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LG이노텍, 휴머노이드서 ‘맞불’…승자는

2025-06-24     윤서연 기자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 문혁수 LG이노텍 대표. ⓒ삼성전기, LG이노텍

단순 부품 공급 넘어 핵심 성장 분야 될 듯

양사 ‘두뇌·눈’ 등  설계로 파트너십 강화 중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포화 상태에 이른 카메라 모듈 시장이 사람을 닮은 로봇의 ‘눈’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차량용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다시 한번 맞붙을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AI 기술의 총집합체'라고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람처럼 움직이고 생각하는 이 로봇은 초거대언어모델(LLM), 모션 제어, 자율 주행 기술 등 고난도 기술이 융합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환경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센서와 이를 분석하는 인지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가 핵심인데, 여러 방향에 복수의 카메라를 배치하거나 360도 라이다(LiDAR), 레이더(RADER) 등과 결합해 공간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가진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향후 휴머노이드 부품 시장의 기대주로 꼽힌다. 양사는 최근 유망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과 협업 확대 및 부품 공급 논의를 본격화하는 등 초기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이러한 시장 대응에 한발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LG이노텍은 최근 미국 휴머노이드 기업 피규어AI와 로봇용 카메라 모듈 공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이미 지난해 피규어AI에 850만달러(약 115억원)를 전략 투자한 바 있다. 

이밖에 LG이노텍은 지난 5월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아틀라스 차세대 로봇용 커스텀 비전 센싱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비전 센싱 시스템은 RGB 카메라, 3D 센싱 모듈 등 다양한 센싱 부품을 하나의 모듈에 집약한 제품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각 부품의 상호작용을 통해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현재 LG이노텍은 CES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언급한 14개 휴머노이드 기업 중 절반 이상과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의 핵심 공급사로 자리매김한 만큼, 향후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휴머노이드에 들어갈 제품의 양산 준비를 하고 있다"며 "카메라 분야는 많은 업체와 상당히 협조가 이뤄지고 있고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과 관절 개발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LG이노텍이 피규어AI와 보스턴다이내믹스 두 곳에만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더라도 2028년 약 190억원, 2029년에는 900억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LG이노텍의 전체 영업이익이 7,06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객사가 확대될수록 수익 기여도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기 역시 로봇 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 축으로 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LG이노텍에 비해 아직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업 발표나 공급 협상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해 CES 기자간담회에서 ‘미래(Mi-RAE) 프로젝트’를 통해 로봇을 핵심 성장 분야로 지목한 바 있다.

이에 삼성전기는 2026년을 자율주행 및 휴머노이드 성장의 원년으로 보고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카메라 모듈 등 제품군을 응용처 중심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라이다에 필요한 초소형 고전압 MLCC는 양산을 추진 중이며, 로봇용 카메라 모듈에서도 다수 카메라 채택과 고화소 추세에 대응해 스마트폰 경험과 솔루션을 접목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향후 협업 가능성이 제기되는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미국의 테슬라가 꼽힌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카메라 모듈, MLCC 등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부품 사업들이 향후 휴머노이드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맞춘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서 센서 융합과 실시간 처리 능력까지 포함한 '두뇌와 눈'을 설계하는 파트너십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다양한 센서를 융합해 정밀하게 환경을 인식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시스템 통합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들 입장에선 로봇을 개발하는 업체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라며 “다양한 부품이 통합되는 만큼 최적화된 솔루션을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십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