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공정 방산' 드라이브…KDDX, 경쟁입찰 기울까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수의계약, 혁신 저해"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해군의 차세대 구축함 사업인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의 향방이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첫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DDX 사업 방식을 '경쟁입찰'에 무게를 두면서, 기존 우세 업체였던 HD현대중공업과 후발 주자인 한화오션 간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안 후보자가 '공정'을 강조하며 수의계약보다 경쟁입찰에 대한 뜻을 밝히면서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 예정이다.
안 후보자는 지난 6월 국회 국방위원회 간담회에서 "단순한 수의계약은 방산업계 전반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방위력 개선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업체들이 평가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경쟁 체제를 선호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재명 정부는 '방위산업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있어, 단독 수주 체계보다 다양한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KDDX 사업은 국산 기술로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해 2030년까지 해군에 실전 배치하는 대형 방산 프로젝트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전력으로, 구축함에 탑재되는 전투체계와 레이더·센서 등 고도화된 무기체계를 국내 기술로 구현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총 사업비는 약 7조8,000억원에 달하며, 설계와 건조를 포함해 장기간의 일감과 안정적 매출이 보장되는 만큼 국내 조선 방산업체들에게는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 KDDX, 협력 없고 공방만...타임라인 한눈에
KDDX 경쟁의 서막은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2012년 KDDX 개념설계를 완료하며 시작됐다. 이후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기본설계를 수주하면서 본 사업 수주를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당시만 해도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후속 건조까지 맡는 것이 관행인 만큼, HD현대중공업이 수의계약을 통해 무난히 수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기본설계 종료 직후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양사 간 방산기밀 유출 의혹이 불거지며 갈등이 격화됐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자사 자료를 무단 촬영했다며 고소했고, HD현대중공업 측도 맞고소에 나서는 등 법적 분쟁으로 사업 일정이 1년 가까이 지연됐다.
2024년 말, 호주 해군 호위함 수출 입찰에서 양사가 모두 탈락한 이후 일시적 휴전 분위기가 조성됐다. 양사는 상호 고소를 철회하고, 정부에 공동개발 또는 동시 건조와 같은 상생안을 제시하는 등 출구 전략을 모색했다. 방위사업청도 이들 업체 모두에 상세설계 자격을 부여하며 사업자 선정 방식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2025년 초, 사업 방식 결정을 위한 방추위 분과위가 수차례 개최됐지만, 수의계약·경쟁입찰·공동개발 등 중 어떤 방식으로 갈지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수의계약일 경우 HD현대중공업이 압도적으로 유리하지만, 경쟁입찰로 전환되면 한화오션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4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의 과거 개념설계 자료가 자사 기본설계에 사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방사청이 한화오션에 대한 행정처분 검토에 착수하기도 했다. 해당 사안은 한화오션 측의 강한 반발과 함께 다시 무마됐다.
◆ 수의계약 유력했던 구도 '흔들'
KDDX 사업의 입찰 방식이 경쟁으로 전환될 경우, 과거 보안 사고와 누적 벌점 등으로 HD현대중공업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의 기술력과 수행 이력을 고려하면 여전히 경쟁력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2020년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KDDX 개념설계 자료를 무단 촬영·유출해 유죄가 확정되면서 HD현대중공업은 올해 11월까지 특수선 입찰에서 1.8점의 보안사고 감점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8점의 보안사고 감점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기술력과 수행 능력 등이 절대적인 만큼, 입찰 평가에서 여전히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선정되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어, 기술 인수나 설계 재검토 없이 바로 착수가 가능해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입찰이 유력해지면서 한화오션의 존재감도 부각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 조선 방산 분야에서 빠르게 역량을 키워왔으며, 이미 세종대왕급 이지스함과 천왕봉급 상륙함, 3천톤급 잠수함 등을 건조한 이력이 있다. 특히 레이더·센서·무기통합 등의 통합체계 기술에서 그룹 내 계열사인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시너지를 통해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HD현대중공업이 수의계약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컸지만, 경쟁입찰로 전환되면 한화오션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며 "두 업체 모두 기술력과 수행 능력을 확보한 만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