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감독 "최우식·스트레이 키즈·엔하이픈과 작품 하고 싶어"

2025-05-23     심우진 기자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 ⓒ심우진 기자

"한국판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기대 중"

"BTS 정국과 함께 한 '유어 아이즈 텔' OST 작업 너무나 훌륭해"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의 연출을 맡은 미키 타카히로 감독 내한 기자간담회가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내한에 맞춰 개봉한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어느 날, 첫눈에 반한 연인 미나미와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린 낯선 세계에서 눈을 뜬 리쿠가 다시 한번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으려 하는 감성 평행세계 로맨스 영화다.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은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장편 데뷔작 '소라닌'을 시작으로 2022년 개봉해 국내 누적 관객 121만명을 동원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끈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부터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에 이르기까지, 감성 멜로 장르에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주며 한국 관객들에게 독보적인 사랑을 받아온 감독이다.

먼저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내한 소감을 묻자 "한국 관객분들 덕분에 '오세이사'가 굉장히 큰 인기를 얻었던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 이번에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로 한국에 오게 되어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싱어송라이터인 미레이와 나카지마 켄토를 캐스팅 이유에 대해서는 "프랑스 원작 영화에서는 피아니스트 이야기다. 이번 영화에서는 노래를 중요시해서 싱어송라이터인 미레이 씨를 캐스팅했다. 나카지마 켄토 씨는 10년 전에 스타일리스트분에게 굉장히 좋은 배우라고 소개받았고 언젠가는 같이 작업하겠다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실현됐다"고 밝혔다.

OST 작업에 대해서는 "미레이 씨는 전에 저와 뮤직비디오 작업을 함께 했었는데 이번 영화 속 노래를 꼭 부탁하고 싶었다. 미레이 씨가 대본을 굉장히 깊이 읽고 분석하면서 어떤 노래를 만들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데모곡을 들었을 때 너무 훌륭했고 이런 뛰어난 곡 덕분에 반드시 좋은 영화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고 전했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 ⓒ심우진 기자

한국에서 '오세이사'가 사랑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저희끼리도 왜 히트했는지 이유를 모르겠으니 한국분들이 알려주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며 "일본 로맨스 영화의 강점은 절절하고 애달픈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그냥 행복한 장면만 나오지 않는다. 그런 감성이 한국과 일본이 닮아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한국에서도 이와이 슌지 감독님 '러브레터'가 인기 있다고 들었다. 저도 학창시절에 그런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레브레터' 다음으로 '오세이사'가 흥행했다고 하니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처럼 일본에서도 '오세이사'를 본 10대 관객들이 많다. 사춘기의 10대들 영화다. 그들이 느끼는 고민과 안타까움이 나오기 때문에 두 나라에서의 관객 연령층이나 반응이 비슷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미키 감독은 이번 작품의 특징에 대해 "80년대와 90년대 할리우드 러브 스토리 감성을 살리고 싶었다. 아주 상큼한 해피엔드로 끝나 영화를 보고 돌아가실 때 상쾌한 마음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는데 그래서 한국 관객분들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기억에 대한 소재를 다루는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에 기억이나 추억을 모티브로 많이 사용하고자 해왔다. 사실 제가 기억력이 좋지 않다. 그러므로 좋았던 순간의 기억을 담아내는 영화가 가장 좋다는 생각했다. 영화란 기억의 미디어라고 생각한다. 연극이나 라이브보다 영화 미디어를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가 기억을 오래 담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어바웃 타임'과 '길버트 그레이프'를 감명 깊게 봤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어바웃 타임'은 판타지뿐만 아니라 영화가 가지고 있는 즐거움이 있고 삶의 기쁨과 의미에 대해서 깨닫게 해 주는 작품이다.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어 이번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평행세계 소재에 대해서는 "판타지 설정을 좋아한다. 그리고 평행세계나 타임슬립을 좋아한다. 우리가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보고 나면 이럴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인생의 교훈 같은 것을 얻고 깨닫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장르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소라닌'에 이은 음악영화로서의 이번 작품 연출에 신경 쓴 지점에 대해서는 "영화감독이 되기 전에 뮤직비디오 디렉터로서 일했다. 음악과 영상을 똑같이 중요시하는 일을 했었다. 영화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영화 클라이맥스에 나오는 음악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소라닌'에서처럼 이번 신작에서도 캐릭터가 노래한다거나 혹은 노래가 나오는 장면이 중요하다. 클라이맥스 감정의 피크와 동일하게 맞춰지도록 하고 싶었다. '소라닌'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노래가 중요했고 노래 부르는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감정적 순간에 같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 ⓒ심우진 기자

한국 배우 캐스팅이나 한국 배경 로맨스 영화를 만들 계획을 묻자 "뛰어난 한국 배우분들이 너무 많아 기회가 된다면 꼭 같이 일해보고 싶다. 한국 배경 로맨스 영화와 관련해서는 사실 논의가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뭐라고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힘들고 관련 기획을 검토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미키 감독은 좋아하는 한국 배우와 영화에 대해서도 답변을 이어나갔다. 그는 "최우식 씨가 사실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으로 굉장히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최우식 배우가 가지고 있는 친근한 분위기, 부드러운 느낌이 지금까지의 제 작품 남자 주인공 캐릭터와 비슷하다. 꼭 같이 일을 해봤으면 좋겠다"며 최우식 배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미키 감독은 "한국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본다. 한국 로맨스 '헤어질 결심'을 좋아한다. 또 서스펜스 스릴러인 '곡성', '파묘'도 굉장히 좋아한다"고 밝혔다.

'유어 아이즈 텔'에서 BTS 정국과 OST 작업을 했던 것과 관련해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라는 작품을 BTS 멤버들이 다 봤다고 했던 것 같고 특히 정국 님이 봤다고 했던 것으로 들었다. BTS가 너무나 유명해서 저희 제안을 받아들여 줄까 했었는데 잘 성사가 되어 협업했었다. 곡이 굉장히 훌륭했다. 데모를 들었을 때 너무나 훌륭해서 더 할 말이 없었을 정도였다"며 "제 작품에는 뮤지션이나 아이돌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한국 아이돌 중에는 스트레이 키즈나 엔하이픈 멤버와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오세이사'의 한국 리메이크 소식에 대해서는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같은 테마라 할지라도 감독이 다르고 테이스트가 달리진다면 전혀 다른 작품이 되리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어떤 작품으로 나오게 될지 굉장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판 '오세이사'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의 이혜영 감독이 연출을 맡고 추영우, 신시아 배우가 주연을 맡아 오는 6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 시대에 로맨스 장르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섬세한 감정을 그려내는 부분이 있고 이를 관객들이 자기화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인의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일본은 굉장히 사회정세 등이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개인들이 필사적으로 일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중요시하게 되는 그런 면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본인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장르 영화에 더 마음이 끌리지 않나 생각한다"고 로맨스 영화 흥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 ⓒ심우진 기자

미키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여성분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 결혼하신 남성분들이 찔리는 내용이 많을 것이다. 결혼하신 분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아내와 가족을 좀 더 소중히 하고 친구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부부 싸움 경험이 있는 분들이 이 영화를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 사실 제가 항상 아내에게 혼나고 반성했던 경험을 영화 안에 살려 넣었다"며 지금까지 자신의 작품들과는 차별되는 지점에 관해 설명했다.

끝으로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한국과 일본은 예전과 비교해 문화적인 교류가 굉장히 활발해졌다고 생각한다. 음악, 영화, 드라마에서 한일 합작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두 나라가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함께 많은 것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언젠가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스태프들 그리고 한국의 배우분들과 같이 일을 해보고 싶다. 한국 배우분들과 일본에서 같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하고 그것이 실현되려면 일단 이 작품이 한국에서도 잘 됐으면 한다. 많은 한국 관객분들이 이번 작품을 즐겨주셨으면 한다"는 인사와 함께 내한 기자간담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