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진의 리뷰] '28년 후'…'28일 후' DNA 이어받은 차세대 좀비 영화

2025-06-19     심우진 기자
▲'28년 후' ⓒ소니픽쳐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생물학 무기 연구소에서 유출된 치명적인 분노 바이러스로 인해 영국의 국가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다. 전 세계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영국을 해상 봉쇄하게 되고, 소수의 생존자만이 홀리 아일랜드라는 고립된 작은 섬에 갇혀 현대 문명이 사라진 중세시대에 가까운 삶을 이어간다.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장벽 너머 세상을 알지 못한다. 

영화 '28년 후'는 공포로 뒤덮여버린 세상에서의 생존 방법을 배우기 위해 영국 본토에 첫발을 내딛게 되는 소년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빠 제이미(애런 테일러존슨)와 함께 섬을 벗어나 본토에 상륙한 스파이크는 곧바로 잔혹한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28년의 세월 동안 감염자들은 인간과 괴물의 경계선 위에서 더 위협적인 좀비로 변이해 있었다. 

▲'28년 후' ⓒ소니픽쳐스

부모 세대가 겪은 바이러스의 공포와 붕괴의 기억을 이어받은 스파이크는 폐허 위에서 성장의 통과의례를 거치고 단단해져 간다. 그는 간신히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 무사 귀환한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엄마 아일라(조디 코머)를 구해낼 마지막 희망이 본토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다시 짙은 어둠 속으로 뛰어든다.

대니 보일 감독과 알렉스 가랜드 각본가가 다시 의기투합한 이번 작품은 2002년 '28일 후' 후속작으로서의 정통성과 무게감을 유지한다. 전작이 '달리는 좀비'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장르 안에서 혁신을 보여줬다면, 이번 '28년 후'에서는 그 변화의 끝에서 더욱 잔인하게 역동적으로 진화한 공포와 고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좀비 생태계도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슬로우 로우, 군집 생활을 하며 사냥하는 좀비 무리, 그들을 이끄는 리더인 알파 그리고 새로운 유형의 존재까지 총 4가지 형태를 보여주며 확장한다. 

▲'28년 후' ⓒ소니픽쳐스

전편이 저해상도 디지털 캠코더를 활용한 비주얼로 충격을 줬다면, 이번 작품은 아이폰과 IMAX 와이드 포맷을 결합해 불안과 공포가 깃든 생생하고 감각적인 종말의 이미지를 와이드 스크린 안에 담아낸다. 또한, 익스트림 롱 샷부터 익스트림 클로즈 업까지 다양한 앵글로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폐허로 변한 거친 질감의 세상을 그린다. 특히 20대의 아이폰을 장착한 리그 장비와 전용 렌즈의 조합으로 강렬한 공포와 폭력의 순간들을 포착해 독창적인 비주얼을 뽑아냈다.

대니 보일 감독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정서를 구축하는 방법으로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의 '헨리 5세' 아카이브 영상과 함께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 '부츠' 반복 낭독을 삽입했다. 또한, 그는 영국 중세 영웅시대에서 착안해 현대 문명이 사라진 세상을 살아가는 생존자들의 삶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따라서 대니 보일 감독은 홀리 아일랜드가 남자는 전투와 사냥에 투입되고, 여자는 가사 일을 전담하는 전통적 공동체로 묘사됐다고 밝혔다.

▲'28년 후' ⓒ소니픽쳐스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인 '28년 후'는 '가족의 본질'을 다루고 있으며, 2부는 '악의 본질' 그리고 3부는 '킬리언 머피의 영화'로 구성될 예정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가족 드라마가 중심 테마로 자리한다. 주인공 스파이크를 축으로 아빠 제이미와의 관계 변화 그리고 엄마 아일라를 구하기 위한 절박한 여정이 펼쳐진다.

여기에 미스터리한 인물 켈슨 박사(랄프 파인즈)의 등장과 함께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필멸자의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뜻을 받아들이는 스파이크의 성장을 그리는 시퀀스에서는 휴먼 드라마로서의 깊은 감정적 울림이 전해진다. 다만, 가족 드라마로서는 완성도가 높지만, 러닝타임 중 좀비 액션 시퀀스 분량에 대해서는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28년 후' ⓒ소니픽쳐스

각본을 맡은 알렉스 가랜드는 최근 닐 드럭만 너티 독 대표와의 대담에서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가 이번 작품의 정서적 깊이를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28일 후'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창작물이 다시 원작자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한 부분도 이 작품을 감상하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또한, 국내 90만 관객을 동원 중인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을 관람한 관객에게는 '28년 후'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정서 면에서 교집합을 이룬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영화 '28일 후'의 DNA를 이어받은 대니 보일 감독의 신작 '28년 후'는 새로운 차세대 포스트 아포칼립스 좀비 영화에 도전하는 작품이다. 오프닝과 이어지는 엔딩 장면에서는 영국 대표 콘텐츠의 오마주와 함께 2부를 예고한다.

▲'28년 후' ⓒ소니픽쳐스

제목: 28년 후(28 Years Later)

감독: 대니 보일

각본: 알렉스 가랜드

출연: 조디 코머, 애런 존슨, 랄프 파인즈, 잭 오코넬, 알피 윌리엄스 외

제공/배급 : 소니 픽쳐스

개봉: 2025년 6월 19일

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14분

평점: 7.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