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손보사, 미래이익 3개월 새 ‘2조’ 증발

2025-03-10     전근홍 기자
ⓒ픽사베이

삼성‧DB손보‧현대‧KB손보·메리츠…작년 말 ‘CSM’ 54.5조

금융당국 보수적 가정 적용…CSM 감소, 순이익 희비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지난해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보험계약마진(CSM)이 불과 3개월 만에 2조원 이상 급감했다.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변경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당 상품은 납입 기간에 해약하면 환급금이 적거나 없다. 대신 보험료가 30% 이상 싸다. 기존에 보험사들은 해지율 예상치를 높게 잡고 미래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 규모를 작게 추정해 이익을 크게 잡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해지율 가정을 당국이 제안한 ‘원칙유형’을 적용토록 하면서 CSM 감소가 나타난 것이다. 보수적으로 해지율을 가정하면서 향후 지급 보험금 규모가 커졌고, 사실상 이익이 감소한 셈이 됐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 계약에서 미래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실현 이익을 뜻한다. CSM은 일단 회계상 부채로 잡힌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가치이기 때문이다. 매년 상각하면서 수익으로 인식하는데, 이를 현재가치로 금액을 적용하면서 실적 논란이 야기됐다. 보험사의 이익은 크게 보험이익과 투자이익으로 나뉘는데, 현재 시점에서 보험이익은 CSM 상각을 통해 발생돼왔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주요 손보사 5곳(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보유계약 CSM은 총 54조5,63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분기 보다 2조610억원 줄어든 규모다.

조사대상 손보사 중 CSM 큰 폭의 하락을 보인 곳은 현대해상과 KB손보다.

현대해상의 CSM은 같은 기간 9조3,210억원에서 8조2,480억원으로 1조730억원 줄었다. KB손보의 경우 CSM은 9조3,210억원에서 8조8,210억원으로 4,840억원 감소했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3분기 CSM은 14조1,810억원에서 4분기 14조740억원으로 1,000여억원 가량 감소했다. DB손보도 같은 기간 13조1,750억원에서 4분기 12조2,320억원으로 12조원대로 내려갔다.

메리츠화재만 홀로 CSM이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10조6,420억원에서 11조1,880억원으로 5,460억원 늘었다.

◆ 계리적 가정 변경에 ‘보험사 실적 희비’

CSM은 미래 이익을 의미한다. 부채로 인식하고 매년 상각하는데, 무·저해지 상품의 특징으로 판매를 늘리면서 CSM의 이른바 뻥튀기 논란도 지속돼왔다.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예상보다 높게 적용해 잡으면서 보험료를 낮췄고, 판매량을 경쟁적으로 늘렸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예상 해지율을 일괄적으로 보수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면서 이익이 줄어들고 가용자본이 줄면서 CSM이 하락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형 손보사와 중·소형사의 실적도 희비가 갈렸다.

조사대상 손보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순이익이 최소 9%에서 33%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전년 순이익을 또다시 뛰어넘었다. 대표적으로 현대해상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46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1조원을 돌파했다. CSM의 영향으로 보험이익이 감소했지만 투자이익이 급증한 영향이다.

원수보험료 기준 6위사인 한화손해보험도 순이익이 32% 증가해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중·소형사로 내려갈수록 실적은 급감했다. 농협손해보험이 9% 줄었고 흥국화재 61%, 롯데손해보험은 순이익이 91%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보험사들의 실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으로 일괄적용 되면서 그 만큼의 이익 상승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보험사들이 계리적 가정을 임의대로 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일괄 적용됐고,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지 2년이 넘어서면서 순이익이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