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손보사, 총자본 3조 감소…기타포괄손실 7조 ‘발목’
삼성·메리츠·DB·KB·현대해상 등
올 1분기, 기타포괄손실 7조 육박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주요 손해보험사 5곳의 총자본이 3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기타포괄손익에서 손실이 7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기타포괄손익은 미실현 항목으로 순이익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자본에는 영향을 미친다. 영업성과와 재무상태를 명확히 보여주는 회계상 계정이다. 일시적 변동이나 평가손익, 금리 및 환율변동 등으로 손실이 발생한다. 기타포괄손익이 자본에 영향을 주는 만큼 최근 보험사들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급감에도 기타포괄손실이 한몫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손보사 5곳(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총자본은 38조1,1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40조 7,336억원) 보다 6.4%(2조6,000억원) 감소한 액수다. 총자본 감소규모는 이들의 1분기 순이익을 넘어서는 규모다.
손보사별로 보면 삼성화재의 총자본이 15조4,319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1% 감소했다. 메리츠화재가 5조2,670억원으로 8.4% ▲DB손보가 8조1,509억원으로 13.2% ▲KB손보가 5조2,340억원으로 10.5% ▲현대해상이 4조299억원을 기록해 15% 감소했다.
◆ 자본 감소, 기타포괄손실 영향
이 같은 흐름은 기타포괄손익에서 손실을 기록해서다. 조사대상 손보사 중 지난 1분기 기타포괄손익에서 이익을 기록한 곳은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하지만 삼성화재 역시 규모는 1년 전보다 소폭 감소했다.
삼성화재의 기타포괄손익은 2조4068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메리츠화재 마이너스(-) 6,064억원, DB손보 -3조8,828억원, 현대해상 -3조3,346억원, KB손보 -1조3,011억원으로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기타포괄손익 감소는 시장금리 하락과 금융당국의 할인율 규제강화로 보험계약 금융손실이 급증한 탓이다. 보험계약 금융손실은 금리 변화나 계리·할인율 가정 변경으로 보험계약의 가치가 바뀌었을 때 잡는 계정이다.
통상 보험사는 부채 듀레이션(금리 민감도)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어 금리 하락시 보험부채가 자산보다 빠르게 증가한다. 보험계약 기간이 길기 때문에 이에 따른 금융손실이 급격히 커진 데서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할인율 규제는 보험 부채를 계산할 때 쓰는 할인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국고채 금리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2027년까지 할인율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보험계약 금융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보험사들은 자산의 만기가 부채보다 짧아 금리가 떨어질수록 손실 폭이 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할인율 규제의 경우에도 (국고채 20년물 금리가 변동성이 있어) 결과적으로 부채 평가액을 키우기 때문에 기타포괄 손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대형 손보사들은 상대적으로 투자손익과 신계약에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에 킥스비율을 규제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손보사별 차이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