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中 진출 “판호 대신 스팀” 우회전략 느는 까닭은
판호 영향력 약화 속 ‘우회 진출’ 가속…하반기 신작 공략 늘 듯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중국 게임시장 진입의 가장 큰 장벽으로 여겨졌던 '판호(版號)'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인 '스팀(Steam)'을 통한 우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게임사들은 기존의 모바일 중심 전략에서 PC와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고 있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주요 게임사들이 스팀을 통해 신작을 잇따라 선보이며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487억달러(한화 약 67조원)이며, 게임 이용자 역시 약 7억명으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크다. 중국 게임 시장에서 플랫폼별 매출 비중은 모바일 55%, PC 32%, 콘솔 5% 등으로 구성돼 모바일 게임 시장 비중이 가장 크지만, PC 게임 시장 역시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선 반드시 판호를 발급받아야 하며, 판호 발급 신청은 중국 내 현지 법인 또는 합작사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이 게임을 직접 퍼블리싱하려면 텐센트와 넷이즈 등 현지 배급사(퍼블리셔)와 협력해야 한다.
중국 게임 시장에서 국내 게임들의 흥행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국내 게임들은 판호 획득 이전에 이미 글로벌 버전으로 선출시된 이후 중국 현지 출시까지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게임 이용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게임으로 인식되기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아울러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미 자국 게임사들이 주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국내 게임사들이 진입하거나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낮은 수익 환수 구조도 장애물이다.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중국 현지 퍼블리셔들과 합작으로 게임을 서비스하면, 이와 관련된 수익을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발생하는 모바일 게임 매출 중 한국 게임사들이 인식하는 수익분배비율(RS)은 약 20~3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실적 기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형 게임사일수록 중국에서 발생한 실적 기여는 더욱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근에는 스팀을 통해 중국에 진출하는 게임사들이 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스팀을 서비스하는 ‘밸브 코퍼레이션(이하 밸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중국어 사용자 수가 전월 대비 20.88% 급증했으며, 전체 스팀 이용자의 50.0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어 사용자 비중은 23.79%에 그쳤다. 중국 게임 이용자들은 스팀을 통해 자국 게임뿐 아니라 글로벌 게임에 쉽게 접근 가능하다. 스팀은 중국 유저에게 상당히 개방된 플랫폼으로 지난해 기준 스팀 전체 게임 이용자 가운데 중국어 사용자 비중은 1위를 기록했고, 뒤를 이어 2위는 영어 사용자로 나타났다.
◆ 잇단 스팀 성공 사례로 흥행 가능성 입증…다수 신작 대기 중
스팀을 통한 우회 중국 진출은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이 사실상 막혔던 시기에도 국내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꾀하던 전략이다. 스팀은 판호 발급이 필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팀 출시 자체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전 지역 출시를 의미하기에, 우리나라 게임사들은 이를 통해 적극 현지 공략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크래프톤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를 지난 3월 스팀 미리해보기(얼리 액세스)로 출시, 일주일만에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해 중국에서 유의미한 판매 비중을 기록했다. 시프트업은 지난 12일 ‘스텔라 블레이드’ PC 버전 출시 당일 스팀 글로벌 매출 순위 1위를 달성했고, 24일 현재 글로벌 매출 순위 12위를 유지 중이다. 크래프톤의 ‘펍지: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 매출 순위 11위를 기록 중이다.
올 하반기에도 여러 국산 게임들이 스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표적인 게임들로는 넷마블의 ‘나혼자만레벨업:어라이즈 오버드라이브‘, ‘일곱개의 대죄 오리진‘,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카카오게임즈의 ‘크로노오디세이’ 등이 그 주인공이다. 스팀의 위시리스트 순위를 보면 서브노티카2, 크로노오디세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게임들의 스팀 위시리스트 순위는 이날 기준 각각 2위, 21위를 기록 중이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게임사들이 스팀 흥행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게임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들 대부분이 스팀을 겨냥해 출시를 하고 있으며 스팀을 게임 기획·제작 단계에서부터 스팀을 겨냥해 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는 중국 진출에 있어서도 판호 발급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