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③·끝] 롯데그룹, 자산 정리로 '급한 불'부터 끈다
신동빈 회장 주식담보비율 80%↑
주가 하락세 '엎친 데 덮친 격'
비핵심 사업·자산 매각에 힘써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지난해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을 시작으로 경영 위기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주식담보대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비롯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현재 담보 주식 비율이 80%를 넘은 가운데 롯데 주가는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내 투자심리는 위축돼 있고 내수부진으로 반등 모멘텀을 확보하기 어려운 여건인 만큼 자칫 지주사와 계열사 주가가 지속 하락할 경우 담보한 주식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일정한 수준 이하로 가치가 손실하면 담보대출계약상 문제가 된다.
27일 롯데지주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기재된 주식담보대출 계약에 따르면 지난 1월 24일 기존담보계약 변경(계약기간 2024년 6월 28일~ 2026년 1월 24일)에 따라 한국증권금융에게 담보로 잡힌 신 회장의 주식수는 롯데지주 1,176만2,000주, 롯데쇼핑 255만4,900주로 총합 1,431만6,900주다. 이는 신 회장이 보유한 롯데지주·롯데쇼핑 1,665만7,605주( 롯데지주 1,376만4,556주·롯데쇼핑 289만3,049주)의 85.94%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번 계약변경에 따른 대출금은 총 2,429억원으로 지난해 10월 주식담보대출 계약에 따른 대출금 2,359억원보다 70억원(2.9%) 가량 늘었다. 또, 지난 1월 담보 주식수(1,431만6,900주)는 지난해 10월 담보주식수 총 1,214만4,900주보다 217만2,000주(17.8%) 늘었다. 담보주식비율도 72.9%에서 올해 1월 85.9%로 13.0%포인트 늘었다. 대출금과 담보주식수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주식들의 주가가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롯데지주 주가는 종가기준 2만2,850원으로 1년 전인 2024년 2월 26일 2만8,800원 대비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 종가기준 6만4,000원으로 전년 7만6000원 대비 15% 내렸다.
불경기에 따른 내수부진으로 롯데그룹은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룹 시가총액 순위도 내리고 있다. 2021년 재계 10위였던 롯데그룹은 2022년 11위, 2023년 12위, 지난해에는 19위까지 순위가 하락했다.
앞으로 주가 하락세와 실적 부진이 지속하면 신 회장의 담보주식 가치가 떨어지면서 담보유지비율에 영향을 준다. 올해 1월 갱신한 담보계약의 담보유지비율은 110%다. 담보유지비율을 지키지 못하면 추가대출과 계약이 불가능해져 신 회장의 대출금을 통한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긴다.
담보유지비율이 110%라는 것은 대출금 대비 담보가치가 1.1배를 유지해야 한다. 갱신한 계약에 따라 총 대출금 2,429억원을 놓고 따져보면 담보가치는 최소 2,672억원이어야 한다. 즉 롯데지주 ·롯데쇼핑 담보 주식수 총합 1,431만6,900주의 가치가 최소한 2,672억원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의 주가 평균이 1만8,659원 이상은 돼줘야 한다.
롯데는 신 회장의 주식담보대출이 경영에 리스크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설령 주가 하락세로 손실이 발생해도 2,500억원의 대출금을 갚지 못할 만큼 여력이 없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경영권 위기로까지 이어진다는 우려는 정말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담대 리스크를 부정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출금 활용처에 대해 "(신 회장) 개인의 용도는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롯데케미칼이 휘청인 탓에 경영이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고군분투'하는 롯데의 행보를 지켜봐야 되지 않겠냐"면서 "사재(보유주식)를 담보하는 등 신 회장도 기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그룹은 주가 부진 등을 탈피하기 위해 롯데그룹은 전사적으로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구조 재편(리스트럭처링)에 힘쓰고 있다.
27일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부지 매각을 포함한 1조원 규모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최근 부동산 컨설팅 업체 등에 본사 부지 매각과 자체 개발, 자산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 등 다양한 옵션 선택에 따른 수익성 비교 분석을 의뢰했다.
롯데건설은 분석 결과를 받은 후 자산 유동화 방법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보유 중인 수도권 창고 자산과 임대주택 리츠 지분 매각 등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있는 롯데건설 본사 사옥은 자산 가치가 약 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나머지 자산까지 모두 매각할 경우 롯데건설은 총 1조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날에는 코리아세븐이 한국전자금융과 ATM 사업 매각 계약을 맺었다. 중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해 기존 매장 ATM·CD기 유지보수 및 신규 편의점 설치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예정으로 6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한다.
또 ▲롯데렌탈 ▲롯데웰푸드 증평공장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 등 비핵심 사업 정리 속도을 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롯데렌탈, 이달 들어 롯데웰푸드 증평공장∙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에 이어 이번 코리아세븐 ATM 사업 매각까지 최근 3개월새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1분기 중 매각작업이 마무리되는 롯데렌탈 매각 자금 1조6,000억원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해 부채비율을 줄이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
롯데웰푸드도 증평공장 매각 자금은 인도 통합법인 설립, 빼빼로 라인 설비 투자 등 글로벌 사업 확장에 활용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1,000억원) , 이번 코리아세븐 ATM 사업 매각 자금(600억원 이상)은 각 사 재무구조 개선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해외 자회사 지분 활용을 통해 추가 유동성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롯데케미칼 미국 법인 주식으로 6,6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을 마쳤고,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현지 법인을 활용한 PRS(주가수익스와프)로 6000억원 내외의 자금조달도 추진 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리스트럭처링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비핵심 사업·자산 매각을 속속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