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AI 전략,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은
통신업계, AICC·스마트 공장 등에 ‘편중’
김민기 카이스트 교수 “B2B·B2C 서비스 확대해야”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국내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AI컨택센터(AICC)와 스마트 공장,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 협업해 새 사업을 발굴해야 합니다.”
김민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27일 서울시 강남구 컬쳐랜드타워에서 열린 ‘제4차 인공지능(AI) 미래가치 포럼’ 공개세미나에서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더 이상 단순 망사업자에 머무르지 말고 AI 인프라·플랫폼·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통신사 AI 서비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 됐다.
김 교수는 ‘통신사 신사업 전략을 위한 국내·외 AI 사례 고찰’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통신사업자와 이동통신 단말기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등 간 ‘업의 경계’가 희미해져 감에 따라 통신사들도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독일 최대 통신사 도이치텔레콤은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에서 AI 비서 ‘마젠타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와 함께 지난해 선보인 ‘앱 프리(App-free)’ 스마트폰도 구체화했다. AI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먼은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AI 전용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김 교수는 최근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로 인해 AI 생태계 지형에 변화가 촉발됐다고 봤다. 딥시크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최상위 GPU 모델인 H100 대비 성능을 50% 가량 낮춘 GPU H800 2,000대를 사용, AI를 기존 대비 10배 저렴하게 작동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를 계기로 미국 거대기술기업들 주가가 동시다발적으로 하락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중소·중견기업이 딥시크 모델을 활용해 자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AI 컨설팅, 데이터 가공, 맞춤형 솔루션 등 파생 산업이 활발히 전개될 것”이라며 “중국 내에서도 기존 바이두와 알리바바 중심의 AI 기술 생태계가 스타트업 주도의 혁신과 경쟁이 전망된다”고 했다.
AI를 활용한 새 사업 모델 발굴, 운영 효율성 개선 등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나라 통신사들도 ‘기업용(B2B) 및 소비자용(B2C)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멀티 거대언어모델(LLM)과 구독형 그래픽처리장치(GPUaaS), 클라우드 AI 플랫폼 등을 통해 B2B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산업별 특화형 AI모델 개발로 차별화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통신사들도 글로벌 AI 기업과 업무협약(MOU) 등을 통해 혁신 기술을 빠르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날 포럼을 주관한 이상학 KTOA 부회장은 “이번 공개 세미나는 그동안 포럼을 통해 국내 AI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논의해 온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로서, 통신업계의 AI 전략 구체화는 물론 AI 관련 규제혁신과 제도개선에 기여할 것” 이라며 “앞으로도 AI 미래가치 포럼은 통신산업의 AI 발전뿐만 아니라 연관 분야와의 AI 융합을 위한 다양한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AI 미래가치 포럼’은 통신사업자 역량을 강화하고, AI 관련 정책·규제개선 방안 등을 모색해 정부·국회의 정책 수립 과정에 건전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국내 주요 통신사업자와 AI 법·제도, 기술분야 전문가들이 합심해 지난해 9월 출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