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명 정부, 집값 잡을 ‘복안’ 통할까
[SRT(에스알 타임스) 최나리 기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 한달이 채 안된 가운데 민생회복을 위한 정책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선 후보시절 '두루뭉술한' 공약으로 우려를 샀던 부동산정책의 경우 최근 건설경기 활성화에 초점이 맞춘 추경안 편성을 발표하면서 주택·부동산시장 회복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더니 모호했던 ‘집값 잡기’ 대책도 하나씩 수면에 떠오르며 시너지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앞선 정권들의 성공과 실패 여부가 집값 잡기인 만큼, 이재명 정부 명운도 이에 달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이재명 정부가 집값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 유지에 실패할 것”이라며 “사실상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의 실패도 집값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2003년 2월~2025년 5월 정권별 서울 아파트 시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시세가 가장 많이 상승한 정권으로는 문재인 정부 6억8,000만원(119%), 노무현 정부 2억3,000만원(80%) 순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무현·문재인 정부와 당의 궤를 같이하는 이재명 정부가 그만큼 집값 대책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자칫했다가는 ‘문재인 정부 시즌2’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27일 이재명 정부는 첫 집값 대책으로 ‘대출 규제’라는 초강수를 뒀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가 이어지자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해 고가 주택매수에 대출이 과도하게 쓰이는 것을 막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렇게 되면 유행처럼 번지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나 ‘영끌’ 주택 구입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번 대출 규제 부동산대책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 달 국토교통부 장관 등 핵심 인선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카드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과거처럼 세금을 통한 부동산 규제 방식을 우선 적용하지 않는 것도 지난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됐다.
정부는 대출 규제에 이어 곧 추가 부동산대책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음주 관계부처는 투기과열지구, 조정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확대를 위해 주거정책심의원회 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가 집값 대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시장안정이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과제는 산적하다. 세금과 공급에 대한 대책은 아직 조짐도 없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보유세, 양도세 등 합당한 세금정책을 반드시 꾸려야 하고 대출이 규제된 마당에 세대별 무주택자에 대책도 조속히 수반돼야 한다.
통상 부동산시장과 정책은 우리나라 모든 문제의 근본과 연결돼 있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가 두루뭉술한 부동산공약에서 한층 발전시킨 부동산 문제 해결의 복안을 품고 있다면 '빠른 효과'만 노리지 말고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