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진의 리뷰] '전지적 독자 시점', '원작 팬과 관객' 동시 만족 미션

2025-07-21     심우진 기자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김독자(안효섭)는 중학교 3학년 시절부터 10년 넘게 판타지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하 '멸살법')을 읽어왔다.

하지만, '멸살법'은 과도한 설정과 빈약한 개연성으로 평균 조회수 1에 그친, 세상에서 잊힌 인기 없는 웹소설이었다. 그러함에도 김독자에게 이 소설은 취미 이상의 특별한 것이었다.

평범하고 존재감 없는 자신과 달리, 소설 속 주인공 유중혁(이민호)은 언제나 강하고 멋있었다. 특히, 미션 실패로 죽게 되면 다시 새로운 세계선을 만들어내는 그의 회귀 능력은 대단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김독자는 누구보다도 소설 '멸살법'과 주인공 유중혁을 잘 아는, 오직 한 명뿐인 구독자로 남는다. 그런 그가 소설의 마지막 화까지 읽고 마주한 결말은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등장인물 모두가 죽고 오직 유중혁만 살아남는 엔딩. 김독자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내가 살기 위해서라면 타인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라는 결말이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작가에게 '이 소설은 최악'이라며 쓴소리를 날린다. 그러자 작가는 답한다. '소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김독자님 덕분'이라고. 그렇게 감사의 말을 전한 작가는 김독자에게 원하는 결말을 직접 완성해보라며 잔인한 유료 팬서비스를 실행한다. 

그 순간, 현실 세계는 소설 속 세상으로 변하고, 인간의 죄를 벌하는 데스 게임이 시작됐다. 동호대교 위 전철 속에 갇혀버린 김독자. 그는 인간의 아귀다툼 틈바구니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주인공 유중혁의 죽음을 막고 세계를 구해야 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지막 99번 미션 시나리오까지 클리어해야만 살아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 위험한 게임의 여정에는 직장동료 유상아(채수빈)와 소설 속 등장인물 이현성(신승호), 정희원(나나), 이길영(권은성) 그리고 유중혁을 사부라고 부르는 이지혜(지수)가 함께 한다. 

2018년 연재 이후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 2억뷰 이상을 기록한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이 웹툰에 이어 실사영화로 완성됐다. '신과함께' 시리즈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제작한 손익분기점 600만명대의 이 작품은 흥행결과에 따라 파트2 제작 여부가 결정된다. 연출은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의 김병우 감독이 맡았다.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데스 게임물은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장르다. 대표적으로는 '큐브'(1997), '배틀로얄'(2000) 그리고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이 있다. 1982년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더 러닝 맨'(2025)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독시' 역시 데스 게임 장르에 속하지만, 다른 작품과는 차별되는 다채로운 설정이 추가되어 있다. 회귀 능력을 가진 유중혁과 그를 살려야 하는 김독자의 투톱 주인공 체재를 비롯해 초월적 존재인 성좌가 인간들의 생존 게임을 지켜본다는 독특한 설정이 흥미를 유발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여기에 성좌들이 인간을 후원하는 배후성,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을 차용한 스타 스트림, 부조리한 미션을 완수해 나가는 무협물 액션, 동료들과 함께 레벨업하며 성장하는 RPG 요소 등 다양한 관전 포인트로 인해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에서는 이런 독특하고 낯선 설정의 이해를 돕기 위해 김독자와 비형 도깨비의 대화 장면을 실사화 해 튜토리얼 신으로 활용한다.

각색 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등장인물 설정의 변화다. 원작소설에서 김독자는 처음부터 소설에 대한 독점 정보를 영리하게 활용해 나간다. 이를 토대로 진심과 위선 사이에서 파티원을 이끌며, 생존과 성장을 거듭해 나간다는 것이 김독자 캐릭터의 매력 포인트다. 

영화에서의 김독자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선함을 가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치기 힘든 이타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특히 자신의 생존과 공생 사이에서 갈등하는 부분이 부각되면서 원작과는 약간 다른 톤으로 그려진다.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작품에서 가장 도드라지게 설정이 바뀐 캐릭터는 이지혜다. 원작에서는 한국 위인 중 한 명을 배후성으로 한 설정이 중요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영화판에서는 이지혜의 칼이 저격총으로 바뀌면서 배후성과 연계된 연출 지점이 생략됐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관객들의 호불호 평가가 예상되는 캐릭터다.

이 작품은 판타지 액션 영화인 만큼 VFX와 CG를 활용한 액션 시퀀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땅강아지, 어룡, 화룡, 거대 사마귀 등 크리처 액션과 동호대교 장면을 시작으로 금호역과 충무로역에서의 격투 액션에는 다양한 촬영 기술과 기법을 적용해 영화적 경험을 제공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클라이맥스 부분은 회귀를 거듭하며 흑화한 유중혁을 구해 세계선의 소멸을 막으려는 김독자와 동료들의 최후 전투 시퀀스다. 극 중 가장 중요한 장면이며, 관객들의 호평을 반드시 이끌어내야만 하는 부분인 만큼 모든 영화적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영화의 흥행 성패는 이 모든 실사화 연출과 각본이 관객들의 지지와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다. 원작소설은 김독자를 필두로 각 캐릭터가 비범하게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의 몰입감, 세상이 절망에 빠진다 해도 지금 현재를 충실히 살라는 용기를 전하는 메시지 등을 통해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영화 '전독시'에서는 원작의 주제를 조금 틀어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와 성장, 위기극복을 이야기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원작의 초반 파트를 실사화한 영화 '전독시'는 한국 영화계에서 흔치 않은 장르적 성취와 완성도에 관한 장단점이 공존하는 영화다. 소설 속 다양한 흥행 요소를 117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풀어내야만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충실한 각색으로 원작 팬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과 '원작을 모르는 관객도 만족할만한 판타지 액션물의 쾌감을 완성할 것'이라는 두 가지 어려운 미션을 동시에 완수해야만 한다. 개봉 후 원작 팬과 관객의 평가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제목: 전지적 독자 시점

감독: 김병우

원작: 싱숑 원작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

출연: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지수, 권은성 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

공동제작: MYM 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더프레젠트컴퍼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개봉: 2025년 7월 23일

평점: 7.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