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조경 특화’ 집중하는 까닭은
그린인프라 주목…단순 정원 아닌 차별화 콘텐츠 부각
주거브랜드 철학 담아 브랜드 가치 높이기 전략으로 활용
[SRT(에스알 타임스) 최나리 기자] 그린인프라(Green Infrastructure)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설사들은 주거브랜드 핵심요소 중 하나로 ‘조경 특화’에 공들이고 있다.
단순한 정원이 아닌 다채로운 기술이 복합된 예술작품이자 하나의 콘텐츠로 부각시키고 있는데, 국제대회를 공략하거나 글로벌업체와의 협업 등 접근법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여기에 주거브랜드 철학을 조경에 녹여내 고객과의 자연스러운 접점을 만들고, 나아가 독창성을 기반한 차별화 기술로 자사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인다는 목표다.
23일 건설사조경협의회에 따르면 협회는 올해 3월 기술세미나를 열고 ‘현대 조경설계 트렌드’에 대한 강연과 토론을 통해 도시 복원력과 생태적 건강,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인프라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앞서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관련 연구보고서에서 자연기반해법을 제공하기 위한 그린인프라의 첫 번째 목적으로 휴식 및 레저공간의 역할 수행과 경관 제공을 주요하게 꼽은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건설사들은 자연친화적 복합테마 조경 설계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국내 수주사업 경쟁 전략으로 조경 특화를 강화하는 중이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조경은 조경분야 세계 최고의 상인 IFLA(세계조경가협회) 국내 최다 수상(13회)과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레드닷, IDEA, iF) 석권 등으로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에 하이엔드 래미안 루미원 조경을 제안했다. 래미안 루미원 조경 설계 핵심은 단지 중심을 가로지르는 약 1만㎡(3,000평) 규모의 초대형 중앙광장 파라마운트 밸리(PARAMOUNT VALLEY)다.
구체적으로 광장 중심에는 단지 역사를 간직한 30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상징목으로 자리잡을 예정이고, 아트리움을 감싸며 흐르는 120m의 물길인 스타라이트 웨이브(STARLIGHT WAVE)도 조성한다. 이와 함께 중앙광장을 지나 마주하는 80m 길이의 파노라마형 벽천 더 인피니트 베일(THE INFINITE VEIL)과 함께 단지 전체를 5,000평 규모의 슈프림 포레스트(SUPREME FOREST)가 감싼다는 구상이다.
현대건설은 네덜란드의 카럴 마르턴스(Karel Martens), 영국의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협업으로 차열 및 공기정화 기술을 적용하는 등의 조경 차별화를 이어왔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조경 분야만 8개의 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달에는 국내 건설사 최초로 영국 플라워쇼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16일부터 5일간 개최된 ‘RHS 플라워쇼 웬트워스 우드하우스 2025’에서 성균관대학교와 공동으로 작업한 ‘정원이 속삭이다(Garden Whispers)’로 실버길트(Silver-gilt) 메달을 수상했다. 실버길트는 금상과 은상의 중간 단계인 준금상에 해당된다.
수상작 ‘정원이 속삭이다’는 바람결을 따라 리듬감 있게 물결치는 입체적인 기둥 안에 고요한 휴게공간과 생동감 넘치는 초화류(herbaceous flowers)를 배치해 자연과 건축, 예술이 경계를 허물며 조화를 이룬 디자인이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더욱이 정원 내 포장과 의자 일부에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3D 프린팅 기술이 적용돼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했다고 한다. 현대건설은 이번 수상작 ‘정원이 속삭이다’를 내년에 준공하는 디에이치 방배 현장에 재현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오는 10월 20일까지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기업동행정원에 참여하고 있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Seoul, Green Soul’이라는 주제 하에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은 이곳에 깨끗함, 싱그러움을 표현하는 ‘푸르다’라는 순우리말에 대지, 공간을 뜻하는 ‘GEO’가 결합된 푸르지오의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본연이 지니는 고귀함(The Natural Nobility)’라는 브랜드 철학을 담은 정원을 조성했다.
또한 대우건설은 이달 11년 만에 하이엔드 주거브랜드 ‘써밋(SUMMIT)’을 리뉴얼하면서, 삼성물산과 맞붙은 개포우성7차 수주전에 써밋 프라니티(SUMMIT PRINITY) 조경을 선보인다. 해당 프로젝트는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풍경을 추구하며 현대적 예술감각과 기능성을 갖춘 조경디자인 연구소 VIRON(바이런)이 협업에 나서기로 했다.
롯데건설은 이달 조경브랜드 ‘그린바이그루브(GREEN X GROOVE)’의 철학을 해석한 정원 디자인을 천안 롯데캐슬 더 청당 단지에 처음 선보였다.
2022년 론칭한 그린바이그루브는 일상 속에서 삶의 영감을 전달하는 ‘Inspiring Around’의 공간 콘셉트로 휴식과 치유라는 조경의 근본적인 기능과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경험 제공을 최우선하고 있다.
이날 선보인 정원은 ‘순수한 자연과의 조우(Communication in Fine Nature)’를 주제로 그린바이그루브만의 조경 철학과 정체성을 정원의 언어로 담아낸 공간 브랜딩의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롯데건설은 정원 첫선인 만큼 입주민들에게 공간 경험을 제공하고자 정원 도슨트 행사도 병행했다.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 2명의 조경가가 정원을 함께 거닐면서 정원이 조성된 과정과 롯데건설이 지금까지 주목해온 다채로운 취향과 자연이 만나는 접점을 직접 설명하면서 고객과의 한층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달 시공사 최종 선정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방배신삼호 재건축 사업에 삼성물산 리조트부문과 손잡고 프리미엄 조경을 제안했다.
테마파크 용인 애버랜드를 비롯해 대단지 아파트, 고급 리조트, 공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국내 조경산업을 선도해 온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용산정비창에 이어 방배신삼호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과 국내 최고 수준의 조경 커뮤니티 공간을 설계하겠다는 포부다.
세부 제안에 따르면 방배신삼호 주동에 들어설 약 7.5~10m에 달하는 필로티에는 단지 내 개방감은 물론 입주민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다. 단지를 가로지르는 총 325m에 달하는 회랑형 산책로는 단순한 통행 공간을 넘어 조경, 예술, 건축이 결합된 ‘살아있는 갤러리’로 구현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면서 도심이 팍팍해지기보다는 자연과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삶이 되게 하기 위한 다방면의 조경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자연과 공존하는 주거문화를 위해 업계 전반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