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리 인하·가계대출 관리’ 딜레마
시중은행, 예금금리 2%대로
1월 예대금리차 1.57%…전년비 2배 가까이 증가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시중은행의 대표 예금상품 금리가 모두 2%대로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더해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으로 주요 은행들은 잇따라 가산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금리 인하와 가계부채 조절이라 상충된 부분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날 정기예금 상품의 기본금리(1년 만기)는 최저 연 2.40%, 최고 금리는 2.90%으로 2%대를 나타내고 있다. 최고금리 역시 최저 연 2.95%, 최고 연 3.30% 수준으로 평균 2%대에 진입했다.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3%대 예금이 사라진 상태다. 토스뱅크의 6개월 기준 대표 정기 예금 금리는 연 2.70%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연 2.90%까지 떨어졌다.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확대됐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 1월 취급한 가계대출 평균 예대금리차는 1.57%로 나타났다. 작년 2월 공시 기준 0.87%에서 1년여 만에 2배 가까이 커졌다.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수치를 뜻한다. 해당 숫자가 커질수록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격차가 커질수록 은행은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때문에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는 올리면서 마진을 많이 가져간다는 지적을 받는다.
◆ “대출관리와 영업 사이에 고민”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에 더해 가계대출 관리를 해야 하는 은행권은 정작 딜레마에 놓인 상황이다. 대출금리가 내려가면 서민 이자 부담은 줄어들지만 대출 수요에 부채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리하락 기조로 인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강화되고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2월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3조3,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3조5,000억원 늘어 전월(1조7,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2배 커졌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에 동참해 왔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예대금리차 비판 속에 최근 금리인하와 가계대출 관리라는 모순적 상황을 두고 은행권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실제로 난감하다”며 “사실 대출관리와 영업을 신경 써야 하는데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보니 그 중간에서 절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장 우려하는 게 쏠림 현상이다”라며 “가계대출 금리가 낮으면 그 은행으로 몰리게 되는데, 금리를 낮추는 시기에 수요가 몰리면 작년 하반기처럼 은행들이 감당을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산금리의 경우 이익률뿐만 아니라 리스크 관리, 부동산의 영향을 (모두 봐야 하는) 신중한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