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리스크에 긴장하는 생보사, 올해는?
삼성·한화·교보생명 등…외화유가증권 9조 증가
환율 상승, 환 헤지 비용 등 부담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80원까지 치솟는 등 달러강세 흐름이 유지되면서 생명보험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금리 기조 속에서 적극적으로 늘려온 해외 투자가 ‘환 리스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서다. 원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환 헤지(위험분산) 비용 등이 늘어나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작년 10월 국내 생보사 22곳의 외화 유가증권(해외 채권 포함) 규모는 95조4,5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말(86조3,823억원) 보다 9조원 이상 늘었다.
구체적으로 같은 기간 외화 유가증권 잔액을 보면 삼성생명이 24조5,18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교보생명(15조6,650억원) 한화생명(13조107억원) NH농협생명(7조4,155억원) 푸본현대생명(5조4,234억원) 등의 순이었다.
외화 자산 규모가 증가한 것은 지금껏 고금리 상태가 유지돼왔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해외 채권 투자 등을 통해 충분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고려한 생보사들의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갭(만기 차이)을 줄이기 위해 장기 외화 채권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환율이 급등하면서 생보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 외화순손익을 보면 작년 3분기 들어 적자로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면서 올해 전망도 어둡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환순손익은 외환거래이익에서 외환거래 비용을 뺀 수치를 말한다. 작년 3분기 빅 3 생보사의 외화순손익은 삼성생명 -1조4,016억8,700만원, 교보생명 -7,964억6,142만원, 한화생명 -8,026억4,922만원으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작년 12월 2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6.7원까지 치솟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주야간 거래 종가는 각각 1,467.5원, 1,470.5원이었다. 원화 가치는 최근 한 달 새 5% 가까이 추락하면서 주요국 중 가장 가파르게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작년 11월 6일, 7개월 만에 1,400원대에 진입한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작년 12월 3일 1,442원까지 치솟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외화투자자산 변동성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환 헤지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환율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환 헤지 기능으로 환 차익을 얻을 수 없으므로 (생보사)들의 운용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환 헤지는 갑작스러운 환율 변동이 올 때 손실을 막으려는 조치로 통화선도환과 외환스왑, 이종통화스왑 등의 파생상품이 환 헤지 수단으로 활용된다”며 “전반적으로 (생보사는) 투자 시 환율변동으로 발생하는 위험을 피하고자 외화자산에 대한 100% 환 헤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보사들이) 주요 금융지표 동향 파악, 손익영향, 유동성 잔고를 매일 확인하는 방식으로 보유 해외자산에 대해 밀착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