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중화 외친 카카오, 전략은 왜 낯선가

2025-07-29     윤서연 기자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소버린 AI' 전략 기조 속에서 기업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AI에 접근해 대중과 만나는 전략을 모색 중이다. 많은 기업들이 독자 모델 개발을 통한 기술 내재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외산 기술과 협업하거나 별도 앱을 통한 실험, 서비스 내 파편화된 적용으로 AI 대중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는 바로 카카오의 AI 전략이다. 카카오가 지난해부터 공개해 온 전략의 세 축은 ‘별도 앱(카나나)’, ‘기존 서비스 내 AI 기능 접목’, ‘외부 모델과의 오케스트레이션’이다. 각각의 방향성은 존재하지만, 이를 하나의 일관된 그림으로 엮어낼 무언가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즉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이에 대한 설명도 복잡하기만 하다.

도리어 카카오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해도 높은 사람이라면 이미 우리의 전략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예컨대, 카카오는 잇달아 자체 언어모델 '카나나' 시리즈를 공개하며 기술 자립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중 공개될 주요 서비스 '카나나' 앱에는 오픈AI 기반 챗GPT API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자 모델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실제 주요 서비스에서 적극 활용하지 않는 전략은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자신이 있다면 왜 냐고 반문을 할 수밖에 없는 와중에 “이해하지 못한다면 됐다”는 카카오의 AI 전략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지원 사업'도 카카오의 선정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외산 기술을 접목해 주요 서비스를 내보이겠다는 전략에서 카카오가 이미 AI 경쟁력에서 밀려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술 내재화보다 대중화를 우선시한다는 기업의 설명과 달리, 전략의 방향성과 실행 방식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 다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 플랫폼을 보유한 사업자라면, 그 전략은 더욱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카카오톡’이라는 기반 위에서 AI 전략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별도 앱 전략과 어떤 균형을 이룰 것인지, 자체 모델과의 조합은 어느 영역에 어떤 기준으로 적용될 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기술보다 전략이 더 쉽게 설명돼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AI는 특정 기술 영역을 넘어 전 국민이 접하게 될 핵심 서비스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 만큼, ‘이해하기 쉬운 전략’ 자체가 또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다만 사용자가 전략의 흐름을 인지하고 공감할 수 없다면, 그 전략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낯설다 말하는 이들에게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라면 이해했을 것”이라는 식의 태도는 대중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전략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될 때 비로소 전략으로서 기능한다. 설명되지 않는 전략은 곧 외면받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우위를 넘어서 카카오 내 소통의 전략도 함께 고민하길 바란다.

▲윤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