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삼성전기, R&D 늘렸지만…수익성 흐름 엇갈려
같은 투자, 다른 성적 눈길…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이
삼성전기, 전장·기판 성과 가시화…LG이노텍, 애플 집중 구조 '부담'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전자부품업계 양대 축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 확대하며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양사 모두 전장, 반도체 기판, AI 부품 등 고부가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내재화를 추진 중이지만, 사업 구조와 투자 성과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모습이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우리기업 연구개발 투자 현황’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R&D 투자 상위 기업 중 각각 13위, 1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6,243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해 전년(5,431억원) 대비 약 15.0% 증가했으며, LG이노텍은 7,014억원으로 전년(6,725억원) 대비 약 4.3% 늘었다.
다만 실제 사업 성과로의 전환 속도와 효율성에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기의 경우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R&D 성과를 비교적 빠르게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MLCC, 전장 부품, 반도체 기판 등에서의 수요 회복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안정적인 수주 기반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0조2,941억원, 영업이익 7,3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5.76%, 11.27%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예상 매출은 11조472억원, 영업이익은 8,695억원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장용 MLCC, 반도체 기판 등 고부가 부품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IT 전방 산업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AI 수혜 여부가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전기는 하반기 관세 이슈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IT 부품 기업 중에선 가장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유리기판의 경우 다수 공정들에서의 난이도도 높고 개발 참여에 적극적인 고객 확보도 쉽지 않아 시장개화를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면서도 "반도체 모듈의 발열관리 측면에서 해결책이 제한적이다보니 향후 성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LG이노텍은 R&D 투자 확대에도 불구,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여전히 광학솔루션 부문에 집중돼 있어 기술 투자가 실적 안정성으로 이어지기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에 집중된 공급망 구조와 관세·환율 리스크, 벤더 간 경쟁 심화 등 복합 요인이 수익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매출액은 21조2,008억원으로 전년 대비 2.89%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7,060억원으로 15.02% 줄어들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광학솔루션 부문의 경쟁 심화와 수요 불균형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는 낮은 편이다. LG이노텍의 2025년 매출 전망치는 21조2,557억원으로 소폭 증가에 그치고, 영업이익은 6,525억원으로 전년비 7.5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애플의 생산 거점 이동과 관련된 불확실성도 LG이노텍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아이폰 생산의 90%가 중국에 집중돼 있으나,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로 인해 애플은 인도 등으로 생산지를 다변화 중이다. LG이노텍 측은 “직접적인 관세 부담은 없지만, 고객사의 부담 전가로 인해 단가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 LG이노텍은 전장과 기판 사업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1분기 기준 전장부품 매출 비중은 9.4%로 지난해 말보다 0.3%포인트 상승했고, 기판소재 비중은 7.5%로 0.6%포인트 확대됐다. 특히 FC-BGA 등 고성능 반도체 기판이 AI 반도체 수요와 맞물려 핵심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사업부는 조명 및 통신 등 수익성 높은 제품 수요가 견조하게 지속되고 있고 수주 잔고도 증가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전장용 AP 모듈 사업이 시작될 예정인데 올해 실적 기여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나 중장기적으로 전장부품 사업부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 XRㆍVR 등 신규 디바이스에 대한 레퍼런스를 확보해 나가고 있어 향후 온디바이스 AI 시장 개화에 따른 성장동력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유의미한 실적 기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주가 상승 모멘텀 요인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공급망 내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 관세로 인한 하반기 수요 둔화 우려, AI 경쟁에 뒤쳐지고 있는 고객사 등은 LG이노텍 밸류 하락의 함수"라며 "만약 원산지 규정이 강화되는 등 미-중 갈등이 격화되거나 고객사가 중국산 비중을 제한할 경우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