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황인 유통업계, 하이퍼 하이브리드가 요구될 때

2025-03-14     박현주 기자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하이브리드는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는 것, 마치 사람으로 치면 N잡러(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사람) 같은 셈". 백소라 세종사이버대학교 유통물류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 개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통산업에서 이 같은 하이브리드 개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어떤 요소를 '융합'해놓은 것이다. 사업이나 제품을 비롯해 운영방식 등의 장점을 한데 합쳐놓은 것이다.

예컨대 편의점에서 인건비를 절약하고 경영주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낮에는 유인으로, 밤에는 무인 점포인 하이브리드 점포를 운영한다. 전자담배 중 제품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액상 카트리지와 스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자담배를 하이브리드라 한다. 접근성과 친환경성을 높이고자 스크린 골프와 필드 골프의 장점을 융합한 도심 하이브리드 골프장도 있다. 인테리어에서는 개인의 주거와 업무환경을 모두 반영한 하이브리드 역할을 강조한 공간이 나타난다.

하이브리드 개념을 넓게 보면 유통시장의 양 축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도 해당된다.

코로나19 이후에 비대면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이 크게 늘고 소비패턴이 변화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점포의 경우 집객하기 더 어려워졌다. 온라인쇼핑으로 쉽게 구매하고 배송받을 수 있다보니 오프라인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최근 5년간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온라인사업에 속도를 내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점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작업에 힘썼다. 불경기에 따라 큰 비용을 들이거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신사업을 펴기 힘들어지면서 기존 사업의 강점을 합쳐 시너지를 내는 데 힘썼던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하이브리드' 식 운영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이 생겼다.

오프라인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일반 채널에서 볼 수 없는 자사의 제품군을 자사 온라인몰서 판매한다"면서도 "이미 가격경쟁력으로 쿠팡 같은 이커머스에 밀리다보니 큰 수익을 내긴 어렵다"고 했다.

시장경쟁은 갈수록 격화돼 가고 엎친데 덮친격 고물가에 따른 비용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내수부진 탓에 쉽사리 매출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다.

즉 시장경쟁과 불경기 속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익제고와 비용절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인 가운데 하이브리드에서 한단계 고도화된 '하이퍼 하이브리드'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하이퍼란 최첨단, 고도화된 기술 앞에 붙는 접두사로 통한다. 더 높은 단위와 초월을 의미한다.

유통업에서는 퀵커머스 수요가 높아 물류 경쟁력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물류에서도 하이브리드 고도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백소라 세종사이버대학교 유통물류학과 교수는 "배송에서 오토바이로 옮겨진 것을 드론으로 배송하거나, 로봇으로 배송된 것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식으로 하이브리드 물류가 이뤄지고 있으며, 하나의 창고를 매장으로 쓰기도 하고, 냉동 창고로도 쓰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용을 아끼면서 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앞으로 하이브리드 물류가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도 "유통업계는 인건비뿐 아니라 부대비용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양화하면서 회사마다 투자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추세"라며 "효율성과 수익에 기반된 하이브리드 형태 매장, 업무 시스템 등 앞으로 더 많이 개선 작업이 이뤄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급변하는 유통환경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보다 고도화된 하이브리드 전략이 요구될 때다.

ⓒ박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