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보증 대출 ‘290조’…“위험 회피 치중”
대출 부도시, 보증기관 리스크 전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작년 3분기, 보증 대출 290조2,894억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5대 시중은행의 전체대출 가운데 보증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 규모로 보면 작년 3분기 29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차주가 돈을 갚지 않았을 때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대출로 인식된다.
하지만 은행이 신용·기술평가 시스템 혁신으로 리스크를 줄이기보다는 검증된 영업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출 부도시 손쉽게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대출 내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침체 현상이 짙어지면서 부실화에 따른 신용위험이 보증기관으로 전가될 수 있는데, 사실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깜깜이 대출에 대한 여신 심사 시스템 강화에 나설 필요성을 주문하는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작년 3분기 말 보증 대출 잔액은 290조2,894억원으로 전년 동기(286조1,460억원) 대비 1.45% 증가했다. 같은 기가 조사대상 은행의 전체 대출액(1,579조6,717억원)에서 보증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육박한다. 은행 대출 5건 중 1건은 보증 대출인 셈이다.
연도별 보증 대출 규모를 보면, 조사대상 은행들은 지난 2022년 9월 299조4,889억원까지 보증 대출을 내주면서 역대급 기록을 경신했다. 이후 작년 3월 말 285조3,011억원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 보증 대출 증가, 손쉬운 리스크 관리?
보증 대출은 부동산 등 물적 담보물 대신 신용·공적기관의 보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돈이다. 차주가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출금을 먼저 은행에 내주고 이후 대출자에게 회수하는 방식이다.
은행입장에선 안전 자산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출 부도 시 은행이 담보를 내다 팔거나 보증기관에서 대출금액 최대 100%까지 보전을 받을 수 있어 손실을 줄일 수 있어서다. 특히 대출을 내주는 차주의 신용도가 아닌 보증기관의 신용도를 기준으로 위험가중치가 산정돼 대출 규모와 관계없이 위험가중치 자체가 낮은 수준으로 적용된다.
경기 침체 가능성과 연장선상에서 연체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보증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실제 금융당국이 공시한 자료를 보면 작년 10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8%로 전월 말(0.45%) 대비 0.03%포인트 올랐다. 여기에 더해 50·60대 자영업자들이 금융권에 진 빚이 700조원을 넘어서고, 고령층 자영업자 대출자 2명 중 1명이 추가 대출이 어려운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드러나 부실화 진행 속도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중·저신용 개인·법인 대상 신용평가를 고도화해서 대출 리스크를 줄이는 대신 (보증 대출을 늘려서) 손쉬운 리스크 관리방법을 택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며 “대안신용평가 활성화 등 신용평가체계(CSS)를 더욱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실수요를 가진 우량 고객을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