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만으로는 안된다”…상장 건설사 톱5, 하반기 전략은
해외시장 공략 힘모을 듯…"원자력, SMR, 에너지 분야 관심"
[SRT(에스알 타임스) 최나리 기자] 2025년도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건설사들의 시선은 이미 하반기를 향해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과 이익에서 희비가 교차했던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한 해 성과가 달렸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건설시장 불황으로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하반기 대형건설사들이 국내 수주 보다 해외시장 공략에 힘을 모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반기 해외수주 분야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는 게 그 이유다.
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수주 실적은 247개사가 88개국에서 258건, 310억1,000만달러(한화 42조9,271억4,300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9.0% 훌쩍 뛴 수치다. 지역별 분포는 유럽 63.5%, 중동 18.0%, 북미·태평양 8.8% 순으로, 공종별로는 산업설비 84.1%, 건축 9.7%, 토목 2.2%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원전 등 발전분야 수주가 활발했는데, 에너지 안보 및 전력 수요 증가 영향으로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현대화 사업, 사우디 루마·나이리아·PP12 복합화력발전 사업 등 지난해에 이어 다수 발전분야 공사 수주가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 상장 건설사 톱5의 글로벌 전략이 두드러진다.
삼성물산은 올해 상반기 UAE 발전소, 호주 BESS 등 잇달아 수주하며 민간기업 중 해외수주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달에는 UAE원자력공사(ENEC, Emirates Nuclear Energy Company)와 글로벌 원자력 발전 관련 개발과 투자를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계기로 삼성물산의 원전·인프라 분야 사업수행 경험과 UAE원자력공사의 원전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자력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글로벌 시장 신규 원전 건설, 재가동, 기존 부지 M&A 등 원전 프로젝트 협력 ▲글로벌 시장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사업 투자와 개발 협력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 원자력 기반 수소 생산 사업 협력 ▲원자력 서비스, 장비업체 투자 등을 주요 내용을 토대로 전략적 협력 로드맵을 개발할 방침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2월 사우디 전력청(SEC)이 발주한 ‘태양광 발전 연계 380㎸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를 연달아 수주한 데 이어 지난달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와 ‘첨단 에너지 및 인텔리전스 캠퍼스 공동 개발을 위한 MOU’를 맺었다.
페르미 아메리카가 추진하는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 텍사스주 아마릴로 외곽의 약 2,335만㎡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 민간 전력망(HyperGrid™) 캠퍼스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페르미 아메리카는 차세대 인공지능(AI) 구현에 필수적인 기가와트(GW)급 전력망 구축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에너지 디벨로퍼다. 미국 전 에너지부 장관 릭 페리(Rick Perry)가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양사는 ▲원자력 기반 하이브리드 에너지 프로젝트 공동 기획 ▲프로젝트 단계별 세부 업무 패키지 개발 ▲기본설계(Front-End Engineering Design, FEED) ▲연내 EPC 계약 추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한다. 여기에 ▲정기 실무협의체 운영 ▲전략 과제 공동대응 등을 통해 실질적 협력체계를 견고히 다져나갈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3월 한전원자력연료와 손잡고 국내외 원자력사업 공동개발 및 기술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첫발을 뗐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국내외 원자력사업과 핵연료사업에 대한 공동연구, 기술교류, 협의체 운영 등 상호협력을 공고히 나갈 계획이다.
또한 대우건설은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아프리카와 투르크메니스탄 등 전략 거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6월(현지시간) 정 회장은 아프리카 모잠비크를 방문해 다니엘 프란시스코 챠포(Daniel Francisco Chapo) 모잠비크 대통령을 예방하고 현안을 논의했다. 같은 달 말에는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해 국가최고지도자, 대통령, 각 부처 부총리 등 고위급 인사를 연이어 예방하고, 현지사업 확대와 협력강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올해 상반기 1조원 규모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 비료공장 본계약 체결 및 시공주관사로 참여하는 팀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계약체결 등 해외사업을 이어온 대우건설은 하반기에도 최고경영진의 지속적인 관심과 네트워크 강화 노력을 토대로 주요 해외 전략 거점으로 성장시켜 나간다는 목표다.
DL이앤씨는 인도네시아 수력발전소 건설사업에 참여한다. 지난 3월 DL이앤씨는 한국중부발전이 대주주로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 PT. 시보르파 에코 파워(PT. Siborpa Eco Power)와 1,500만달러(한화 약 22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DL이앤씨는 2030년 8월까지 발주처를 대신해 설계·시공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CM을 맡는다. CM은 프로젝트 경험과 프로세스에 대한 높은 이해를 요구하는 기술집약적 업역으로 알려졌다.
PT. 시보르파 에코 파워는 인도네시아 시보르파 수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이다. 해당 수력발전소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동부 빌라(Bilah)강에 114메가와트(㎿) 규모로 건설되는데, 발전소가 완공되면 1년간 현지 인구 약 10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1990년대 수력발전 사업 시작 후 국내 업계 최다 시공 실적을 가진 DL이앤씨는 인도네시아에서 다수의 시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에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양수발전소 ‘어퍼 치소칸 수력발전소’를 착공했고,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카리안댐’을 준공했다.
GS건설은 세계에서 10번째이자 동남아시아 최초로 싱가포르에 들어서는 종합 철도 시험센터(SRTC) 사업에 참여해 지난 4월 준공식을 마쳤다.
싱가포르 종합 철도 시험센터(SRTC) 공사는 총 면적 5만40,000㎡ 부지 내 위치하고, 다양한 도시철도의 각기 다른 전원공급 방식, 차량 규격, 시스템을 통합해 하나의 시설에서 내구성과 성능·연계 호환성, 최고속도 성능을 시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이달 말에는 싱가포르 남동부 창이공장 인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이자 세계 최초의 빌딩형 차량기지 T301 준공을 앞뒀다. GS건설이 2016년 3월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으로부터 단독 수주한 T301 프로젝트는 당시 LTA가 발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바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싱가포르 지하철 3개 노선의 차량기지 공사로 32만㎡ 부지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지하철 차량기지와 지상 1층~4층 규모의 버스 차량기지가 자리한다. 지하철 차량기지는 3개 노선, 총 985량의 지하철 차량 수용이 가능하고 버스 차량기지는 815대까지 수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올해 세계건설시장은 지난해 대비 2.6% 성장한 14조8,000억달러(한화 약 2경1,458조원)로 전망된다”면서 “산업설비 대형화에 따른 자체 발전설비 구축 수요 증가, EV·AI·데이터센터에 대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친환경 에너지 전환 필요성 등 발전 설비에 대한 수요 확대에 따라 원전, SMR,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원유 생산 확대 기조, 선진국 및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 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 유가 하락 시 산유국, 특히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재정 여건이 악화돼 해외건설공사 발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