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진의 리뷰] 'F1 더 무비', 영화관에서 봐야 할 체감형 블록버스터

2025-06-23     심우진 기자
▲ 'F1 더 무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트론: 새로운 시작'(2010)으로 감각적인 데뷔를 알린 이후 '탑건: 매버릭'(2022)을 통해 액션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교과서를 써 내려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대당 200억원 이상인 F1머신들이 경합을 벌이는 트랙 위로 시선을 돌렸다. 

대중성과 완성도를 겸비한 연출가인 그의 신작 'F1 더 무비'는 지구상에서 가장 치열하고 정교한 모터스포츠인 F1을 무대로 레이싱 그 이상의 것을 담아낸다. 전작들에서 입증된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탁월한 비주얼 연출력과 몰입도 높은 서사 전개는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모터스포츠 영화는 언제나 스크린 위에 생생한 스펙터클 액션을 구현해 왔다. 스티브 맥퀸의 열정이 담긴 고전 '르망'(1971), 톰 크루즈의 '폭풍의 질주'(1990), 실베스터 스탤론의 '드리븐'(2001), 실존 인물의 드라마를 정교하게 그려낸 론 하워드 감독의 '러시: 더 라이벌'(2013), 경쟁과 혁신의 미학을 담아낸 '포드 V 페라리'(2019) 그리고 최근에는 실화 기반의 '그란 투리스모'(2023)가 한 소년의 드라마틱한 드라이버 데뷔 스토리를 통해 감동을 선사했다. 

'F1 더 무비'는 "역대 모터스포츠 장르물 중 가장 사실적인 레이싱 영화가 될 것"이라는 감독의 선언처럼, 실제 그랑프리 현장을 방불케 하는 리얼한 카메라 워크와 음향 설계, 그리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속도감을 구현하며 관객을 서킷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번 작품은 지상 위의 '탑건: 매버릭'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기계와 인간의 물아일체, 경쟁과 우정의 드라마, 한계를 넘는 순간의 짜릿한 전율을 트랙 위에 펼쳐낸다. 

▲ 'F1 더 무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는 낡은 밴에서 생활하며 데이토나 24시 같은 레이스에 참가하는 떠돌이 드라이버다. 전성기였던 1990년대에는 보이밴드 멤버 같은 외모에 아일톤 세나, 미하엘 슈마허를 바짝 추격하던 전도유망한 F1 드라이버였지만, 불의의 사고를 겪은 이후 그의 인생은 정상궤도에서 벗어나 버렸다.

서킷을 떠난 지 벌써 30여 년이 지난 그에게 어느 날,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루벤 세르반테스(하비에르 바르뎀)가 찾아와 자신의 APXGP팀 드라이버로 합류할 것을 제안한다. 사실 루벤의 팀은 운영 시즌 내내 포인트 1점도 따내지 못한 최하위 팀으로, 매각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위기에 빠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F1 복귀를 위해, 아무도 반기지 않는 무너져가는 팀에 뛰어든 소니. 그는 재능과 잠재력은 있지만, 건방진 마마보이 드라이버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와 값비싼 정글짐 안에서 겨우 버티며 실직을 걱정하는 크루들을 한마음으로 단결시켜 팀을 재정비하고 분열과 모함의 위기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구원과 승리의 길을 만들어나간다. 

▲ 'F1 더 무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고전 블록버스터 감성과 현대 최첨단 촬영 기술의 조화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탑건: 매버릭'과 마찬가지로 80~90년대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볼 수 있었던 주인공의 견고하고 강단 있는 신념과 에너지에 조응하는 고전적 인물 관계를 현대적으로 탁월하게 풀어냈다는 데 있다. 견고한 서사는 소니를 중심으로, 멘토와 동료, 연인이라는 익숙하지만 강력한 캐릭터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려움 없이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소니는 미숙하고 불안정한 루키 조슈아를 인도하는 사제적 멘토 관계를 보여주기도 하고, 레이싱 전투 머신을 개발하는 기술 감독 케이트(케리 콘돈)와는 협업을 넘어 점차 깊어지는 로맨스를 쌓아간다.

브래드 피트는 멘토십, 팀워크, 구원, 사랑 그리고 낭만 요소를 빠짐없이 장착하고 견고한 추진력으로 서사를 밀어붙이는 매력 넘치는 소니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트랙 위에서의 질주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감정선을 따라 뜨겁게 질주하는 소니의 모습은 마치 현대판 돈키호테처럼 낭만적이며, 그 매력은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 긴장감 넘치는 레이싱 드라마의 각본을 맡은 에런 크러거는 승산 없어 보이는 언더독이 결국 승리를 거두는 익숙한 스포츠 영화 공식을 따른다. 비록, 충분히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한 반전 없는 클리셰 서사지만, 가슴 뜨거워지는 감동과 적절한 유머 속에서 짜릿한 승리감을 맛보게 하는 잘 만든 상업영화의 미덕을 충실히 구현해냈다.

▲ 'F1 더 무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적 미덕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비록 완벽하게 왜곡 없는 현실의 F1 경기를 재현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은 모터스포츠에 익숙지 않은 관객에게 F1의 세계를 친절하게 안내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반면, F1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주인공 소니가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련함으로 능청스럽게 선보이는 지공과 속공의 전략이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불리한 그리드 위치를 정교하게 역이용하는 영리함, 지면 상태에 최적화된 타이어의 종류와 온도 조합 계산, 피트스톱의 타이밍에서 벌어지는 전술의 정수, 세이프티카와 레드플래그 상황의 기민한 활용, DRS(추월 지원 장치)의 활용 전략까지 0.5초를 단축하기 위한 트랙 위의 모든 드라마 요소가 빼곡히 펼쳐진다. 

▲ 'F1 더 무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소니는 얼핏 보기에는 도박 같은 무모한 질주를 감행하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의 드라이빙은 핸디캡과 패널티를 장점과 기회로 살리는 철저한 전략적 판단 안에서 실행된다. 과감한 드리프트와 그립 주행을 오가며 최적의 레이싱 라인을 파고드는 그의 모습은 스피드 경쟁에만 머물지 않이며, 숨죽이고 지켜보게 만드는 예술 같은 드라이빙 테크닉에 빠져들게 한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할 줄 아는 필살기가 드러나는 이 시퀀스를 위해 촬영과 기술 면에서 최고의 선택을 했다. 먼저 실제 F1 경기 모습을 그대로 담기 위해 영국 실버스톤을 시작으로 헝가리 헝가로링, 이탈리아 몬차 속도의 신전, 네덜란드 잔드보르트, 일본 스즈카, 벨기에 스파, 멕시코시티,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아부다비 등 전 세계 서킷을 카메라에 담았다. 

클라우디오 미란다 촬영 감독은 15대 카메라를 사용한 다각도 POV 샷과 IMAX 1.9:1 확장 화면 비율을 통해 F1머신의 위험한 힘과 매끈한 기계적 아름다움을 담은 혁신적이고 스펙터클한 시각적 경험을 안겨준다. 그래서 이 영화의 첫 경험이 IMAX, 돌비시네마 등 특수관일 때 시네마적 경험 만족도가 더욱 높아진다. 

▲ 'F1 더 무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거장 한스 짐머와 다양한 글로벌 아티스트의 OST

사운드 디자인과 OST에서도 'F1 더 무비'는 만족감을 안겨 준다. 이번 작품은 '탑건: 매버릭'에 이어 거장 한스 짐머가 다시 참여했다. 오케스트라와 신스 사운드를 절묘하게 매시업해 웅장하고 템포감 있는 중독성 높은 스코어로 관객의 가슴을 더욱 두근거리게 한다.

OST에는 에드 시런, 도자 캣 & 돈 톨리버, 로제, 데이브 그롤 & 존 메이어, 테이트 맥레이, 버나 보이, 티에스토, 로디 리치, 페기 구 등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해 영화의 박진감과 감동을 배가시킨다. 

특히, 돈 톨리버의 오토튠과 도자 캣의 래핑으로 아웃런 스타일의 시네마틱 드라이브 감성을 자극하는 팝 랩 리드 싱글 'Lose My Mind'을 선두로, 소니와 케이트 로맨틱 신과 교차하며 깊은 감정의 진폭을 전하는 로제의 팝 발라드곡 'Messy', 소니 캐릭터를 상징하는 레드 제플린의 ‘Whole Lotta Love’ 그리고 영화의 강렬함을 충족시키는 퀸의 클래식 록 'We Will Rock You' 등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모든 장면과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정통 액션 블록버스터의 감성과 세련된 현대적 감각의 조화 그리고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F1 더 무비’는 스포츠 드라마를 넘어, 관객이 실제 서킷 위에 있는 듯한 유사체험을 선사하는 체감형 영화다. 심박수를 끌어올리는 카메라 워킹과 압도적인 사운드 디자인,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스코어 속에서 155분의 러닝타임은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영화는 레이싱의 속도감과 물리적 긴장, 엔진의 진동까지 생생히 전달할 수 있는 영화관이라는 특수한 공간의 본질적 가치를 다시금 실감하게 만든다. 그 점에서 ‘F1 더 무비’는 모터스포츠 영화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으며, 영화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감형 블록버스터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 'F1 더 무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목: F1 더 무비(F1 The Movie)

감독: 조셉 코신스키

각본: 에런 크러거

제작: 제리 브룩하이머, 루이스 해밀턴, 조셉 코신스키, 브래드 피트

촬영: 클라우디오 미란다

음악: 한스 짐머

출연: 브래드 피트, 댐슨 이드리스, 케리 콘돈, 하비에르 바르뎀 외

제공/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국내 개봉: 2025년 6월 25일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55분

평점: 9.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