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진의 리뷰] '브링 허 백', 감각적 공포 연출과 가족 드라마의 결합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대니 필리포·마이클 필리포는 누적 조회 수 11억뷰, 688만 구독자의 유튜브 'RackaRacka' 채널을 운영해온 크리에이터 출신 쌍둥이 형제 감독이다. 그들의 데뷔작 '톡 투 미'는 A24의 호러 영화 중 글로벌 최고 흥행을 기록하며, 제작비 대비 20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필리포 형제의 최신작 '브링 허 백'은 여전히 감각적이고 충격적인 그들의 공포 미학을 유지한다. 여기에 더해 더욱 소름 끼치고 불길한 정서를 덧입히며, 관객의 가슴을 한껏 조여나간다.
충격적인 오컬트 푸티지로 문을 여는 이 영화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시각장애 소녀 파이퍼(소라 웡)의 일상을 비춘다. 또래들의 은근한 따돌림 속에서 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건 오빠 앤디(빌리 배럿)다. 그는 기꺼이 동생의 눈이 되어 함께 세상을 헤쳐나간다. 강하고 끈끈한 우애로 맺어져 있는 두 사람은 '자몽'이라는 둘만의 암호로 거짓없는 진심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남매는 지병을 앓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고아가 되면서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다. 사회복지사의 소개로 그들을 맡게 된 위탁모 로라(샐리 호킨스)는 오랜 상담사 경력을 지닌, 평판 좋은 인물. 하지만 로라의 첫인상은 그녀의 아이 올리버(조나 렌 필립스)와 마찬가지로 어딘가 평범하지 않다.
로라에게는 시각장애인 딸을 비극적인 사고로 잃은 슬픈 과거가 있다. 그 때문인지, 첫 만남부터 파이퍼에게 과도한 애정을 보인다. 반면, 앤디에게는 겉으로는 상냥한 척하지만, 알게 모르게 무관심하고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 로라의 집에서 살게 된 이후부터 미묘한 불편함과 긴장감을 느끼던 앤디는 전에 없던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겪게 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닌 로라의 교묘한 가스라이팅과 악의적 행위에서 비롯된 것임이 서서히 드러난다. 결국, 서로에게 다정했던 남매의 일상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져가고, 점점 극한의 공포에 침식당하기 시작한다.
'브링 허 백'은 호러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그 안에 가족애의 섬세한 정서적 울림을 놓치지 않는다. 인간 내면의 본능적 감정들을 정밀하게 조율하며, 독특한 공포감과 가족 멜로 드라마의 감정을 동시에 끌어낸다.
공포물이라는 큰 틀 안에 '헨젤과 그레텔'식 동화 구조, 위탁가정 제도의 허점, 전통적 오컬트 요소 그리고 엇나간 모성애의 파멸을 겹겹이 얹어낸 이 작품은 관객을 소름 돋게 만들다가도, 뜻밖의 감정을 건드리며 눈물샘까지 자극한다.
필리포 형제는 이 영화에서 우애 깊고 선량한 고아 남매가 불완전한 위탁가정 제도에 강제 편입되며 겪는 불안과 고통을 전면에 내세운다. 앤디·파이퍼 남매는 이에 맞게 파괴된 가족의 슬픔을 품은 비극적 드라마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앤디의 내면에는 학대의 상흔과 동생에 대한 복합적 죄책감이 남아있다. 앞을 보지 못하는 파이퍼가 세상의 추악함에 무방비로 닿을 때마다, 앤디는 필사적으로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을 구원하려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파이퍼는 제한된 감각 속에서 진실과는 거리가 먼 오해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촉발되는 여러 섬뜩한 순간들은 공포 호흡을 한층 더 숨가쁘게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신체 훼손 장면들은 조나 렌 필립스가 연기한 올리버를 통해 구현된다. 그 표현 수위는 관객의 감각기관을 날카로운 바늘로 찌르는 듯하다. 살갗을 긁고 파고드는 듯한 촉감, 눈을 의심케 하는 끔찍한 시각적 묘사가 펼쳐진다. 두려움이 신경 말단을 타고 흐르며, 내면 깊은 곳의 공포 본능을 건드린다. 심지어 고어 연출에 익숙한 관객조차 눈을 감거나 몸을 움찔하게 만들 만큼, 이 영화는 감각적 공포 심리를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명배우 샐리 호킨스는 이 영화를 완전히 다른 경지의 장르에 이르게 한다. 공포물을 넘어 정서적 깊이와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는 심리 드라마로 격상시킨다.
그녀가 연기한 로라는 '좋은 엄마'라는 정체성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인물이다. 모성애라는 본능의 이면에 도사린 광기와 상실의 고통, 죽은 딸을 향한 집착과 기괴하게 왜곡된 애정, 그리고 자기합리화에 빠진 행복에 대한 환상까지 샐리 호킨스는 캐릭터의 모든 감정을 과장 없는 눈빛과 미묘한 표정 변화로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셰이프 오브 워터', '블루 재스민' 등에서 보여준 그녀 특유의 내면 연기와 절제된 감정 표현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며, 로라를 단순히 악역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입체적인 인물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영화의 엔딩은 모성과 상실의 고양감이 가득한 클라이맥스 상태로 끝을 맺는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아있다. 슬픔과 성장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이어진다. '브링 허 백'은 뛰어난 감각적 공포 연출과 가족 드라마 서사를 성공적으로 병행해낸 독특한 작품이다.
제목: 브링 허 백 (Bring Her Back)
감독: 대니 필리포, 마이클 필리포
각본: 대니 필리포, 빌 하인즈먼
출연: 샐리 호킨스, 빌리 배럿, 소라 웡, 조나 렌 필립스, 샐리 앤 업튼, 스티븐 필립스, 미샤 헤이우드
수입/배급: 소니 픽쳐스 코리아
러닝타임: 104분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개봉: 2025년 6월 6일
평점: 7.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