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제곱미터' 김태준 감독 "현실밀착 스릴러…'연기 흠뻑쇼' 기대해 달라"

2025-07-14     심우진 기자
▲'84제곱미터'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서현우, 김태준 감독, 강하늘, 염혜란(사진 왼쪽부터). ⓒ심우진 기자

강하늘 "층간 소음으로 인해 극으로 치닫는 연기 보여주고 싶었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가 14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제작보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강하늘, 염혜란, 서현우 배우와 연출을 맡은 김태준 감독이 참석해 이번 영화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84제곱미터'는 국민평형인 32평(84㎡) 아파트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강하늘)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예측불허 스릴러다. 전작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태준 감독의 두 번째 스릴러 작품이다.

영끌족이라는 현실적인 캐릭터와 아파트의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예측불가능한 층간 소음 미스터리가 선사하는 장르적 재미와 더불어 강하늘, 염혜란, 서현우의 밀도 높은 연기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먼저 김태준 감독은 "제목 '84제곱미터'는 아파트 국민 평형이다. 우리나라 아파트를 대표하는 가장 대중적인 전용 면적이다. 국민 평형이라는 개념 자체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다더라. 우리나라의 독특한 아파트 문화를 대표할 수 있어 제목으로 정했다"며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영끌을 해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우성이 이 정체불명의 층간소음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현실밀착 스릴러 영화"라며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층간 소음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주택의 약 80%가 공동주택이라 어떻게 보면 국민 80% 정도는 층간 소음을 겪거나 겪을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다. 그래서 이 소재가 굉장히 공감도가 높고 시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층간 소음에 대해 다양한 시선들 그리고 이면의 이야기를 진하게 다뤄보려 했다"고 말했다.

▲'84제곱미터'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강하늘. ⓒ심우진 기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인 1401호 우성 역의 강하늘은 "보통의 시나리오나 대본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적인 문장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식인데, '84제곱미터'는 마치 연출을 위한 콘티북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본을 쓴 감독님은 어떤 스타일의 연출을 하실지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감독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우성 캐릭터에 대해 "되게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이다. 주택담보대출, 퇴직금, 원룸 보증금, 어머니 땅, 영혼까지 탈탈 털어 모아 아파트를 장만한 인물"이라며 "하지만 입주 이후, 이유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며 점차 쇠약해져 간다"고 설명했다.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우성은 원래 그런 인물이 아니었는데, 층간 소음 문제로 인해 점점 예민해져 간다. 스트레스로 인해 점점 극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과도 이 부분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현우, 강하늘, 염혜란(사진 왼쪽부터). ⓒ심우진 기자

김태준 감독은 우성 캐릭터와 강하늘 배우에 대해 "이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충, 애로사항, 다양한 욕망들을 캐릭터에 투영하고자 했다"며 "우성이 겪는 사건과 환경이 워낙 힘들다 보니 자칫 지나치게 어둡고 무거운 인물로 비칠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이 역할은 꼭 강하늘 배우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우가 가진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덧입혀졌을 때, 우성은 단지 힘든 인물이 아니라 짠하고 응원하고 싶은 존재로 그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다행히 강하늘 배우가 함께하면서 인물의 빈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아파트 최고층 펜트하우스에 사는 입주민 대표 은화 역의 염혜란은 '84제곱미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감독님의 전작에서도 현실밀착형 스릴러의 긴장감이 느껴졌는데, 이번 작품 역시 그 어떤 스릴러보다 더 쫄깃하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우리들의 이야기구나, 내 얘기구나 싶은 공감대가 강하게 느껴졌다"며 "그래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캐릭터는 지금까지 맡아왔던 역할들과는 결이 다른 인물이어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전했다. 

은화 캐릭터에 대해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인물로 굉장한 권력형 부자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생활은 그곳에서 하지 않는 인물"이라며 "이웃 주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직 검사 출신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을 어떻게 운용해야 불을 축적할 수 있는지를 잘 아는 사람"이라며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는 능력을 갖춘, 권력을 가진 부자"라고 말했다. 이어 염혜란은 "아파트라는 공간이 다양한 군상들의 욕망이 교차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은화 역시 그 안에 존재하는 인물"이라며 "자극하지 않고, 적절히 이용한다면 분명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인물에 접근해보려 했다"고 덧붙였다.

▲'84제곱미터'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김태준 감독. ⓒ심우진 기자

김태준 감독은 염혜란 배우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따뜻한 감정을 넘어선 뜨거운 인간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최고 경지에 이른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화라는 인물은 냉철하고 차갑고 때로는 비인간적일 수 있는 캐릭터라, 염혜란 배우가 이 역할을 맡는다면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수상한 아우라의 윗집 남자 1501호 진호 역의 서현우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제가 실제로 층간 소음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많이 공감됐다"며 "층간 소음이라는 문제가 단순히 피해자의 입장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소음을 낼 수밖에 없는 입장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란 점에서 여러모로 와닿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제가 여태까지 해보지 못했던, 굉장히 에너지틱한 캐릭터여서 더 끌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호 캐릭터에 대해 “우성의 윗집에 사는 남자로, 겉보기에는 위협적이고 문신 등으로 거친 인상을 풍기지만, 실제로는 공감 능력이 강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성에게 동경과 연민을 느끼고, 그를 도와 층간 소음의 근원지를 함께 파헤치는 열정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덧붙였다. 

서현우는 캐릭터 외모를 만들어나간 과정에 대해 "실전형 파이터의 몸이 되어야 했다"며 "타격감 있는 액션 연습은 물론이고, 유도나 체육 기술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복싱 등 다양한 피지컬 훈련을 통해 기존의 작업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캐릭터에 접근했다"고 전했다.

김태준 감독은 서현우 배우에 대해 "역할과 작품마다 다양한 얼굴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데 있어 국내 최고 수준의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진호라는 인물은 의심스러우면서도 동네 형처럼 믿음직하고, 때로는 귀여운 면모도 있는 다면적인 캐릭터라 서현우 배우가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84제곱미터'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서현우, 김태준 감독, 강하늘, 염혜란(사진 왼쪽부터). ⓒ심우진 기자

김 감독은 "층간 소음 사운드 연출에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다"며 "실제 공간에서 들리는 일상적인 생활 소음을 리얼하게 표현하고자 했지만, 소음 자체가 듣기 불쾌한 소리이기 때문에 과하게 표현하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층간 소음을 단순한 소음이 아닌 영화적인 사운드로 느낄 수 있도록 적절한 밸런스를 찾는 데 후반 작업까지 많은 고민을 기울였다"고 중요한 연출지점에 대해 설명했다.

아파트 공간 연출에 대해서는 "공간을 현실감 있게 구현하고자 했는데 아파트가 획일적이고 좁은 편이라, 이를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며 "현실감을 너무 살리면 재미가 떨어질 수 있고, 지나치게 영화적으로 표현하면 현실성이 떨어져 톤을 찾는 데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또한 "아파트를 최대한 현실적으로 구현하면서도 소품, 촬영방식, 조명 변화를 활용해 공간이 정체되지 않고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도 지루하지 않고 영화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연출에 공들인 지점에 대해 밝혔다. 

▲강하늘, 염혜란, 서현우, 김태준 감독(사진 왼쪽부터). ⓒ심우진 기자

김 감독은 각 캐릭터의 집에 관해서도 설명을 이어나갔다. 먼저 우성의 집에 대해서는 "감옥처럼 생각했다"며 "우성에게 이 공간은 편안한 보금자리나 안락한 공간이 아니라, 빠져나가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갇힌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것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특수 커튼을 사용해 빛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투과시켰을 때 바닥에 창살 그림자가 드리워지도록 설치했다"며 "관객들은 우성의 감정 변화에 따라 창살 그림자가 짙어졌다가 옅어졌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화의 집에 대해서는 "다른 느낌으로 연출했다"며 "층고도 높고 복도가 있는 공간이다 보니 생활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완전히 다른 집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 공간을 통해 은화라는 인물이 아래층 사람들과는 다른 존재임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려 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진호의 집과 관련해서는 "무거운 느낌을 주려고 했다. 우성의 윗집이기도 해서 우성을 짓누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진호의 집에는 운동 기구를 배치해 평소 운동하며 단련하는 이미지를 주는 동시에, 우성에게 압박감을 주는 공간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김태준 감독은 "앞으로도 스릴러 영화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 앞에 좀 여러 수식어를 붙여서 예를 들면 로맨스 스릴러라든지 그런 다양한 색깔을 입혀보고 싶다"며 후속 작품도 스릴러가 될 것을 예고했다.

끝으로 김태준 감독은 "84㎡라는 좁은 공간 안에 엄청나고 거대한 세 배우의 연기 파티와 연기 차력쇼를 넘어선 '연기 흠뻑쇼'가 준비되어 있다. 그 점을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제작발표회를 마무리했다. 김태준 감독의 두 번째 스릴러 영화 '84제곱미터​'는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