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선택과 집중’…정신아의 카카오, 새 판 짠다

2025-03-14     윤서연 기자
▲정신아 카카오 대표. ⓒ카카오

다음은 독립, AI는 강화…경영 체제 개편 추진 

플랫폼 경쟁력 강화 나설 듯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카카오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김범수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단독 의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내부 조직 개편과 사업 재정비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수의 사법 리스크와 수익성 악화라는 당면과제 속 카카오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합병 11년 만에 포털 '다음(Daum)'을 다시 분리한다. 네이버와의 경쟁 속에서 점유율이 하락한 다음을 독립시켜 미디어 플랫폼으로 특화한다는 구상이다. 본업인 플랫폼·커뮤니티 사업에 집중하고, 미디어 사업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음이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면 콘텐츠 유통 및 AI 기반 검색 서비스 등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2023년 다음 사업 부문을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개편한 이후, 2년만의 변화다.

최근 카카오는 사법 리스크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등을 받으며 경영 환경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속에서 기존의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이에 정신아 대표는 핵심 플랫폼 사업 강화로 전략을 수정하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선택과 집중’ 기조를 더욱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플랫폼 중심의 수익성을 강화하고, AI 및 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정신아 대표 체제의 핵심 방향으로 분석된다.

정 대표는 이미 그룹 내 주요 현안을 주도해 왔다. 김범수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경영 공백이 발생했을 때도 실질적인 의사 결정을 맡아온 만큼, 이번 단독 체제 전환 역시 큰 변화 없이 기존 경영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건강 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는 김범수 창업자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직책은 유지한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카카오는 내부 조직 정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계열사 간 역할을 명확히 하고 사업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 속 2년 전 신설한 경영쇄신위원회도 해산했다. 해당 조직은 계열사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역할을 했으나, 사업 재편의 틀이 잡히면서 자연스럽게 역할을 종료하게 된 것. 카카오의 계열사 수도 2023년 5월 147개에서 2024년 3월 116개로 줄어들며,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AI 및 플랫폼 혁신이 눈에 띈다. 카카오톡과 연계된 기술, 광고, 커머스, 디자인 등 핵심 사업 역량을 통합하는 최고제품책임자(CPO) 조직을 신설해 사용자 중심의 혁신을 강화하고 있다. 이 조직은 토스뱅크 초대 대표를 역임한 홍민택 CPO가 맡아, 카카오톡의 성장 동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더불어 AI 관련 조직인 '카나나엑스'와 '카나나알파'를 단일 조직인 '카나나'로 통합해 AI 서비스 개발과 운영의 유기적 협업을 강화한다. AI 대중화를 앞당기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변화 속 카카오 주가도 최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3일 김범수 창업자의 퇴진 소식 이후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반영되면서 주가가 소폭 하락했지만, AI 사업 확대와 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반영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신아 대표 체제가 2년차를 맞은 만큼 카카오의 신뢰 회복과 플랫폼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음 분사 계획은 현재 논의 중이다 보니 구체적인 방향성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선택과 집중 기조에 따라서 AI와 카톡과 같은 핵심 성장 동력을 강화하되 비핵심 사업 정리는 기존 계획했던 방향성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