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 공정운영] 삼성증권 '112조원 주식배당 오류' 2가지 문제점

2018-04-09     신숙희 기자
▲ⓒ삼성증권 방송화면 캡쳐

[SR(에스알)타임스 신숙희 기자] 이번 삼성증권 배당착오 사태와 관련해 주식배당 오류가 하루 동안 내부에서 발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류를 인지한 후에도 주문을 차단하는 데 37분이 걸려 위기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초기대응이 안이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가 일부 직원의 문제라기보다는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재발방지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283만주에 대해 보유직원(2018명)들에게 현금배당(28억1천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1주당 1000원을 입금해야 하는데 1주당 1000주를 지급했다. 

예컨대 삼성증권 주식 1주를 가진 직원이 배당금 1000원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사주 1000주를 받은 것. 사고 전날인 5일 삼성증권 주식 종가(3만98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1000주를 받은 직원은 원래 받아야 하는 1000원 대신 3980만원을 받은 셈이다. 이런 식으로 잘못 입력된 총 주식 수는 28억1천주 약 112조원 가량 된다. 

더구나 이날 일부직원은 착오 입고 주식 중 501만주를 주식시장에 매도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 삼성증권 주가가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12% 가량 급락했고, 장중 변동성완화장치(VI)가 30분간 7차례나 발동됐다. 이후 삼성증권이 유령주식을 거둬들이면서 낙폭을 줄였지만 전 거래일보다 3.64% 떨어진 3만8350원에 장을 마쳤다.

문제는 실제 삼성증권의 총 수식 수는 8930만주로 시가총액이 약 3조4천억에 불과하다는 것. 실제 발행주식 수의 약 32배를 초과하는 수량(28억1천만주)의 주식 물량이 입고됐음에도 시스템상에서 이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고, 각종 의혹도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배당되고 유통될 수 있는 구조에 대한 우려가 봇물처럼 터져나왔고,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특히 이번 사태는 국민청원 등의 형태로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9일 오후 7시 기준 ‘삼성증권의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단 3일 만에 19만3천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공매도 폐지는 성급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무차입 공매도는 제도적으로 안되게 돼 있는데 실제로 비슷한 효과가 나나탄 것"이라며 "다른 사례가 있는지, 제도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무엇이 문제를 키웠나?

9일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이번 사고는 일부 직원의 문제이라기보다는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식배당 입력 오류 발생시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으며, 관리자가 이를 확인하고 정정하는 절차와 감시기능이 부재했다는 것.

실제로 사고 전날(5일) 담당직원이 주식배당을 잘못 입력하고 최종 결재자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승인했음에도 다음날(6일) 오전까지도 오류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주식 착오 입고가 실행됐다. 특히 자체적으로 입력 오류를 인지(6일 9시31분) 하고도 실제 잘못된 주문을 차단(10시8분)하기까지 37분이 소요되는 등 위기대응도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발행회사로서의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가 동일한 한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 것도 시스템상 오류 발생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주배당 업무와 고객배당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도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두 업무 간에 분명히 장벽이 있어야 하는데 하나로 돼 있는 것은 시스템상으로 문제를 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자료=금융감독원)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의 문제를 보면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일반주주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했다. 애초부터 실제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착오 입력에 의해 입고될 수 있는 시스템상 문제 발생 가능성을 떠안고 있었던 셈이다. 이는 삼성증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상장 증권회사에도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삼성증권과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달 중 배당을 예정하고 있는 상장 증권사에 대해 배당 처리 시 내부통제를 철저하게 하는 등 사고 예방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 금융당국의 안이한 대응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초기 대처가 안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태 발생일인 6일 오후 금감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삼성증권의 사고원인 파악, 사후수습, 직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대응, 관련자 문책 등 처리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 특히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삼성증권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소송 등 불필요한 과정 없이 피해보상이 신속하게 이어지도록 삼성증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원은 "이번 사건이 감독당국이 금융사에 요청할 일인지 묻고 싶다. 이런 자본시장 초유의 사태라면 사건 발생 당일 바로 금감원이 삼성증권을 장악해 모든 처리 과정을 감독하는 등 적극적으로 처리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9일에야 금감원은 특별점검 이후 삼성증권에 대해 투자자 보호 및 주식거래시스템 안정을 위한 현장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과 증권 거래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이고 구조적으로 분석해 철저히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