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연체율 상승…카드업계 수익성 개선 '먹구름'
신한·삼성카드, 치열한 1위 경쟁…“실적 반등 쉽지 않아”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국내 신용카드사 실적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체율 상승과 카드론 이용 증가 등 건전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민간 소비 위축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 회복이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실적 전망(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2분기 당기순이익 1,71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3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일한 상장사이자 올 1분기 업계 1위를 기록한 삼성카드조차 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른 카드사들 순이익 역시 상승세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카드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배경에는 연체율 상승이 작용했다. 앞서 지난해 은행권에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에 의존하게 됐다. 이후 경기 악화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잠정) 자료를 보면 지난해 카드사 연체율은 2.10%로 전년 말(1.88%) 대비 0.22%포인트(p) 올랐다. 10년 만에 최고치다.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 계열 카드사 4곳(우리·신한·하나·KB국민)의 연체율은 평균 1.81%로, 모두 전년 동기·전분기 대비 상승했다. 구체적으로는 ▲하나카드 2.15% ▲우리카드 1.87% ▲KB국민카드 1.61% ▲신한카드 1.61% 순으로 집계됐다.
카드사의 ‘대출성 자산’인 카드론 잔액도 증가했다. 지난 2월 기준 9개 카드사 전체 카드론 잔액은 42조9,88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5월엔 전월 대비 1,565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면서 카드 사용 증가세는 둔화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2024년 중 국내 지급결제 동향에 따르면 카드 이용 금액 증가율은 민간 소비 둔화 등의 영향으로 전년(6.2%) 대비 2.1%포인트(p) 축소됐다.
◆ “카드업계, 수익성 회복 난항 전망”
카드업계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카드가 순이익 기준으로 신한카드를 앞선 가운데, 1위 자리를 놓고 접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간 소비 위축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카드업계의 수익성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카드는 순이익 1,844억원으로 신한카드(1,369억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신한카드는 작년 연간 순이익이 5,721억원으로 삼성카드(6,646억원)에 밀리며 10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하반기를 앞두고 신한카드는 대대조직 개편과 함께 최근 희망퇴직 접수에 나섰다. 신한카드는 4그룹 20본부 81팀 체계에서 4그룹 20본부 58부로 팀제는 폐지하고, 부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대표적으로 페이먼트 R&D팀과 영업기획팀은 영업기획부로 통합됐으며, 고객마케팅팀과 미래고객팀은 고객마케팅부로, 상품R&D팀과 체크선불팀은 상품R&D부로 합쳐졌다.
경쟁 속 카드업계 전반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카드는) 1분기 중 개인회생 신청 접수 규모 증가와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연간 수익 감소 영향 등을 감안할 때 큰 폭의 이익 개선은 다소 어려울 전망”이라며 “연간 순익은 전년 수준을 방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노호선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신한카드 사업·재무 전망에 대해 "경기 둔화로 인해 업권 전반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어 적극적인 자산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간편 결제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 따른 수수료 부과 가능성 등 비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기둔화로 인한 대손부담 확대 가능성이 존재해 수익성 하향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업계의 수익 구조 다양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올해 신용카드사 전망을 두고 “가맹점수수료, 할부카드수수료 등이 포함된 신용판매수익은 신용카드사 주요 수익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며 “간편 지급 내 선불(결제 수단)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신용판매 외 수익구조 다양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