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줄이기 팔 걷은 건설사들

2025-07-31     최나리 기자
▲‘D-사일런스 서비스(D-Silence Service) 알림이 울리는 모습. ⓒDL이앤씨

국토부, 올해부터 모든 공공주택 ‘층간소음 1등급’ 의무화

대형건설사 중심 층간소음 저감설계·혁신기술 개발 총력

[SRT(에스알 타임스) 최나리 기자] 아파트 등 공공주택 층간소음이 이웃사이 범죄를 부를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관련 민원 상담 접수건수는 2014년 2만641건에서 2023년 3만3,027건으로 10년 새 60%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 

여기에 정부는 층간소음 갈등 해결을 위해 강력한 규제책을 실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올해부터 모든 공공주택에 ‘층간소음 1등급 수준’을 의무화했는데, 바닥 두께는 기존 21cm에서 25cm로 4cm 두꺼워졌고 기준 소음차단 성능도 기존 49데시벨(dB)에서 37dB로 강화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층간소음 저감설계 및 혁신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조용한 집’이 주거 선택요소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데다 빠르게 달라지는 주거트렌드에 적극 대응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31일 각 사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자체 개발한 특수 완충재와 몰탈을 바탕으로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건축물의 바닥을 구성하는 습식과 건식 시공방식 모두에 대한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층간소음은 일반적으로 가구 등을 끄는 소리와 같은 경량충격음과 아이들이 뜨는 소리와 같은 중량충격음으로 구분되는데, 삼성물산은 두 가지 유형 모두 1등급 기준(37dB 이하)을 만족하는 기술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 특허기술로 구현한 바닥 구조에는 ▲바닥슬라브 250mm ▲지정 완충재 70mm ▲지정 몰탈 50mm가 적용된다. 이러한 고성능 바닥 시스템을 바탕으로 이웃 간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고, 실내 공간의 정온성과 사생활 보호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는 목표다.

현대건설은 지난 7월 미래 주거 선도를 위한 4대 혁신 전략의 하나로 ‘H 사일런트 솔루션’을 통한 층간소음 저감 차별화 기술 시스템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2015년부터 층간소음 저감기술 연구를 선제적으로 추진해 2022년 고밀도 특화몰탈과 고성능 완충재를 적용한 층간소음 저감 1등급 바닥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확보한 이후, 올해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를 시작으로 실제 현장 적용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다.

특히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에 첫 적용된 ‘H 사일런트 홈 시스템 Ⅱ’는 현대건설이 2021년 개발한 ‘H 사일런트 홈 시스템 Ⅰ’을 업그레이드한 기술이다. 고성능 완충재와 고밀도 특화 몰탈 등을 활용해 ‘뜬 바닥구조’ 성능을 극대화한 바닥구조다. 

현대건설은 소음 저감과 충격 흡수에 뛰어난 PET(폴리에스테르)와 PU(폴리우레탄) 등을 고성능 완충재로 사용해 사람이 걷거나 뛸 때 저주파 진동으로 전달되는 중량 충격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스마트 3중 바닥 구조’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 3중 바닥구조는 ▲1단계 내력강화 콘크리트 ▲2단계 고탄성 완충재 ▲3단계 강화 몰타르로 구성됐다. 기존 바닥구조 대비 재료를 두텁게 해 중량충격음을 저감시키는 방식이다.

대우건설은 콘크리트 슬래브에 철근을 추가 시공해 바닥 강성을 제고하고, 자체 개발한 난방배관 설치용 건식 패드를 적용해 몰타르는 기존 40mm에서 70mm으로, 차음재는 기존 30mm에서 40mm로 각각 두께를 증가시켰다.

특히 시공 후 양생까지 최소 3일이 소요되는 기존 공정이 생략 가능해 공사기간 단축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NonNo-LT500(사진 왼쪽)과 NonNo-SP60 이미지. ⓒ롯데건설

DL이앤씨는 국내 최초 개발해 상용화한 층간소음 알림시스템 ‘D-사일런스 서비스(D-Silence Service)’ 시장 적용을 이달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D-사일런스 서비스는 아파트 거실과 세대 팬트리 벽면 등에 설치한 센서가 일정 수준 이상의 바닥진동을 감지하면 월패드로 자동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환경부 층간소음 기준(39㏈(A)) 이상의 소음을 발생시키는 진동이 10초에 3회 이상 발생 시 ‘주의’ 알림, 10초에 6회 이상 발생하면 ‘경고’ 알림이 울린다. 이 서비스를 사용 시 층간소음 기준치를 벗어난 세대에 자동으로 알림이 전달돼 아랫집이 자연스럽게 층간소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대별 층간소음 알림 통계 서비스를 기반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층간소음 분쟁 해결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GS건설은 지난 2월 국내 건축자재기업 LX하우시스와 ‘고성능 층간차음 바닥구조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 협약을 통해 GS건설은 LX하우시스가 층간차음 바닥구조 완충재로 자체 개발한 고성능 폴리우레탄을 아파트 바닥시공에 사용해, 입주 시 바닥충격음 측정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층간차음 바닥구조 개발 연구를 진행한다.

LX하우시스가 자체 개발한 폴리우레탄 완충재가 적용된 바닥구조는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진행한 ‘2024 고성능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기술공모’에 참가해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 모두 층간차음 최고등급인 1등급을 획득했다.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하는 바닥충격음 차단구조는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개발 이후 올 하반기 핵심 사업지를 중심으로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층간소음 완충재 전문기업 아노스와 공동개발한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2종류’로 이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중량 및 경량충격음 모두 가장 높은 등급인 1급 성능을 인정받았다. 

해당 바닥구조는 진동 차단에 탁월한 방진용 금속 코일 스프링을 바닥 완충재에 적용해 충격과 진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이 기술은 기존에 기계·설비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던 방진기술을 건축 바닥구조에 혁신적으로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공동주택의 표준 바닥구조 두께인 320mm(콘크리트 슬래브 210mm+마감 두께 110mm)에서 추가적인 두께 증가 없이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아울러 롯데건설은 지난해 스티로폼(EPS)과 합성고무(EVA)를 적용한 바닥구조를 개발해 LH로부터 2급 및 3급 인정을 받은 데 이어 이번 1급 바닥충격음 차단구조까지 인정받으면서 1~3급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서를 모두 확보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편안하고 안정적이어야 할 집이 어느 순간 두려운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며 “주거 핵심요소로 부각된 ‘조용한 집’을 위해 원천기술을 고도화하고 여러 신기술을 개발하는 등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