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격변하는 유통시장② - 존폐기로에 선 마트

2025-08-03     박현주 기자

유통시장은 격변하고 있다. 기존 양분된 오프라인과 온라인 업체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다. 오프라인 업체가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온라인 업체가 오프라인 거점으로 사업을 편다. 이같이 업 경계가 허물어지며 수익확보를 위한 경쟁은 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SR타임스는 격변하는 유통시장의 현재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소비심리 위축과 이커머스 거래 활성화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공룡'이라 불렸던 국내 마트는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및 6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오프라인 13개사, 온라인 10개사)의 오프라인 매출은 0.1% 감소하고 온라인 매출은 15.8% 증가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출 추이가 확연한 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온오프라인 업체 전체 매출에서도 오프라인 매출 비중 46.4%, 온라인 매출 비중 53.6%를 기록하며, 온라인 매출 비중이 오프라인 매출 비중을 추월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13개사는 백화점으로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대형마트로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편의점으로는 GS25·CU·세븐일레븐, 준대규모점포(SSM)로는 이마트에브리데이·롯데슈퍼·GS더프레시·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해당된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상반기 오프라인 업태 추이에 대해 "지난 5년간 이들 오프라인 업태는 명품 소비, 근린형(집근처) 업채 선호 등에 따라 백화점, 편의점, SSM 중심으로 성장했다"며 "하지만 1인 가구 확대에 따른 소량 구매 추세와 온라인 장보기 확대 등으로 대형마트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대형마트 매출의 경우 소비심리 위축과 온라인 구매 대체, 매장수 방문고객(구매건수)의 지속 감소 등으로 1.1% 역성장했다.

​​◆'기업회생' 밟는 홈플러스, 당분간 경영정상화 '불투명'

국내 대표 마트 중 하나인 홈플러스는 현재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부채 등 경영난으로부터 비롯된 회생절차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의 최대주주 사모펀드 MBK는 매각하기 전 홈플러스 인수합병(M&A) 추진에 나섰다. MBK는 보유한 2조5,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를 무상 소각하고 경영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홈플러스 청산가치(약 3조7,000억원)가 계속기업가치(2조5,000억원)보다 크다고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평가받은 데서 기인한다.

이에 홈플러스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노조는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게 책정된 것은 MBK가 홈플러스를 차입매수 방식으로 인수한 뒤 막대한 금융비용 부담을 초래하고 유통사업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치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점포 매각, 사업부 분할매각, 또다시 모펀드에 매각하는 방식이 결국 홈플러스를 산산조각내고 손을 터는 명백한 '먹튀' 시도라고 비판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이슈로 마트의 존립세 대한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

현재 홈플러스는 일부 점포를 정리하면서도 고용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홈플러스는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원매자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엑시트 자금회수와 경영정상화의 의지가 간극을 보이는 만큼 홈플러스의 앞날은 아직 '불투명'하다.

▲스타필드 마켓 동탄점 전경. ⓒ이마트

◆이마트의 돌파구는? "비용효율 가속…온라인 품고 본업경쟁력 강화"

이마트는 홈플러스 경영 위기 속에서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특히 비용효율화와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빠르게 실적을 반등시키고 있다. 지난해 첫 적자를 기록한 이후, 통합 ERP 시스템과 매입·재고·물류 일원화 전략을 기반으로 초저가 경쟁력을 강화하며 수익성을 회복 중이다.

이마트는 '통합 이마트' 체계를 구축하며 이마트,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에브리데이 등에 대해 전사적 자원 관리시스템 등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량 구매와 유통 효율을 극대화하며 대규모 할인행사 등 공격적 마케팅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체류형 콘텐츠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스타필드 마켓’은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공간 혁신 모델로, 죽전·킨텍스·동탄점 등을 중심으로 쇼핑과 휴식을 결합한 경험형 매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SSG닷컴과 G마켓의 수익 구조 개선을 목표로 디지털 전환과 자사몰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계획이다.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를 통해 전체 기업가치 제고를 노리고 있다.

대표 PB인 ‘노브랜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 속 가성비를 앞세운 신제품 개발과 편의점·슈퍼까지 판매 채널을 확장하며, 올해 연매출은 1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롯데마트 하노이센터점 매장 입구 전경. ⓒ롯데쇼핑

◆K그로서리로 힘싣는 롯데마트, 마트의 한계 '해외 확장' 뚫나

롯데마트는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내며 전통 대형마트의 한계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이는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백화점과 할인점의 실적이 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특히 하노이 웨스트레이크몰의 매출은 21.9% 늘며 현지 유통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롯데마트는 베트남 시장에서 ‘K-그로서리’ 전략을 앞세워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하노이센터점은 리뉴얼 후 매출 15%, 방문객 10%가 증가했고 K-푸드 전문 공간 ‘요리하다 키친’ 도입 이후 즉석조리식품 매출이 35% 이상 성장했다. 전체 매출 중 K-푸드 비중은 40%에 달해 현지 고객 반응이 뜨겁다.

또, 롯데마트는 국내에서도 ‘하이퍼로컬’ 전략을 통해 차별화된 점포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 문을 연 그랑그로서리 구리점은 한 달 만에 방문객 30만명을 돌파했으며, 구리농수산물유통시장과의 협업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가족 단위 체험 콘텐츠로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점포를 온라인 사업의 거점으로 삼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영국 오카도(Ocado)와 협력해 AI 기반 장보기 앱 ‘롯데마트 제타’를 4월에 정식 론칭했으며 구리점을 중심으로 온라인 주문·배송 솔루션을 본격 운영 중이다. 이는 퀵커머스 확대와 함께 미래형 유통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흔들리는 오프라인…업계, 통합융합형 사업 전략 필수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극심한 내수부진 상황에서 소비자 니즈 공략에 힘쓰고있다. 

즉 유통업계는 이제 온·오프라인 경계를 넘는 통합·융합형 사업 전략이 필수라는 데 이견이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쇼핑 거래가 늘다보니 아무래도 사업 전략적으로 온라인몰 운영을 병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 네이버쇼핑 등이 있어 자사 온라인몰은 그에 비교할 수는 없더라도 그럼에도 수요가 있다보니 전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확실히 온라인 소비가 늘다보니 자사 온라인몰 매출 비중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며 "특히 자사몰은  자체 브랜드와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충성고객들이 대개 찾는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본업 경쟁력 확보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 거래가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오프라인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의 본업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체험형 콘텐츠 마련 등이 시도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