래 성장했지만,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 둘 사이의 메꿀 수 없는 감정의 골을 시각적으로 승화한 전투 시퀀스는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안긴다.

이 영화의 부제가 '아카자 재래'인 만큼 무한열차편에서도 등장했던 아카자와 탄지로·기유 콤비의 혈투 장면은 극 중 최고의 하이라이트이자 클라이맥스다. 악인으로만 여겼던 아카자라는 인물이 왜 극단적으로 강한 힘에 집착하며 흑화했는지, 그의 캐릭터 아크를 깊이감 있게 서술한다. 혈귀 이전 인간 시절 아카자의 순수함, 선량함 그리고 헌신적 순애를 조명하며 감정적 울림을 불러일으킨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 압도적 비주얼과 기술적 완성도로 관객 압도

이 영화는 제작사인 ufotable의 축적된 애니메이션 기술의 완성도가 집약된 작품이다. 특히,  원작 속 무한성의 시각화가 '압권'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3D CG 렌더링 기간을 10년에서 1년 6개월로 단축해 구현했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끊임없는 구축과 변형을 반복하며 무한히 이어지는 공간은 관객에게 입체적 감각과 감정적 자극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무한성에 빠진 귀살대가 느끼는 감옥 같은 공간 감각과 공포를 공유해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결과적으로 무한성은 배경에 머물지 않고 그 자체로 서사와 감정의 축이 돼준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압도적인 비주얼은 이뿐만이 아니다. 귀살대와 혈귀의 전투 장면은 상승과 낙하를 반복하며 360도 회전하는 입체적인 카메라 워크와 모션 디자인, 이펙트 표현 조합을 통해 최고의 액션 완성도를 보여준다. 연속된 액션 호흡과 리듬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면서 클로즈업, 슬로우 컷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관객에게 액션 시퀀스의 정점을 선보인다. 시각과 청각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대표적인 예로는 젠이츠와 카이가쿠의 전투에서 최초 발현되는 폭발적인 번개의 호흡 연출 장면을 들 수 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사운드 믹스에서도 청각과 시각의 만족감을 동시에 구현한다. 타격감 있는 효과음은 공간 감각을 정교하게 전달한다. 또한, 폭발적인 전투 장면에 걸맞은 빠른 템포의 스코어를 배치해 액션 장면의 몰입감을 강화한다. 

아카자의 과거 회상 장면에서는 음악이 정서적으로 완벽하게 작동하면서 감정의 파도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낸다. 시이나 고, 카지우라 유키 음악감독 콤비가 작곡한 스코어는 판타지적 코러스, 오케스트라, 재즈,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해 희망, 분노, 격정, 카타르시스 등의 정서를 음악적으로 연결해 감정선의 깊이를 더한다. 

하나에 나츠키, 시모노 히로, 마츠오카 요시츠구 등 성우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 연기도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미세한 호흡의 내적 연기부터 거칠고 박력 넘치는 액션 장면의 발성 연기까지 감정 전환의 순간을 완벽하게 표현, 극의 감동 포인트를 만들어나간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 기술적 화려함에 교과서적 연출 구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전투 연출의 미덕인 기술적 화려함은 물론 감정적 결합을 통해 캐릭터의 내적 변화와 서사의 클라이맥스를 이끌어내는 교과서적인 연출이 잘 구현된 작품이다. 하지만 전투 장면에 이어지는 플래시백과 독백 장면이 반복되면서 한껏 고조된 분위기의 고점을 낮추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시노부 vs 도우마 대결처럼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 강화에 성공하는 파트도 있지만, 그렇지 않게 느껴지는 장면들도 있기에 전체 서사의 템포 리듬을 불균형하게 만들기도 한다.

반면, 회상 장면은 '귀멸의 칼날'을 잘 모르는 관객에게는 훌륭한 해설 장면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따라서 '귀멸의 칼날'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장점으로 볼 수도 있다. 무한성 3부작 중 1편에 해당하는 이야기임에 따라 서사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도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 기술을 한계까지 몰아붙여 스크린을 찢을 듯한 기세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구현한 작품이다. 작은 화면과 사운드 구현 환경에서는 놓칠 수밖에 없는 시청각 정보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시각적 쾌감의 연타를 선사하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155분이라는 관객의 시간을 마지막 순간까지 값지게 채워주는 작품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제목: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劇場版「鬼滅の刃」無限城編 第一章 猗窩座再来)

감독: 소토자키 하루오

음악: 시이나 고, 카지우라 유키

목소리 출연: 하나에 나츠키, 키토 아카리, 시모노 히로, 마츠오카 요시츠구 외

제작: ufotable

수입: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배급: CJ ENM

관람 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55분

개봉: 2025년 8월 22일

평점: 8.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