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사업비 지출 ‘18조’ 돌파…영업 경쟁 ‘후폭풍’

2025-01-21     전근홍 기자
ⓒ픽사베이

삼성·한화·교보생명 빅3, 작년 10월까지 사업비 누적 18.2조

사업비 대부분 설계사 수수료·인센티브…“건강보험 영업 경쟁”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작년 10월까지 사업비로 18조원이 넘는 금액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새 3조원이 넘는 금액이 증가한 것이다. 새 회계기준(IFRS17)으로 인해 보장성 보험의 중요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상품 판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비용 지출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비용 지출은 결국 고객들이 낸 보험료 인상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생보사들이 적절히 집행하도록 금융당국 차원의 권고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보험사의 사업비 대부분이 보험설계사의 수수료와 인센티브로 구성돼 있는데, 상품판매를 위한 출혈 경쟁이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가 지난해 10월까지 사용한 사업비 규모는 18조2,7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15조2,305억원) 보다 20.0%(3조452억원) 증가한 액수다. 사업비를 보험료 수입으로 나눈 사업비율도 18.1%에서 20.4%로 상승했다.

사업비는 계약의 체결·관리에 드는 비용으로, 신계약 유치에 지출된 신계약비와 계약관리에 필요한 유지비로 나뉜다. 사업비의 대부분은 보험설계사가 상품을 판매했을 때 지급하는 수수료와 인센티브다.

보험사별로 보면 작년 10월 누적 기준 삼성생명의 사업비가 3조9,23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화생명(3조4,143억원) ▲교보생명(2조8,590억원) ▲신한라이프생명(1조6,361억원) 등도 조 단위를 지출했다.

증가폭을 보면, 하나생명(2,522억원)이 1년 전과 비교해 15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NH농협생명 ▲IBK연금보험 ▲신한라이프 ▲동양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 ▲KDB생명 등도 30% 이상 사업비가 증가했다.

◆ 건강보험 판매 총력…“사업비 지출 불가피”

생보사들의 사업비 지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판매 전략의 변화가 원인이다. 종신·변액보험 상품영업을 축소하고 제 3보험 영역인 건강보험 판매가 늘면서 설계사 수수료 지급도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이 길고 계약자가 사망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줄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보완해 판매한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험료를 5년 또는 7년 납입하고 10년간 계약을 유지하면 보험료를 130% 넘게 환급해 주는 상품이었다. 해당 상품은 경쟁과열로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판매가 쉽지 않다. 변액보험은 보험료를 기반 펀드에 투자하고 그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상품이다. 이 역시 금리인하와 대외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에 생보사들이 건강보험 영업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보험계약마진(CSM)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종신보험보다 상대적으로 건강보험이 지출되는 보험금 규모가 작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건강보험 판매가 늘면서 (보험사 사업비 측면에서)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와 인센티브가 늘었다는 것은 공시되는 수치가 없어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며 “설계사 입장에서 보면 지급되는 인센티브가 많은 건강보험 상품을 고객에게 권유할 수 있어 고객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장기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기에 금융당국 차원에서 보험사들에게 (사업비를) 합리적으로 지출할 수 있도록 권고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