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국산 신약 37호 ‘자큐보’에 거는 기대
구강붕해정 제형 식약처 허가 신청…글로벌 30조 시장 정조준
한상철 대표 주도 체질 개선 본격화될 듯
[SRT(에스알 타임스) 최나리 기자]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국산 37호 신약인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치료제 자큐보(자스타프라잔)의 신규제형 개발에 성공하고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 구강붕해정의 연구 및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마무리하고 전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구강붕해정은 물 없이도 입안에서 녹여 복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형이다.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들을 비롯해 외부에서 급히 복용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보다 편리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이번 허가를 획득할 경우 P-CAB 신약 중 구강붕해정을 보유한 세계 두 번째 기업이 된다. 첫 번째는 HK이노엔이 케이캡 구강붕해정을 지난해 6월 출시한 바 있다.
자큐보 구강붕해정은 소형화를 통해 휴대성을 높였다. 구강붕해정에 주로 많이 쓰이는 민트향이 역류성식도염 환자에게 속 쓰림을 유발할 가능성까지 고려해 민트향 대신 시장 선호도가 높은 오렌지 향을 첨가, 환자 이익과 복약 순응도를 개선했다.
자스타프라잔은 국내에서 지난해 4월 신약 37호로 허가를 받고 같은 해 10월 자큐보라는 제품명으로 출시돼 판매가 시작됐다. 이후 지난 1월 위궤양 치료제 적응증으로 임상 3상을 마치고 허가를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30조원을 상회하며, 연간 4조원 규모에 달하는 중국은 시장이 가장 크다. 자큐보는 중국에서 경구형 임상3상과 주사제형 임상1상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 구강붕해정 제형 확대와 함께 적응증 추가로 자큐보의 국내외 시장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멕시코·남미 및 동남아 시장에서도 한국 허가자료를 기반으로 임상 면제를 통한 허가 절차도 진행한다는 목표다.
자큐보는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제일약품 공동대표에 선임된 한상철 대표의 주요 성과물로도 꼽힌다. 한 대표는 제일약품 창업주 고(故) 한원석 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2006년 제일약품 부장으로 입사해 마케팅 전무와 경영기획실 전무, 2015년 부사장을 거쳐 2023년 제일약품 사장에 올랐다. 2017년부터는 제일약품 지주회사인 제일파마홀딩스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한 대표는 경영에 필요한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신약 연구개발 집중과 사업 다각화, 신사업 발굴 추진 등을 통해 회사의 성장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 대표 주도로 2020년 설립된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상품매출 중심이던 제일약품의 체질개선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일약품의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비 3% 감소한 7,045억4,203만원으로 189억2,724만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제일약품이 46.28%의 지분을 갖고 있는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제일약품의 종속회사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해 매출 148억원으로 자큐보 출시 이후 2년간 누적 매출이 350억원에 달한다. 이에 올해 첫 번째 연간 실적을 통해 국내 신약 매출의 본격적인 성장세를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제6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성석제 제일약품 공동대표는 “작년 한 해에는 대한민국 37호 신약으로 승인된 자큐보로 제일약품의 연구개발 역량과 혁신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며 “올해 제일약품은 신약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의 개량 및 적응증 확대 등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를 통해 증명된 신약 허가 기술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합성치사 이중표적 항암 신약 후보 ‘네수파립’ 등 후속 연구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성공을 목표로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신약 37호 자큐보의 새로운 제형 개발을 통해 좀 더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확대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글로벌 30조 시장에서 더욱 자큐보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