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상생의 시장질서” 새 정부 금융시장 체질 바뀌나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새 정부의 금융 정책이 주목된다.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3대 비전(회복·성장·행복)과 함께 ‘공정과 상생의 시장 질서 구축’을 포함한 5대 전략을 발표했다. 서민 등 취약계층의 금융 부담 완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을 내세운 가운데 금융권과 자본시장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서민 금융부담 완화…'은행법 개정안' 속도 붙나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 정책은 국민의 금융 부담 저감 및 보호 강화, 포용금융 확대 등에 방점이 찍혔다.
4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금융 공약으로 ▲대출원리금 상환 부담 완화 ▲서민·소상공인 등 금융 취약계층 포용금융 확대 ▲선량 채무자 금융 보호 강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금융권에선 실행 가능성이 큰 공약 중 하나로 ‘은행법 개정안’이 언급되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해 온 은행법의 경우 은행 가산금리에 보험료·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출 가산금리는 은행이 은행채 금리·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기준)금리'에 임의로 덧붙이는 금리로, 주로 은행의 대출 수요나 이익 규모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은행법 개정안 통과 시 가산금리에는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험법상 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 등을 포함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12월 발의된 해당 개정안에는 관련 항목을 대출금리에 반영한 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 조항도 담겨 있다. 민주당은 공약집에서 가산금리 산정과 관련해 “각종 출연금 등의 법적비용이 금융소비자에게 부당전가되지 않도록 은행법을 개정해 원리금 상환부담을 경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대환대출 확대,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대출 전문 인터넷은행 설립,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 등을 위한 배드뱅크 설치 등을 주요 정책 수단으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부산에 동남투자은행을 설립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지난 1일 대선 과정에서 부산을 찾은 이 대통령은 “지방 균형 발전 정책은 피할 수 없이 해야 할 국가의 핵심 전략”이라며 부산을 글로벌 물류 허브 및 금융·문화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부산에 동남투자은행을 설립해 부산·울산·경남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한다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공동으로 약 3조원 규모의 초기 자본금을 출자해 마련할 계획이라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세웠다.
◆ “지배구조 개선… 코스피 5000시대 목표”
이재명 대통령은 국내 주식 저평가 해소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이번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여야 후보 모두 자본시장 활성화를 중점을 뒀는데, 이 대통령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공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공약으로는 ▲먹튀·시세 조절 근절을 통한 공정 시장 질서 확립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일반주주 권익 보호 ▲자본·손익거래 등을 악용한 지배주주 사익 편취 행위 근절 ▲수급 여건 개선 및 유동성 확충을 통한 주식시장 활력 회복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1,400만 개미와 5,200만 국민과 함께 코스피 5000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상법 개정 재추진을 내세웠다. 상법 개정안은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 소액주주 보호, 공정한 기업 운영 유도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 4월 이 대통령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만나 자본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상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2일에는 모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식시장 부정거래는 최고형으로 확실히 다스리고 상법 개정은 (취임한다면) 2~3주 안에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선 상법이 개정되면 지배주주 편향이 줄어들고 국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활성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핵심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저평가된 건설업과 증권 지주사들이 구조적인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을 반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여야 모두 금융시장 선진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향후 상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관련 정책은 지주회사의 중복상장 제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지배구조 불투명 기업의 개선 요구 등이 예상되어 저 PBR 기업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은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의 재평가로 귀결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