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통과-①] '3% 룰' 살아남았다...재계 오너 긴장

2025-07-03     전지선 기자

이달 3일, 상법개정안이 ‘3% 룰’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를 포함한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장치로 평가되지만, 산업계에선 경영 불확실성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일수록 외부 영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 전반의 긴장감이 감지된다. 반면 소수주주 권리 보호와 이사회의 투명성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SR타임스는 이번 상법개정안의 의미와 파장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와 산업계 반응을 시리즈로 전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SNS 캡쳐

여야,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일부 조정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상법개정안이 '3% 룰'이 그대로 포함되는 방향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재계는 예상보다 강력한 규제 도입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당초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논의되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을 제외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전날 심사소위 이후 여야 합의로 해당 조항은 유지되기로 확정된 것이다. 

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3%룰'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이 이날 오전 여야 합의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 오후 3시쯤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여야는 전날까지‘3%룰과 집중 투표제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다 3%룰 일부를 추후 보완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반대한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는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여야는 이는 향후 공청회를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

◆ 3% 룰 결국 도입...재계, 경영권 방어 전략 수정 불가피
재계는 전날까지만 해도 3% 룰 제외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이날 3% 룰을 포함한 상법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비상등이 켜졌다.

이번 개정안은 3% 룰 외에도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다수의 조항을 담고 있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확대, 독립이사 명칭 도입, 전자주총 의무화 등은 유예기간 없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LS그룹의 경우, 최근 호반그룹이 3% 이상 지분을 확보하면서 감사위원 후보를 직접 추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LS 오너일가는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영향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결국 3% 룰이 이번 개정안에 그대로 포함되면서, LS 측은 경영권 방어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화그룹 역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행한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재원 확보 차원으로 분석된다. 3% 룰이 그대로 시행되면 소액주주들이 감사위원을 통해 유상증자 배경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향후 한화 오너일가의 승계 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하이트진로그룹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너 3세 박태영 사장이 지분 58.4%를 보유한 비상장사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7.7%를 보유하며 그룹 지배의 정점에 있다. 문제는 서영이앤티의 매출 대부분이 내부거래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번 상법 개정안으로 감사위원 선임 시 외부 주주의 영향력이 커지면, 이 같은 순환출자 구조와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수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3% 룰이 결국 포함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방어 수단이 사실상 제한돼 경영권에 대한 외부 위협이나 소송 리스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장기업들은 이사 책임 강화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부 규정 정비와 함께 ESG 전략 강화, 주주 소통 확대 등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과 '자체'보다 개정안에 어떤 세부 조항이 포함되느냐가 시장에 더 큰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상법 외에도 배당소득세, 상속세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세법 및 기타 제도개선논의가진행중이라는점에서, 상법 관련주들의 주가 하락 시에는 오히려 매수기회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 지배구조 개선, 기업 특성 반영한 입법 필요
3% 룰이 포함되면서 중소·중견기업이나 지주회사 체제를 가진 기업들 사이에서는 감사위원 선임과 관련한 방어 수단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사 가운데는 대주주 지분율이 낮거나, 자회사·손자회사로 연결된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들 기업의 경우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3% 의결권 제한이 동시에 적용될 시, 소액주주나 외부 투자자 중심의 연합 주주가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커진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의사결정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고, 장기 전략보다 단기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질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책임이 강화되면서, 투자나 신규 사업 추진 등 주요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전반적인 경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계에서는 기업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가 오히려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리되, 산업 특성과 기업 여건을 고려한 탄력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

산업계 관계자는 "3% 룰이 유지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의무화되면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일수록 외부 영향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모든 기업에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기보다는, 각 기업의 구조와 규모를 고려한 입법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통령 소신 반영됐지만…재계 "보완 논의 시급"
논의 막판까지 ‘제외 가능성’이 거론됐던 3% 룰이 결국 포함되면서,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정치권의 현실 조율 사이에서 상법 개정안이 원점으로 회귀하자 경제계 등에서는 걱정이 앞서는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3% 룰 완화 논의가 일자 SNS를 통해 "공정경제 3법 후퇴, 재벌개혁 후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3% 의결권 제한을 "재벌 중심의 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평가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서 해당 조항이 유지된 것은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행보인 셈이다.

재계는 법안 처리 방식은 물론, 최종 담긴 내용에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경제 8단체(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는 이날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공동 입장문을 통해 아쉬움을 전했다.

경영계에서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공정한 시장 여건의 조성이라는 법 개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이사의 소송 방어 수단이 마련되지 못했고, 3%룰 강화로 투기세력 등의 감사위원 선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도 경제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필요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경영판단원칙 명문화 ▲배임죄 개선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등에 대한 논의가 조속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