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IB, 뉴욕 부동산 펀드 수천억 손실 위기 ‘전전긍긍’
신한금융, 뉴욕 빌딩 '월드와이드플라자' 투자로 수천억 손실
핵심 임차인 퇴거 및 공실 확대에 빌딩 가치 하락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신한금융그룹 계열사가 투자했던 미국 뉴욕 맨해튼 오피스 빌딩 관련 부동산 펀드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임차인의 이탈과 빌딩 가치 하락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자산운용·신한라이프 등이 참여한 2,000억원 가량에 중순위 대출 회수는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신한자산운용은 자산 정상화를 위해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인 신한자산운용이 투자·운용을 맡았던 ‘신한AIM부동산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는 2,456억7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미국 뉴욕 마천루 ‘월드와이드플라자(Worldwide Plaza)’에 대한 상업용 부동산 투자 펀드다. 월드와이드 플라자는 지상 49층, 임대 면적 19만2,628㎡ 규모의 대형 빌딩이다.
투자 구조를 살펴보면 지난 2017년 대주단이 빌딩을 인수한 금액은 약 17억4,000만달러(한화 약 2조원)다. 이 중 신한자산운용은 약 2,000억원 안팎 규모의 중순위 대출을 주선했으며, 신한지주 계열사 신한라이프가 앵커 투자자(LP)로 나섰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해당 펀드에서 지분법 기준으로 516억200만원의 손실을 인식했다. 이는 신한금융이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관계회사가 투자한 지분에 따라 발생한 손익을 반영한 회계처리 방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월드와이드플라자 빌딩 가치는 초기 투자 시점인 약 2조원에서 지난 2023년 6월 기준 절반 이하로 하락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하반기엔 주요 임차인 퇴거 등 빌딩 가치는 2년 전보다 더 떨어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펀드 손실 배경엔 건물 월드와이드플라자 공실률 증가와 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이 펀드 손실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대출을 진행한 2017년 당시 약 90%대를 나타냈던 임대율은 미국 대형 로펌인 크라바스(Cravath, Swaine & Moore), 일본 노무라증권(Nomura Holdings) 북미 본사 등 주요 임차인이 퇴거 영향으로 전체 건물의 약 30% 대가 공실로 전환됐다.
공실률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크라바스는 건물 임대료의 절반 이상을 지불하며, 약 60만 제곱피트(약 5만5,700㎡)를 사용했다. 이후 지난해 4월 말~5월 초 맨해튼 웨스트(Two Manhattan West)로 이사하며 월드와이드플라자에서 퇴거했다. 노무라증권의 경우 향후 수년 내 단계적 퇴거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플라자의 현금 흐름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물의 공동 운용 주체들은 자산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월드와이드플라자 지분을 50%가량 가지고 있었던 비상장 법인 New York REIT는 현재 대부분의 자산을 처분하고 청산을 완료, 남은 절차를 마무리 중이다. 또 다른 건물 소유주 SL Green과 RXR은 현재 리모델링과 재임대 전략을 추진해 자산 가치 회복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계열사는 아직 펀드를 보유중인 가운데, 내부적으로 투자 관련 손실을 인식한 상황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 부실채권(NPL·Non-Performing Loan)으로 파악했다. 다만 자산 정상화를 위해 차주-선순위대주와의 3자 협상을 지속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소규모 임대차 계약의 확장이나 기존 계약의 연장 등이 진행되고 있다”며 “또 잔존 임차인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노무라(Nomura)와의 조기 퇴거 관련 협상이 차주와 진행 중이어서 상황은 전보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한자산운용이) 80% 상각 했었던 시점 대비 실적, 자산이 악화된 부분은 없다”라며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라이프 측은 “NPL대상은 아니다”라며 “분기마다 평가, 반영하고 있어 추가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신한금융그룹이 계열사 간 투자금융(IB)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출범한 GIB 사업이 휘청이고 있다. 앞서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2017년 계열사 간 IB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지주, 은행, 증권, 생명, 캐피탈의 투자 역량을 집결한 GIB(Group & Global Investment Banking Group) 사업부문을 출범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 사업은 대규모 손실로 인해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가 지분 10%로 투자했던 베트남 전자상거래 기업 티키글로벌(Tiki Global Pte. Ltd.)이 적자와 점유율 하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냈다. 이 같은 악재로 지난해 말 기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는 티키글로벌에 각각 777억6,600만원, 247억7,500만원의 평가손실을 냈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보유한 티키글로벌의 지분가치(장부가액)은 각각 132억4,000만원, 45억6,200만원으로 초기 투자금(신한은행·852억6,200만원, 신한카드·293억8,100만원) 대비 84.47%,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