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징어 게임3' 임시완 "성실함이 제 무기…잃지 않으려 노력"

2025-07-02     심우진 기자
▲'오징어 게임' 시즌3 임시완. ⓒ넷플릭스

"명기는 결국 아이를 버릴 것…변호할 가치가 없는 인물"

"끝까지 아등바등하는 표정으로 마무리"

"'소년시대' 병태가 찌질한 면에서 가장 닮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다양한 작품에서 선과 악을 오가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임시완. 그가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이어 시즌3에서도 투자 실패로 죽음의 오징어 게임에 참여해 임신한 전 여자친구 준희를 만난 명기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디테일하게 표현해냈다.

임시완이 이번 시즌에서 한층 더 깊어진 감정선을 보여주며 다시 한 번 연기자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3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친 임시완 배우를 만나 작품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오징어 게임'이라는 세계적 화제작인 작품의 세계관 안에서 가장 악한 캐릭터를 맡았다

욕을 안 먹는 게 더 좋았겠지만, 명기를 욕하시는 것도 관심의 일종이라서 감사하고 칭찬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왕이면 확실하게 욕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3 임시완. ⓒ넷플릭스

Q. 명기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나

사실 저는 명기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움이 굉장히 많았어요. 거의 촬영 막바지까지도 '과연 이 인물은 어떤 사람인가?' 하고 고민을 계속 안고 있었죠. 심지어는 작품이 완성되고 나서야 이해하게 된 지점도 있었거든요. 

명기라는 사람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저는 계속 선한 사람인가, 악한 사람인가 혹은 착한 마음인가, 나쁜 마음인가를 고민했었는데, 돌이켜보니 감독님의 머릿속에는 겁쟁이라는 키워드가 중심에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되짚어보니까, 명기의 행동 중 많은 것들이 사실 겁먹고 찌질했기 때문에 비롯된 게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악인의 모습을 표현할 때마다 감독님과는 이견이 좀 있었어요. 감독님은 마냥 악인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디렉션을 주셨고, 저는 그 의도를 어떻게 잘 파악하고 연기 안에 녹여낼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했거든요. 그런 것들이 거의 끝까지 혼재돼 있었던 것 같아요.

명기가 정말 겁에 질려서, 두려움을 타파하려는 방식으로 행동했던 그거로 생각하면 퍼즐이 맞춰지듯이 전부 설명이 되는 것 같았어요. 감독님의 말씀은 굉장히 혼란을 가중하는 느낌이었어요. (웃음) 저는 기훈을 물리적으로 이길 수 없는 존재로 봤고, 거기서 오는 1차원적인 공포감에 초점을 맞춰서 연기했습니다.

Q. 황동혁 감독은 고공 오징어 게임에서 명기가 아이를 버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는 감독님과는 해석의 차이가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 인물이 아이를 정말 버렸을 거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 역할을 연기한 사람으로서, 저는 명기를 그렇게까지 악의 축으로 보지는 않았어요. 그 인물이 처한 상황 속에서 위협적인 액션을 취했을 수는 있겠지만, 거기에는 나름의 맥락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거든요. 감독님께서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계셨을 줄은 솔직히 미처 몰랐어요. (웃음) 

Q. 황동혁 감독은 명기가 인지 부조화 속에서 아이가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부정했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기훈에게서 아이를 넘겨받아 마지막에 둘만 남았을 때도 버리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나

그때는 저도 명기가 아이를 버리는 선택을 할 거라고 봐요. 앞에 말씀드렸던 건 "가까이 오면 아이를 던져버릴 거야"하는 그 장면을 말한 것인데요. 그건 협박만 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이렇게 말씀드리다 보니 결국 이놈은 굳이 변호할 가치가 없군요. (웃음) 

Q. 만약 작품 속에서 다른 캐릭터를 고를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현주죠. 시즌2와 3을 통틀어서 정의로운 인물인데 멋있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Q. 명기의 마지막 표정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 장면을 다시 보니까, 촬영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금 떠오르더군요. 그때 이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표정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했어요. 처음엔 결국 삶의 의지를 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었어요. 하지만, 결국 선택한 것은 끝까지 아등바등하는 표정으로 마무리 짓는 쪽이었어요.

캐릭터에 대한 의견에서 감독님의 방향을 잘 따라가려고 했고, 그 결과 앞서 말씀드렸듯이 명기가 겁쟁이라는 해석에 이르게 됐죠.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도 이 인물이 자신의 상황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기보다는, 끝끝내 불안 속에서 버둥거리는 인물이라는 판단을 했고, 그걸 반영해서 표정을 일부러 단조롭게 가져갔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3 임시완. ⓒ넷플릭스

Q.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자산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사실 제가 가진 몇 안 되는 장점 중 유일하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성실함인 것 같아요. 성실함을 제 유일한 무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단점은 융통성이 좀 부족해요. 제가 내적으로 납득이 되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면이 있거든요. 감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이성적, 논리적으로 따지는 성향이죠. 제가 이해를 못 하면 답답함을 많이 느껴요. 주변에서 가끔 제가 이해를 잘 못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해요.

Q. 남규 역의 노재원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그리고 극 중 둘의 관계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 

노재원 배우는 연기를 하면서 끝까지 생동감을 찾아내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해요. 조금이라도 학습된 감정이나 언어가 느껴지면, 그걸 반복하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를 주려 하죠. 그게 현장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매 테이크마다 놀라움을 주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명기와 남규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그놈이 팀 먹자고만 제안하지 않았어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그랬다면 명기가 현주를 죽이는 빌런의 길을 가지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명기를 연기한 사람으로서, 남규 탓을 좀 하고 싶네요. (웃음)

Q. 준희 역의 조유리 배우에게서는 아이돌 출신 선배 연기자로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배우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충분히 긴장할 수도 있고, 또 선배님들이 많다 보니 위축감을 느낄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걱정과는 달리, 조유리 배우는 굉장히 담대한 면이 있더라고요. 큰 프로젝트의 대단한 선배님들과 감독님, 스태프 앞에서 전혀 쫄지 않고, 본인이 준비한 것들을 의연하게 해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배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오징어 게임' 시즌3 임시완. ⓒ넷플릭스

Q. '미생'의 소년미와 순수함이 있는 사회초년생 역할과 '비상선언'의 악역 중 어느 쪽에 더 매력을 느끼나

이번 작품은 감독님께서 제가 그동안 극단적인 캐릭터들을 연기했던 것에서 가능성을 보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미묘한 줄타기를 해 주길 바라셨던 것 같고, 그게 본래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극단의 양쪽을 오가는 작품들을 해봤을 때, 각각의 매력이 분명히 다르게 느껴져요. 청개구리 같긴 하지만, 악역을 하고 나면 또 선한 역할이 그리워지고, 선한 역할을 하다 보면 다시 악역이 그리워지고요. 결국은 균형의 문제인 것 같아요.

Q. 본인이 맡은 배역 중 가장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소년시대' 병태가 찌질한 면에서 가장 닮은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Q. '소년시대' 시즌2 제작이 발표됐는데 캐스팅 등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저도 기사를 보고 알았기 때문에 딱히 말씀드릴 부분이 없어요. 저도 시즌2를 기대했던 터라 제작 확정 소식이 너무 기쁩니다.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